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정명석의 기억⑤] “그중에는 올바르고 순수한 사람도…”

JMS 집회 모습. <출처 노컷뉴스>

2000년 5월 3일 오후 8시 어둠 속에서 도심의 요염한 네온들이 명멸하고 있었다. 나는 테헤란로의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커피숍에서 그 변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JMS의 피해여성들을 대리해서 형사고소를 담당했던 변호사였다.

얼마 전 시사주간지의 ‘화제의 인물’이라는 제목 아래 있는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컬트집단의 교주를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겠다고 장담하고 있었다. 그는 대학시절 교주가 주도하던 단체에 가입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나를 만나자고 한 것이다.

5분쯤 지나자 그가 나타났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있는 연한 쥐색 쟈켓을 입고 있었다. 깔끔한 성격 같았다. 내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자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왔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교주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JMS에 가입해 교주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기도 했다.

“초기의 교주는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고 아주 정결한 생활을 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성경을 해설할 때도 몇 시간을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정열적으로 했죠. 초기의 신자들은 대부분 교주의 순수하고 맑은 그런 점에 반했죠. 교주는 일반 신도들에게도 깨끗한 생활을 요구했습니다. 영적으로 성장하고 인격을 갖추기 전에는 남녀관계가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집단 안에서의 남녀교제도 금지했습니다. 그걸 어긴 남녀는 금식기도를 해야 했어요. 그런 게 오히려 집단의 분위기를 경건하고 윤기있게 했죠. 남녀 사이에 이성이라는 느낌을 제거해 준 겁니다. 남매같이 더욱 친숙한 분위기가 되는 거죠. 일반 신도들의 정결한 생활, 소외된 사람에게 베푸는 따뜻한 친절, 누구에게나 겸손한 태도가 사람들을 끌어들였어요.”

“그런 교주의 성 문제가 어떻게 불거지게 됐죠?”

“전문적으로 이단을 고발하는 목사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보복 살해된 분이죠. 그 목사가 피해여성의 말을 녹음해서 세상에 폭로한 겁니다. 그 때 저는 그 집단에서 조용히 나왔죠.”

“탈퇴가 자유롭나요?”

“기성교회나 그 집단이나 다 인간관계의 사슬로 묶는 면이 있죠. 대학때 동아리 후배였던 여학생이 찾아왔어요. 아주 예쁘게 생긴 후배였는데 그 집단에서 교주의 신임을 받아 어느 정도 위치에 간 후배죠. 제가 그 후배에게 교주의 성 스캔들을 몰아쳤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거예요. 예수님도 막달라마리아부터 시작해서 그 집단의 반이 여성들이었다는 거예요. 예수도 그 여성들과 섹스를 했을 가능성이 컸을 거라는 거였어요. 그런 말 속에서 나는 그 후배도 이미 교주의 섹스파트너가 아닐까 하고 의심을 했어요. 하여튼 저는 그 집단에서 탈퇴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교주를 고소까지 하게 됐습니까?”

“자기 여자를 교주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제 법률사무소를 찾아왔어요. 치정관계의 분노가 끓는 사람들이었죠. 제 직업이 변호사 아닙니까? 그 단체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 투쟁해 주기로 결심했죠. 집단소송 형식으로 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모집했어요. 제가 알던 그 집단에서 본 여성들이 있었죠. 맑고 착했는데 황폐해져 있었어요. 오랫동안 교주의 섹스파트너 노릇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집단에서 나온 후 술집 접대부로까지 전락했더라구요. 정신과 육체가 모두 무너져 있었어요.”

JMS 내부를 잘 아는 그는 변호사로서 적격이라는 생각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이고 지성적이었다.

“그런데 오늘 왜 저를 만나자고 했죠?” 내가 물었다.

“남자끼리니까 뭐 솔직히 까놓겠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맡아 하니까 그 집단에서 어떻게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예 JMS의 여성들이 집까지 쳐들어 와요. 아내가 신고해서 경찰관이 출동했죠. 그 여자들이 경찰관에게 자기를 집어넣으라는 거예요. 그 후로도 저를 계속 괴롭히는 겁니다. 이런 상태로 소송을 계속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맡았던 사건을 인수해 달라고 부탁하러 나온 겁니다. 이 사건을 하겠다는 변호사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러 온 겁니다.”

“이 사건을 하면서 주의할 점은 어떤 것일까요?” 컬트 집단을 상대로 하는 만큼 많은 난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다양한 종교적 해석과 논리의 결함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수백 수천개의 종파가 생겨난 건 성경에 대한 해석 신에 관한 이견 아니겠습니까? 종교논쟁은 그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변호사로서는 교주의 강간이나 횡령같은 실정법 위반 문제로 범위를 잡아야겠죠.”

“그 다음은요?”

“지금 JMS의 이탈자나 교주에게 자기 여자를 빼앗겼다는 사람들이 분노와 증오로 단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성적인 행동을 못하고 있다는 거죠. 그들 중에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도 있어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종교법을 만들어 아예 사이비 이단을 없애자고 무식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중에는 컬트 집단을 공격하고 돈을 갈취하려는 사람이 끼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잘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중에는 올바르고 순수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 외는요?”

“피해자라고 변호사에게 다가오는 여성 중에는 그 집단에서 보낸 사람이 끼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내에서만 만나서 사무적으로 일하시고 그 외의 시간, 그 외의 장소에서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만나는 일은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들이 코를 꿰는 방법이 그런 것들이니까요. 아마 그 외에도 여러 모략도 있을 겁니다.”

나는 그 컬트집단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숲을 나와서야 숲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수십년 교회에 다니면서 내 머리속에 화석같이 박힌 이론이 맞는 것인지도 한번 비교해서 알아보고 싶었다. 산을 올라가는 데는 평탄한 길을 갈 수 있다. 암벽을 타고 오를 수도 있다.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들을 반면교사로 해서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가 사건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투쟁이다. 그리고 직업적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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