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 헤어진 부모 한자리에 모시는 시인의 눈물
어머님 돌아가신지 72년, 아버님 돌아가신지 23년, 드디어 두 분을 함께 한 곳에 모시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새 장지는 군위가톨릭묘원입니다.
14일 이장허가를 받으려고 고향 김천시 구성면사무소에 들렀다가 온 길에 아버님 묘소를 미리 찾아 뵙고 다음 주 수요일 이장 사실을 낱낱이 아뢰었습니다.
지난 한가위 벌초도 말끔히 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찾은 묘소는 외관상 참혹할 정도로 손상이 심했습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멧돼지란 놈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주둥이로 하필 봉분을 모두 허물고 주변 땅을 괭이로 파듯 일구어놓았네요. 땅속 벌레나 풀뿌리를 먹으려고 이런 짓을 벌여놓았습니다.
평소 깔끔한 것을 늘 즐기시던 아버님 심정이 얼마나 힘드실까 짐작합니다.
이제 닷새 뒤에 다시 올라와 봉분을 열고 남은 유해를 거두어 정리합니다. 여기서 꽤 멀리 나정지 골짜기 가파르고 일년 내내 바람도 세찬 산등성이에 계신 어머님 묘소도 그날 작업합니다.
70년이 훌쩍 넘어 내부엔 아무 것도 없겠지요. 만약 유골의 일부나마 찾게 되면 품에 안고 볼에 부비어보려고 합니다.
엄마는 나를 낳으시고 곧 병을 얻어 갓난아기에게 젖도 못 빨려보고 안지도 못했지요. 그게 1951년 5월14일의 일입니다. 나는 어머니 얼굴도 목소리도 모릅니다. 나 태어나고 불과 10개월 만에 떠나가셨지요.
이제 두 분을 함께 한 자리로 모십니다. 43세로 돌아가신 어머님은 마침내 당신 낭군님 옆으로 가십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