[엄상익의 촌철] 욕과 모략···전광훈 목사와 어느 여기자의 경우

“예수도 모략을 당해 재판장인 로마 총독 앞에 섰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보안법 위반쯤 일지도 모른다. 가짜뉴스에 여론몰이까지 된 상태였다. 재판장이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물었다. 예수는 침묵하면서 형을 받아들였다. 그게 십자가였다.” 

전광훈 목사가 한 방송에서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이 자식이”하고 대놓고 쌍욕을 하는 걸 봤다.

그 후 우연히 홍준표와 유시민의 ‘100분 토론’에서 홍준표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그 목사가 나보고 이 새끼 저 새끼 하는데 기분이 더럽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참아야죠.”

참는 홍준표가 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욕을 할 때 화를 내고 같이 욕을 한다면 두 번 지는 것이다. 일단 상대에게 끌려들어버리니 진 것이고 화를 참지 못한 자신에게도 진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고 욕을 하면 이긴 것 같지만 그는 진 사람이다.

욕보다 한 단계 질 나쁜 악이 모략인 것 같다. 모략을 참아내기란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다. 유명한 인기 탤런트를 밤중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취재하던 여기자가 폭행을 당했다고 하면서 고소를 해달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다.

나는 일단 신중하기로 했다. 인기 연예인의 경우는 고소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자는 대리인으로 기자회견을 해달라고 했다. 내면에서 경고음이 희미하게 들렸다.

변호사의 직감이라고 할까. 여기자는 자기에 대한 수사에 입회해 달라고 했다. 일단 수사 과정은 입회하면서 상황을 파악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검사가 탤런트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의 CCTV영상을 제시했다. 여기자가 거울을 보면서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이었다. 여기자는 전치 6개월의 치과 진단서를 가지고 와서 꿋꿋하게 폭행당한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나는 그녀의 모략인 걸 확인하고 인연을 끊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거짓 같았다. 아마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말을 할 사람 같았다. 인기 탤런트가 소재여서 그런지 방송과 신문은 끝없이 쓰레기 같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인기탤런트측은 한마디도 대응하지 않고 밀도 깊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신적 고통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일하기를 거절하자 여기자는 나중에 한번 두고 보자고 협박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모략을 하지 않을까. 대개는 뻔했다. 상대방에게 돈을 먹었다는 그런 것들이 많았다.

악마가 뿔이 달린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남을 모략하는 사람들이 악마라고 생각한다. 그런 악마들은 회개나 반성이 없었다. 진실 앞에 더욱 펄펄 뛰고 화를 냈다.

나는 젊은 시절 잠시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권력은 항상 인간의 약점을 노렸다. 핵심은 여자와 돈이었다. 한 언론인에 대한 정보자료 속에서 가계도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다. 그를 중심으로 몇 명의 여자 얼굴 사진이 보였고 그 밑으로는 아이사진이 붙어 있는 것도 있었다. 그 여자들은 첩이고 내연녀이고 단골 까페의 마담이었다. 그 아래의 아이들은 불륜으로 태어난 자식들 같았다.

그런 인연들을 유지하려면 바르지 않은 돈도 많이 구해야 할 것 같았다. 그같은 약점을 스스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론을 쓸 수 있는 언론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등에 시한폭탄을 지고 사는 존재였다.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에 대한 그런 정보들이 보존되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면서 가장 당당하게 사는 방법은 여자관계나 돈에 있어서 맑고 투명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리 당당해도 모략은 어쩔 수 없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 같이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모략이었다. 변호사를 하면서 소송의 상대방과 내통했다고 상대방이 던지는 모략의 프레임을 더러 받아봤다. 신기한 건 좋은 얘기는 듣지 않아도 나쁜 얘기는 모두 솔깃하게 듣는 게 세상이었다. 진실보다는 허위 쪽을 믿고 싶어하기도 했다.

그런 때 대응하면 바로 지옥으로 끌려간다. 모략이란 인간과 역사를 같이 한 본능 비슷한 것일까. 예쁜 여자가 단장을 하고 부처의 숙소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 여자는 대중들 앞에서 부처의 아이를 가졌다고 스캔들을 터뜨렸다. 화가 난 부처의 제자들은 진실을 밝히자고 했다. 부처는 일주일만 지나면 잠잠해 질 것이라고 하면서 말렸다. 반응하면 상대방이 던진 프레임 속에 들어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수도 모략을 당해 재판장인 로마 총독 앞에 섰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보안법 위반쯤 일지도 모른다. 가짜뉴스에 여론몰이까지 된 상태였다. 재판장이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물었다. 예수는 침묵하면서 형을 받아들였다. 그게 십자가였다. 침묵 속에 시간 저쪽으로 간 모략의 피해자들이 참 많은 것 같다.

One comment

  1. 세상은 허위로 가득 차 있는 것…….all is happening around money and sex. 님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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