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이동순 시인 “외우 김성동 이승에서 고생 많으셨소, 잘 가오”
이대로 그대를 그냥 보내드리기가
너무도 슬프고 애가 타며 가슴이 아프오.
형은 이 흉한 속세에 더 이상 어울릴 수가 없었소.
그 맑고 고결한 영혼과 사상은
온통 상처와 피멍과 얼룩 투성이였지요.
그래서 주구장창 안주도 없이
날이면 날마다 소줏잔만 기울였지요.
낮을 밤처럼 밤을 낮처럼 여기다가
두 팔을 벋어 허공에 내두르며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지요.
이도 저도 안되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슬픈 소리로 꺼이꺼이 울었소.
사내가 대관절 그게 무슨 짝이요?
충주시 연수동 유원하나아파트
4동 1206호는 영영 주인을 잃어버렸구려.
그 넓고도 광대한 49평 아파트,
책들로 꽉찬 성채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진작 책상은 주인을 잃었고
원고지는 팽개쳐진 상태 그대로였지요.
주방 싱크대엔 음식 조리의 흔적도 없었어요.
삶을 진작 포기하신 듯한 낭자한 그늘,
혹은 병적인 신음과 하소연만 그득했지요.
형은 내 앞에서 소주에 취해 앉은 채 잠 들었어요.
거실 벽에 걸린 “눈물의 골짜기”
그 출판기념회 현수막의 부모님 사진이
아들의 이런 모습을 측은히 내려다 봤지요.
결국 이런 꼴을 보다 보다 못해
부모님께서 이승의 아들을 기어이 데려가셨구려.
저 캄캄한 밤하늘을 향해 그대 이름을 부릅니다.
잘 가시오. 이승에서 고생 많으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