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정명석의 기억③] 상습강간범이 시대의 중심인물?

<사진 출처=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 신이 버린 사람들’>

그 집단에 있던 몇 명의 여성들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다. 나는 그들에게서 그 집단 깊숙이 들어간 배경과 과정을 상세히 들으면서 기록했다. 교주와 접촉한 여성들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우리가 마약에 취하듯 그녀들은 뭔가에 취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의 법률사무소에 오게 된 것도 자의적으로 온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끌려온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이 들었다. 의외로 그들에게는 격렬한 증오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배신감내지 섭섭한 같은 게 더 큰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내면을 관찰할 필요가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그 집단에 들어간 얘기들의 패턴은 비슷했다.

나는 그들을 한 여성으로 합성을 해서 그 집단에 들어가 교육을 받고 교주와 성적접촉을 하고 영혼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말하려고 한다. 개개인의 명예와 비밀을 보호하고 핵심사실은 알리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모델을 하는 ‘유정미’라는 여성이 어느 날 명동의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늘씬한 키에 미모였다. 그때 옆에서 옷을 고르던 여자가 “참 인상이 좋으시네요. 제가 조금 전에 새로 나온 디자인들을 봤는데 알려드릴까요?“라고 했다. 유정미가 “감사하다”고 하자 그 여자는 핸드백에서 수첩을 꺼내어 보면서 좋은 옷을 싸게 파는 상점들의 이름과 위치를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가까운 한두 상점은 함께 가 주었다. 유정미는 그 답례로 찻집에 함께 들어가 함께 차를 마시게 됐다. 옷집을 알려준 그녀는 명함을 한 장 건넸다. 디자인된 깔끔한 명함에는 전주영이라고 이름이 박혀 있었다. 가벼운 대화 끝에 전주영이 물었다.

“교회에 다니세요?”
“나가긴 나가는데 믿음이 깊지는 않아요.”
“명동 부근에 젊은 사람들이 모여 성경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어요. 맑고 순수한 사람들이죠. 모임에 젊은 목사님이 계시는데 성령이 충만하셔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도 가지고 계셔요. 시간 나시면 한번 와 보시는 것도 괜찮을 걸요.”

유정미는 그말에 귀가 솔곳했다. 사귀던 남자가 결혼을 하자고 했다. 정말 평생을 함께 할 남편감일까는 아직 의문이었다. 점쟁이한테라도 찾아가고 싶었지만 망설였다. 젊은 목사가 성령이 씌워 미래를 내다본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그 목사님을 소개해 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목사님께 연락을 해서 시간이 있으신지 어디서 만나야 할지 알아보고 연락을 드릴 께요.”

그날 저녁 명동의 코스모스백화점 지하 카페에서 유정미는 박 목사라는 30대쯤의 남자를 만났다. 군살이 없는 후리후리한 몸에 미남이었다. 첫눈에 마음이 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녀가 하는 기나긴 말을 묵묵히 다 들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유정미씨가 정말 중요한 게 뭔가를 깨닫게 되면 그런 문제들은 다 껍질같이 벗겨져 나갈 걸로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게 뭔가요?

그녀가 눈이 반짝해서 물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분을 만나는 겁니다.”
“그 분이라뇨?”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섭리하신 절대적인 원칙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시대에 따라 사명자 한 사람을 딱 뽑습니다. 노아 때는 노아를 통해 섭리를 행하십니다. 그에게만 비밀을 주시고 그를 통해 섭리가 이루어집니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 등이 모두 그 시대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중심의 인물을 그 시대의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땅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예수님 역시 그 시대의 인물이었습니다. 예수는 모세오경과 예언서를 공부하면서 자랐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예수에게 비밀을 알려주어 뜻을 이루도록 하셨습니다. 메시아가 되신 것입니다. 기다리던 메시아가 왔지만 유대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달아 죽이고 맙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성경은 엘리야가 세례요한으로 다시 나타난 걸 예수님의 입을 통해 알립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다시 오실 때 어떤 모습일까요? 구름을 타고 신적인 존재로 화려하게 내려오실까요? 아니면 유대의 마굿간에 오실 때처럼 초라한 인간의 몸을 입고 다시 세상에 오실까요? 오늘날의 기독교는 초자연적으로 주님이 오실 것을 철통같이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정밀하게 연구해 보면 하나님은 반드시 사람을 통해 역사하셨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그런 중심인물이 되는 분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목사지만 직접 배움을 얻고 깨달음을 얻은 선생님이 바로 그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분은 영안이 열리셔서 사람들의 앞날을 내다보기도 하고 기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선생님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현실입니다. 살아있는 선생님을 뵙는 순간 유정미씨의 삶은 어둠에서 빛으로 가실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며칠 후 저녁시간 그녀는 그들의 소그룹 모임에 가 보았다. 모두 생기 찬 표정이었다. 그녀가 백화점에서 처음 만났던 여성인 전주영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가 유정미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초능력의 은사를 가지신 선생님이 정미씨 얘기를 듣더니 정미씨는 이미 진리를 보는 눈이 형성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씀하시더래요. 영적으로 남보다 민감하다는 거죠. 진리를 추구하려는 욕구도 강하구요. 오늘 저녁 이곳에서 정미씨가 진리의 말씀을 들으시면 영안이 열려있어 바로 이해하실지도 몰라요. 정미씨는 이미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 분은 저에게 정미씨가 말씀을 들을 기회를 가지게 하라고 명령하셨고 당신의 내부에 있는 영이 그것에 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정미는 전혀 다른 신비한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있던 세상인 직장은 시기와 경쟁만이 가득한 가슴 답답한 사회였다. 모두들 프로그램이 입력된 기계였다. 그 기계들 속에서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천국 같은 단체를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시대의 중심인물’이라는 단어가 내게는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동학의 최제우가 도통을 하고 기적을 일으킨다는 말을 전해 듣고 군중들이 몰리기 시작했었다. 구한말 강증산이 예언을 하고 무너져 가는 조선의 민중들에게 시대의 중심인물이기도 했다. 과거시험에 실패한 중국의 홍수전은 예수를 신봉하고 사람들을 모아 중국을 무너뜨리고 태평천국을 세우기도 했다.

시대의 중심인물에 필수적인 것은 하나님과의 접신과정에서 능력을 받는 건 아닐까? 성령이 인간의 영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건 가짜라고 하고 있다. 그 마지막이 절제였다. 상습강간범이 시대의 중심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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