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정명석의 기억②] 용감한 제보자와 지혜로운 기자

JMS 월명동 본부<출처 기독교복음선교회 홈페이지>

광화문의 코리아나호텔 레스트랑에서 시사잡지 <월간조선>의 조갑제 사장과 우종창 기자를 만나고 있었다. 평소 내가 사회적 고발이 필요한 사건을 맡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였다. 우 기자는 특종을 많이 한 저돌적인 기자였다.

“우리 잡지가 쓸 재미있는 사건이 있어요?” 조갑제 사장이 물었다.

“요즈음 특이한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주가 어떤 사람인데요?”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상당히 신비적인 요소가 있어요. 특별한 염력을 가졌다는 소리도 있고 말이죠. 특이한 건 학력도 경력도 없는 사람인데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까지 신도들이 모여든다는 거죠. 이해할 수가 없어요.”
“대부분의 교주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그런 힘이 있죠. 집단을 만들면 확신범들이기 때문에 그 힘도 무척 강해요. 며칠 전에도 우리 신문사 광고국에서 사교단체에 대한 반박성명 하나를 접수했는데 신도들이 몰려와서 영업이 마비될 정도로 난동을 부렸어요. 광고국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언론이 성역 없이 종교문제를 파헤쳐야 하는데 언론사 사주들이 그걸 달가와 하지 않는단 말이예요.”

조갑제 사장의 말이었다. 옆에 있던 우종창 기자가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눈이 반짝한 것 같았다. 나는 몇명의 제보자 역할을 할 사람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 며칠 후 우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변호사님이 소개해 준 제보자들 열기가 대단하네요. 자기 여자를 교주에게 뺏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해요. 교주의 경호원이나 측근으로 있다가 등을 돌린 사람들도 있고 반대 세력 사람들이 다양하네요. 그 사람들을 몰고 교주가 있었다는 교단의 본부로 쳐들어 가서 한번 취재해 보려고 하는데 변호사님도 같이 가시죠. 현장을 직접 보면 소송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음날 아침 여덟시 나는 서울역 광장으로 나갔다. 새마을호 개찰구 쪽에서 우기자가 손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변호사님 여깁니다.”

우기자를 중심으로 20여명의 남녀가 함께 몰려 있었다. 우리는 새마을호에 올라 대전으로 향했다. 나는 우기자의 옆에 앉아 그가 취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함께 들었다. 우기자의 앞에 마주 앉은 남녀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석달 전에 그 집단에서 나온 부부입니다. 지금 가는 교주의 궁전에는 교주를 모시는 여인들이 80명, 경호원이 20명, 작업반이 50명 가량 있습니다. 교주는 완전히 왕이죠. 교주를 측근에서 모시는 여성들은 그 권세가 대단하죠. 그들의 명칭을 ‘본부’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국이나 해외의 지역조직 책임자들을 감시하는 교주의 심복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보고자’라고 합니다. 교주의 성전에 있는 본부나 보고자들은 왕조시대의 궁중내시들 같이 모두 교주 한 사람의 눈치를 보며 그 수발을 들면서 삽니다. 그곳에 있는 작업반 남자신도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합니다. 유사시에는 그들이 교주를 모시는 경호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교주의 성전은 전국의 조직에서 보내는 돈으로 유지됩니다.”

“성전을 유지하는 자금은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우 기자가 물었다.

“전국은 물론이고 일본등 외국에서도 신도들에게 앵벌이를 시키고 그 돈을 끌어모으는 겁니다. 남학생 한 명과 예쁜 여학생 세명을 한 조로 해서 거리로 내보냅니다. 지하철 안에서 대학생들이 불우이웃을 돕는다면서 돈을 걷는 걸 보신 적이 있죠? 그게 교주의 신도들이 하는 겁니다. 머플러, 사랑의 열매, 땅콩, 떡, 스마일뱃지, 장미꽃 한송이 등 종류가 많아요. 그 젊은 남녀 대학생들이 명동과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돈을 벌었어요. 예쁜 여대생들이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장미 한 송이 사주세요’ 하면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걸 사줬습니다. 대학생 신도들은 그런 행위들이 모두가 메시아인 교주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피곤한 것도 부끄러움도 없이 영광으로 생각하고 그런 일들을 하죠. 그동안 국내외에서 신도들이 앵벌이를 해서 바친 돈만 해도 수천억이 될 겁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거액일 수 있을까요?” 우 기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하죠. 특이한 신도 한 사람을 예로 들어볼까요? 신도 중에 중학교 국어교사가 있었어요. 그 교사는 광신도가 되어 매일 일지를 써가면서 낮이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이면 역 앞에 가서 물건들을 팔았어요. 그 교사에게는 그렇게 물건을 파는 행위가 신앙이었죠. 그걸 본 제자들이나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신고도 했죠. 그렇지만 그 교사는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돈을 벌어 교주에게 바치는 것만이 구원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가 그렇게 벌어 바친 돈만 해도 몇억원이었어요. 대학생들이 그렇게 돈으로 헌신한 것만 해도 엄청난 금액입니다. 교단 내에 사업부라는 데가 있어요. 거기서는 돈이 되는 것이면 뭐든지 다 시킵니다.”

나는 우 기자와 함께 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일전을 각오한 결사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군복에 전투화를 신은 사람이 많았다. 그들 중에는 교주의 경호원을 지냈다는 군인출신들도 있었다. 대전역에서 우 기자와 나는 승용차에 타고 나머지 사람들은 몇 대의 봉고차에 탔다. 우리가 탄 승용차에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교주의 경호를 맡았던 남자와 피해자인 여성 한 명도 같이 탔다. 우리들은 거기서 산속에 있다는 교주의 성전으로 향했다. 차로 20분 가량 가니까 석축 위에 길게 쌓은 담이 보였다.

JMS 수련원, 세계선교본부

“저 성벽도 다 신도들을 동원해서 만든 겁니다.” 운전석 옆에 앉은 경호원 출신의 말이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경호원을 할 때 교주를 고발한 대학원생을 죽이려고 한 적이 있어요. 저는 교주님이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셔서 목숨까지 걸었었습니다.”

차창으로 도로 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길가에 조그만 가게 하나가 보였다.

“저게 가게로 위장한 외곽 감시 초소입니다.” 경호원 출신인 그가 말했다. 잠시 후에 우리 일행이 탄 차들이 산자락에 난 갈림길 앞에 도착했다. 그때 차 안에 앉았던 피해여성이 겁먹은 소리로 말했다. “저 안에 무서운 사람들이 많은데 걱정되요. 변호사님.”

어쩌면 조폭들의 전쟁 같은 난투극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앞에 있는 경호원 출신이 말했다. “오늘은 우리들이 한판 붙으려고 각오하고 왔습니다. 유혈사태가 벌어지면 여기 기자도 계시고 변호사님도 계시는데 본격적으로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제일 앞에 경호원초소가 있어요. 그리고 그 문을 통과해서 길을 올라가다 보면 왼편으로 야트막한 산봉우리가 보이는데 그 한 면을 깎아 잔디밭을 만들었어요. 연못과 정자가 있고 잔디밭이 끝 나는 곳에 넓은 운동장이 있고 그 아래 주차장과 여기저기 건물들이 있어요. 골짜기 아래 교주가 묵는 전각이 있는데 교주의 방 뒤로 동굴을 팠어요. 그게 길게 돌아서 연못 옆으로 빠져 나오게 만들었죠. 이왕 가시면 그 동굴을 확인하실 필요가 있어요. 교주가 나쁜 짓을 하려고 움직일 때 그 동굴을 통해 몰래 이동하니까요.”

옆에 앉은 우 기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같이 온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바로 그곳에 들어가면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아요. 우리 입장에서 그건 아니죠. 같이 온 사람들은 멀리서 기다리게 하고 변호사님 하고 기자인 나 두 사람만 들어갑시다. 저들이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같이 온 사람들에게 지원요청을 하자는 거죠.”

그 말이 맞을 것 같았다.

“그래도 경호할 사람 두 명은 붙이십쇼. 그게 안전할 겁니다.” 앞자리의 경호원출신 남자가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우 기자가 대답했다. 일행이 탄 봉고를 마을 쪽에 가 있게 하고 우리만 승용차로 교주의 성전 쪽으로 올라갔다. 문 앞에 초소가 보이고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다. 초소 앞에서 차를 세웠다. 초소 안에서 눈이 부리부리한 근육질의 20대 말쯤의 남자가 나와서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 차요?”
“조선일보 기자요. 여기 책임자분을 만나러 왔는데” 우 기자가 신분증을 제시했다.

“그냥 돌아가쇼” 남자가 거칠게 내뱉었다.

“아니 정식으로 신분증을 보이고 책임자를 만나자는데?” 우 기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못들어 간다니까” 남자가 험악하게 나왔다. 우리를 경호해 주겠다는 경호원 출신 두명은 여차하면 초소에 있는 남자를 때려눕힐 기세였다. 우 기자가 상황을 살피더니 내게 귓속말로 조용히 말했다. “정문 초소에는 저 놈 혼자인 것 같으니까 그냥 차로 밀고 올라갑시다.”

우 기자가 운전대를 잡은 경호원 출신에게 눈신호를 보냈다. 그가 차를 뒤로 빼는 척하다가 차단기 옆 빈 공간 쪽을 향해 액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뒷바퀴에서 다급한 마찰음이 나면서 차가 교주의 성전 안으로 들어갔다. 초소의 남자가 들고있던 무전기로 다급하게 상황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거 대단하구만” 우 기자가 교주의 성전 내부풍경을 보면서 놀란 표정으로 내뱉었다. 푸른 물이 가득 찬 연못이 보이고 짐승 조각을 한 돌기둥 위의 화려한 정자가 보였다. 운전대를 잡은 교주의 경호원 출신이 입을 열었다. “저 정자에서 교주가 발을 치고 그룹섹스를 했죠. 저는 그 아래서 지키고 있었구요.”

우기자가 사진기를 들고 여기 저기 찍으면서 “여기 연못과 정자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모든 게 설명이 되겠네”라고 말했다.

운전을 하는 경호원 출신이 산자락의 잔디밭을 보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교주가 겨울에 저 잔디밭에 눈이 쌓이면 스키를 타곤 했죠. 잔디밭 끝 넓은 운동장에 대형무대가 보이죠? 저기 수만명 신도가 모여 열광을 하죠. 교주가 하얀 옷을 입고 언덕 위에서 조명을 받으면서 내려오면 구세주가 재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차가 조금 더 가서 전각 같은 건물 옆을 지날 때였다. 그 앞의 건물에서 수십명의 남자들이 쇠파이프와 몽둥이를 들고 몰려나와 차를 막으며 소리쳤다. “야, 너희들 다 차에서 내려”

다른 한편으로는 교주의 경호원들을 가득 태운 차들이 마을에서 대기 중인 우리의 일행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영화장면 같은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우 기자와 내가 차에서 내렸다. 그들의 대장쯤으로 보이는 30대 중반쯤의 남자가 바로 우 기자의 팔을 잡고 뒤로 꺾었다. 순간 우리를 경호하기 위해 따라온 두 사람의 눈에 파란빛이 튕겨져 나왔다. 우 기자가 그들을 눈빛으로 제지하고 말했다.

“나 조선일보 기자요. 이 팔 놓으쇼. 변호사 하고 같이 왔소. 여기 책임자를 만납시다. ” “내가 여기 책임자니까 할 말 있으면 나한테 말해”

팔을 잡은 남자가 왕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면서 내뱉었다.

“여기 종교단체 본부 아니야? 여기서는 이렇게 깡패를 고용해서 운영하나?” 우 기자가 기가 꺾이지 않고 소리쳤다.

“깡패라니? 그래도 내가 장교 출신이야. 여기 경호경비 책임자란 말이야.” 그가 눈을 디룩거리면서 말했다. 그는 서류 가방을 든 나를 보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내가 한마디 거들어야 할 것 같았다.

“계속 그렇게 폭력을 행사해 보시죠.”

그가 순간 움칫하며 대답했다. “우리가 왜 폭력을 행사합니까? 미쳤습니까?”

그가 순간 한 풀 꺾이는 것 같았다. 그 정도면 그들은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쟁을 바로 벌일 위험한 짓을 할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때 한 건물에서 붉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그 뒤로 진한 화장을 한 여자가 따라와 팔짱을 끼고 뒤에서 날카롭게 살피고 있었다.

“신분증 좀 봅시다” 붉은 양복의 남자가 우 기자에게 말했다. 우 기자가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붉은 양복이 신분증을 잡아채어 옆의 경호원에게 건네주면서 소리쳤다.

“이 신분증 진짠지 확인해 봐.”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누군지 이름이나 압시다.” 우 기자가 붉은 양복에게 물었다.

“알 필요 없어.”

“여러 군데서 제보가 들어와서 확인 취재를 왔는데 이렇게 폭력으로 확인시켜줘야겠소?” 우 기자가 붉은 양복에게 말했다.

“좋은 결과가 아닐 게 뻔한데 대접하면서 당할 필요는 없지.” 붉은 양복도 닳고 닳은 데가 있어 보였다. 그가 갑자기 뒤에 있던 우리와 함께온 경호원 출신을 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안면이 익은데”
“그건 니가 알 필요 없지. 새끼야.”

우리와 같이 간 경호원 출신이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들이 순간 위축되는 눈치였다.

“뭐여?” 뒤에서 갑자기 쇳소리가 섞인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80대 초쯤 되는 노파가 보였다. 얼굴에 깊은 주름과 검버섯이 가득 돋아 있었다. 붉은 양복이 그 노파를 보더니 갑자기 황송한 듯 고개를 숙였다. 교주의 어머니가 그곳에 같이 산다는 소리를 들었다. 노파도 눈치로 대충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다. 노파가 달래는 태도로 우 기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선한 일만 하는 사람들이여. 그러지 마.”
“사실확인하러 온 기자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겁니까?”

우 기자가 노파에게 항의했다.

“맨날 나쁜 것만 쓰니께 그렇지.” 노파가 붉은 양복을 보고 말했다. “손님을 저 안에 들어가게 해서 냉수 한 대접이라도 대접하지 그려?”

“아닙니다. 들어가면 말이 길어집니다. 여기서 끊어야 해요.” 붉은 양복이 말했다. 무전기를 받던 그 뒤의 경호원이 붉은 양복에게 귓속말로 뭔가 보고를 하는 것 같았다. 붉은 양복이 우 기자에게 물었다.

“저 아래 마을에 전쟁할 사람들을 대기시켜 놓고 있죠?”
“난 모르겠는데”

우 기자가 능청을 떨었다. 노파는 가만히 나를 살피고 있었다. 내가 우 기자와 다르게 보였던 모양이다. 슬쩍 내 옆에 다가와서 말했다. “내가 열일곱 살에 저 아랫마을로 시집을 와서 팔십이 넘은 지금까지 살았어. 아들들을 다 키워서 목사로 만들고 좋은 일도 많이 했어. 그런데 방송이 우리를 나쁜 사람이라고 해. 그러면 못쓰지. 그런데 여기는 무엇 하러 왔수?”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우 기자가 끼어들었다. “여기 사람들이 나쁜지 아닌지 살펴보러 왔는데 이렇게 하면 나쁘게 쓸 수 밖에 없어요.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주먹들을 불러놓고 기자를 내쫓을까? 뭔가 찜찜한 게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요?”

그 말에 붉은 양복이 가로막고 나서면서 “빨리 가쇼”라고 재촉했다. 대충 교주의 성전 안을 파악했다. 더 이상 그들에게 볼 일이 없었다.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산자락 아래에서 대기하던 우리와 함께 온 사람들은 험악한 상황이었다. 교주의 경호원과 수십명이 서로 몽둥이를 들고 대치상황이었다. 원한을 가진 우리와 같이 간 사람들이 오히려 더 호전적인 느낌이 들었다. 교주의 경호원들은 포위만 하고 있을 뿐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다. 우 기자가 같이 간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저 친구들은 여기 경비원일 뿐인데 졸개들 하고 싸우지 맙시다.”

일행이 봉고차에 나누어 탔다. 그리고 교주의 본부를 빠져 나왔다. 그곳을 빠져나와 삼거리쯤에 이를 무렵이었다. 괴청년 한 명이 도로 한 가운데 서서 우리가 탄 차를 막았다. 그는 본넷트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등골이 섬찟했다. 곧이어 사방에서 파이프와 몽둥이를 들고 괴청년들이 나타났다. 공포감이 흘렀다.

“저 놈 손 좀 볼까요?” 핸들을 잡고 있던 경호원 출신이 말했다.

“일단 잠시 가만히 있어 보죠” 우 기자가 말렸다. 잠시 무거운 정적이 있었다. 본넷트 앞을 가로막았던 괴청년이 몸을 뒤로 돌리더니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일종의 기싸움인 것 같았다. 우 기자가 말했다.

“부딪치지 말고 그냥 천천히 따라갑시다. 저 놈이 여기서 전쟁을 벌일 의사는 없는 것 같으니까”

핸들을 잡고 있던 경호원 출신의 남자가 아쉬운 듯 이렇게 내뱉었다. “저 새끼는 이 차로 확 갈아버렸으면 좋겠어요. 저 정말 많이 참고 있습니다.”

교주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도 증오로 괴물이 되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역 앞에서 사람들이 헤어질 때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던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람이 무의식중에 이런 말을 하는 게 귀에 들어왔다.

“우리들 중에 누가 다쳐도 아무 소용이 없어. 그렇지만 저 놈들이 기자나 변호사를 손을 댔으면 사건이 증폭될 계기였는데 아쉽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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