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전 상서’ 2절 부를 때 돌연 설움이”

아코디언으로 ‘목포의 눈물’을 연주하는 이동순 시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12일 오후 3시 부산 금정구 홍법사 법당에서 열린
‘아시아의 평화와 새로운 인권연대를 위한 일본군 위안부 상생 한마당’에 출연했다.

위안부 여성들이 당시 굴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때 그나마 작은 위로를 주던
옛 노래 3곡을 무반주 아카펠라로 불렀다.

세번째 노래 ‘어머님전 상서’ 2절을 부를 때 돌연 설움이 북받쳐 울면서 노래를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원혼이 빙의(聘依)되었나 보다.

‘울며 헤진 부산항'(남인수, 1939)
‘연락선은 떠난다'(장세정, 1937)
‘어머님전 상서'(이화자, 1942)

이 세 곡은 노래와 대사를 엮어서 진행하고 마지막 ‘목포의 눈물’은 아코디언 연주로 끝냈다. 노래마다 박수소리가 귀에 쟁쟁했다.

진행 원고와 사진을 다음에 올린다.

이동순 시인

1. 여는 대사

철수야,
네가 그때 내캉 결혼하잔 말 들을 낀데 그걸 뿌리치고 와서 지금 이 개고생이다.
일본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준다 캐서 왔디만 이 꼬라지 아이가. 내가 내 눈 찔렀뿌따 아이가. 부산항 떠날 때 네 생각 마이 했다. 철수야, 내 정말 니한테 미안하데이. 면목없다. 용서해달라꼬 말도 몬하것다.

2. 노래 1

울며 헤진 부산항 (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 1939)

울며 헤진 부산항을 돌아다보니
연락선 난간머리 흘러온 달빛
이별만은 어렵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
더구나 정들은 사람끼리 사람끼리

달빛 아래 허허바다 파도만 치고
부산항 간 곳 없는 수평 천리 길
이별만은 무정터라 이별만은 야속터라
더구나 못 잊을 사람끼리 사람끼리

3. 대사 2

동생아, 이놈들이 우리를 일본으로 델꼬간다 캐놓고 지금 여기 수마트라 보르네오로 개처럼 끌고왔다. 완전히 속았뿌따 아이가. 밀림 속에 지어놓은 닭장 같은 우리에 갇혀서 밖에도 몬나가고 온종일 저물도록 이 개짐승 같은 왜놈들한테 이 몸을 유린당하고 있구나. 난 지끔 온몸이 만신창이란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낸 고마 이리 살다 곧 죽지 시푸다. 우짜겠노.

4. 노래 2

연락선은 떠난다 (박영호 작사, 김해송 작곡, 장세정 노래, 1937)

쌍고동 울어 울어 연락선은 떠난다
잘 가소 잘 있소 눈물 젖은 손수건
진정코 당신만을 진정코 당신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눈물을 씻으면서 떠나갑니다
울지를 말아요

파도는 출렁출렁 연락선은 떠난다
정든 님 부여안고 목을 놓아 웁니다
오로지 그대만을 오로지 그대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한숨을 생키면서 떠나갑니다
울지를 말아요

바람은 살랑살랑 연락선은 떠난다
뱃머리 부딪는 안타까운 조각달
언제나 임자만을 언제나 임자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한없이 지향없이
떠나갑니다
울지를 말아요

5. 대사 3

어무이요. 저는 지금 죽기 직전입니더. 몸에 더럽은 병도 걸렸심니더. 이 고통 속에서 어무이만 생각하며 삽니더. 무신 팔짜를 타고나서 요 모양 요 꼴로 제 인생이 다 망가졌십니꺼. 어무이요. 이 못난 딸자식 용서해주이소. 저승 가서 우리 어무이 우째 보것노.

6. 노래 3

어머님전 상서 (조명암 작사, 김영파 작곡, 이화자 노래, 1939)

어머님 어머님 기체후 일향만강 하옵나이까
복모구구 무임하성지지로소이다
하서를 받자오니 눈물이 앞을 가려
연분홍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하염없이 울었나이다

어머님 어머님 이 어린 딸자식은 어머님 전에
피눈물로 먹을 갈아 하소연합니다
전생에 무슨죄로 어머님 이별하고
꽃피는 아침이나 새 우는 저녁에
가슴 치며 탄식하나요

어머님 어머님 두손을 마주잡고 비옵나이다
남은 세상 길이길이 누리시옵소서
언제나 어머님의 무릎을 부여 안고
가슴에 맺힌 한을 하소연 하나요
돈수재배 하옵나이다

7. 대사 4

이런 노래가 있어서 그래도 힘든 시간 우째 우째 참고 견뎌냈는기라. 그 노래라도 없었으면 내가 우째 살았겠노. 가슴에 억장이 막힐 때마다 이 노래 부르면 저절로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나중엔 노래가 흐느낌이 되었단다. 아이구, 그때 심정 내 말로 다 못 하것다. ‘목포의 눈물’도 내가 자주 부르던 노래다. 오늘은 손풍금 소리로 한번 들려도고.

8. 아코디언 연주

목포의 눈물 (문일석 작사, 손목인 작곡, 이난영 노래, 1935)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음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님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님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깊은 밤 조각달은 흘러가는데
어찌타 옛 상처가 새로워진다
못 오는 님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항구에 맺는 절개 목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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