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잊혀진 노동자시인 박영근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노동자 시인 박영근, 그는 1958년 전북 부안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힘든 삶을 살다가 2006년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 속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그때 시인의 나이 불과 47세 때였다.
구로공단 노동자가 되어 노동자의 눈으로 사물과 세상을 보는 특별한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81년 동인지 <반시> 6집에 시 ‘수유리에서’ 등 수 편을 발표하며 본격적 시인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노동자 시인’이란 말은 박영근에게 처음으로 붙여진 말이다. 이후 백무산, 김해화, 박노해, 김기홍 등 노동자 시인의 출현을 촉발시킨 첫 시인이다.
1980년대 민족민중문학 주체논쟁의 과정에서 박영근은 노동시 민족시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싱어송라이터 안치환이 작곡한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시인이기도 하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민중의 넋이 주인 되는
참 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첫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 이후 <대열>, <김미순전>, <지금도 그 별은 눈 뜨는가>, <저 꽃이 불편하다> 등 5권의 시집을 발간했고 산문집 <공장 옥상에 올라>가 있다.
2012년 인천 부평 신트리공원에 그의 시 ‘솔아 푸른 솔아’를 육필로 새긴 아담한 시비가 건립되었다.
1984년 박영근이 첫 시집을 보내왔을 때 너무 두드러진 작품성에 감동해서 시인에게 직접 전화로 격려한 바 있는데 그 새해 아침에 이런 살뜰한 편지를 보내왔다.
가장 힘들고 척박한 시대를 배경으로 살았으며 그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증언하는 깊고 큰 울림의 노동시를 쓰면서 독자들에게 놀라운 감동과 반성의 계기를 던져준 그는 참 진솔하고 훌륭한 시인이었다.
시인의 육신은 이미 가고 없지만 글자마다 서린 선하고 진지한 정성이 새삼 가슴을 찡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