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 작가 김성동 결혼식 사진 보며 “인생이란 별별 일이 다 있어”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1980년대는 그래도 어울리는 기회가 더러 더러 있었던 편이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모임이 수시로 열렸고 신동엽 생가와 시비를 답사하는 행사도 해마다 봄만 되면 출발했다.
잊을 만하면 모임의 소식이 날아왔고 나가면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가 낱낱이 까밝혀져 비분과 강개를 자아내었다.
이러한 어느 날, 뜻밖에도 작가 김성동의 혼인 소식이 알려졌다. 정처없는 영혼의 유랑과 표박으로 곤비하기 짝이 없이 초췌한 삶을 살아온 우리 벗님에게 새로운 반려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문단의 선후배, 동료들은 마음의 촛불을 환하게 켜들고 기쁨의 설레는 마음으로 식장에 모여들었다. 그것이 어언 35년 전의 일이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다.
먼저 갑갑한 이승을 홀연히 떠난 이도 계시고, 아주 종적을 감춘 이도 있으며 정신이 폐가처럼 망가진 분도 계신다. 사진 속의 대다수는 늙음이라는 무지막지한 그물이 날아와 완전히 결박되었다.
더러는 질병이 왔거나 사고를 겪어 비틀거리는 삶을 살기도 했다. 험한 세월이 모두들 그렇게 변모시킨 것이다.
그 누가 여기에 예외가 있으리오. 사진 속 얼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짚어가며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견주어보나니 힘들고 어려운 정황일랑 더 이상 고통과 파란을 재촉하지 말라.
앞줄 오른쪽 끝 주인공 김성동부터 그 왼쪽으로 이시영, 황지우, 강창민, 김홍신, 최학, 최원식, 정희성, 홍일선, 임재걸 뒤로 얼굴이 살짝 가려진 윤구병, 2열 가운데 박범신, 이수인 등이 있고 뒷줄 우측 원경 스님, 그 왼쪽으로 이동순, 임진택, 송기원, 안종관, 김상렬, 세 사람 건너 조성준 등이 보인다.
그날 더 많은 사람들이 왔었는데 밖에서 대화 중이라 촬영 때 없었다. 원래 큰 사진을 절반만 잘라서 올린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굳이 그 까닭을 캐물으려 하지 마시라.
인생이란 별별 일이 다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