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한일관계, 하토야마 총리라면 어떻게 풀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2015년 8월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해서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진심으로 죄송하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잔혹했던 일제 식민지배를 사죄했다.
하토야마 사과를 한국은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복회 회장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그럴 용의가 없었다,
하토야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번 다시 애기를 꺼내지 말라고 하면 다시 꺼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겠는가? 일본의 이러한 말들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일본의 모든 것들이 잘못됐다, 일본에는 전쟁의 무한책임이 있다”고 한다. 이 문구를 합의해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나 외교부가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하토야마가 오히려 이를 정확하게 지적해내었다.
그는 “만세운동에 힘을 다한 모든 혼령의 편안함을 바란다. 독립, 평화, 인권, 우애를 위해”라고 적었으며 “남북 분단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는 일본”이라고 했다. 나아가 “더는 사죄를 할 필요 없다고 말할 때까지 항상 사죄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도 했다. 그냥 좌파가 아니라 진정한 진보 정치인이다. 하토야마의 조부는 자민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하토야마는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
1970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아우슈비츠 추모비 앞에 다가섰다. 순간 세계가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브란트가 희생자 추모비 바닥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며 브란트를 격찬했다. 브란트는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고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모두 문명화된 유럽의 모습이었다.
일본 IOC가 독도가 일본 영토로 오해될 수 있는 도쿄올림픽 포스타를 내걸었다. 외교부는 일본 공사를 초치하여 항의하고 이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 여당도 한국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나가면 좋아할 것은 중국밖에 없다. 하토야마는 “미국의 지도에서는 독도가 ‘한국령 독도’라고 표기하고 있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가”고 반문했다. 일본인으로서 독도문제에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도 유럽이 브란트를 받아들이듯 수준 높게 하토야마 유키오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정치 명가다.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는 자민당을 만들었다. 하토야마 유키오는 480석 중 308석을 차지하여 민주당 압승을 이끌며 총리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가 자유, 평등, 박애를 강조하듯 우애를 강조한다.
한국과 일본이 불편한 관계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일본을 표적으로 삼아 죽창을 드는 것으로 존재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지도층도 브란트를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며 한마디로 평가하는 차원이 되어야 하겠다. 하토야마 유키오의 서대문형무소 참배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장관壯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