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계봉우 옛집서 독립운동가 여흔 찾다

계봉우 선생 흉상과 부인 김야간 부조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시내 고려인 공동묘지에 묻힌 독립운동가 계봉우 선생의 무덤과 흉상이 있다. 돌비석에 새겨진 그 부인 김야간 여사의 얼굴도 보인다.

크질오르다 시내엔 계봉우 선생이 살던 집이 남아있다. 선생의 아드님 계학림 옹이 아흔 넘은 나이로 일행의 안내를 맡았다. 이 댁에서 계봉우 선생은 민족문화 저술을 많이 정리했다.

수년 전 계봉우 선생 내외분은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왔고 아드님 계학림 옹도 지난해 세상을 떴다. 뒤늦게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을 먼저 온 계봉우 내외가 영혼으로 반갑게 맞이하셨을 것이다.그에게 시를 바친다.

계봉우 선생 옛집. 동으로 난 창은 선생과 고국을 연결해주는 통로 아니었을까? 오른쪽 위 선생 얼굴이 들어간 동판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사진 이동순 시인>

계봉우 옛집  

                       

크즐오르다
후미진 골목길
그 모퉁이에 사셨다네
평생을 감옥으로 타국으로
바람처럼 쓸려다니다
드디어 머물러 한 곳에 자리하시니

별로 크지도 않은
낮고 자그마한 단층집
이끼낀 목조 창문 페인트 벗겨지고
건물 외벽엔 여기저기
참으로 고단했던 당신 생애처럼
실금이 가 있네

이 낡고 초라한
집에 들어앉아 그분께서는
앉은뱅이 책상 놓고
의병전 북간도 아령실기
이두집해 조선문법 조선말의 되어진 법
조선역사 북방민족어
이렇게 하나같이 고귀한
원고들을 무릎 내려앉도록 썼다네

무엇보다도
어린 고려 아이들이
조선말 조선역사 아주 잊을까봐
그게 밤낮 걱정이었다지

갈라진 창틀
이 허름한 집에서
어찌 이토록 크고 거룩한 일
이루셨을까
골목 길에 서서 눈 감고
꼿꼿한 선비 진정한 학자의 위업에
묵념 올리네

* 아령실기(俄領實記) : 계봉우(桂奉瑀, 1880~1959) 선생이 1927년 노령 연해주 일대 한인 이주 역사와 이주민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글. 상해판 독립신문에 연재하였다.

계봉우 선생 옛집 담벼락에 붙어있는 동판. 이에 따르면 선생은 1959년 별세하기 2년 전부터 이 집에 사신 걸로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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