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두고 꼭 정리해야 할 것들

<영웅문> 등을 지은 진융 장례식장 모습. 그는 2018년 10월말 별세 <사진 연합뉴스, 환구시보 화면 캡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일전에 최준식 교수의 죽음학 강의 중 ‘죽음의 5단계’를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종창역을 앞두고 꼭 정리해야 할 일’에 대해 알아본다. 이는 한마디로 ‘살면서 쌓인 업(業) 가볍게 줄이기’에 대한 얘기다.

누구나 인생 마지막을 앞두면 내면적으로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 스스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말기 암환자가 특히 그렇다. 본인은 건강하지만, 그런 가족이나 친지를 둔 사람들 역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어려운 일을 겪게 된다. 환자 당사자가 보다 현명하고 행복하게 인생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가족이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 상속 같은 세속사(世俗事) 해결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일이다. 바둑으로 치면 복기(復棋)하는 것인데 어디서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확실하게 알고 참회하고 용서하는 일이다. 설령 생생하게 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도 이런 ‘자기인생 복기’ 태도는 인격적 성숙과 지혜, 그리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죽음학회’를 창립한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저서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에서 임종을 앞둔 사람이 해야 할 6가지 실질적인 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있다.

첫째, 살면서 남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라.
살다 보면 어떤 사람을 심히 괴롭혔거나 해를 끼친 일이 있을 수 있다. 남을 해치면 그만큼 자기 마음에도 흔적이 남는다. 본인의 의식은 몰라도 무의식은 안다. 만일 그의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그가 갖고 있는 부정적 에너지가 훗날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그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서 자신 마음에 맺힌 것도 풀어야 한다. 만일 그 사람이 죽었거나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기 마음 속으로 간절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도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이 ‘진심’(眞心)이다.

둘째, 남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일이 있다면 훌훌 털어 버려라.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준 것보다 자신이 받은 피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미움, 한, 복수심을 갖게 되고 마음이 ‘꽁’하게 맺혀 있을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은 정리하고 훌훌 털어버린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마음이 저 세상으로 가더라도 그대로 함께 가져가게 된다. 내가 남에게 실수하듯이 남도 내게 그럴 수 있다. 살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일어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일어나는 사건은 단 한건도 없다. 따라서 그렇게 생각하고 그 사건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셋째, 원한이나 복수심은 절대 금물이다.
이런 마음을 갖고서는 영혼이 하늘을 가볍게, 편하게 날 수가 없다. 이런 감정은 사람의 마음을 뭉치게 만든다. 우리 몸도 피가 뭉쳐 있는 어혈(瘀血)이 생기면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도 원한의식을 가지면 뭉치고 어혈이 생긴다. 마음의 어혈은 마음 전체에 아주 나쁜 기운을 가져오고 영혼이 된 뒤에도 나쁜 기운에 영향을 받는다.

넷째, 마무리가 잘 안된 인간관계가 있다면 정리하라.
이번 생에 생긴 것은 이번 생에서 정리하고 가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 방학숙제 하기 싫다고 계속 뒤로 미루었다가 개학날이 돼서 얼마나 힘들었는가?

다섯째, 정법(正法)을 깊이 공부하라.
마음을 가다듬는 데는 신앙생활이 제일 좋다. 세계적으로 역사가 길고 영향력이 큰 종교에는 인류가 그동안 닦아 온 지혜가 송두리째 들어 있다. 그런 종교를 공부하되 지금 임종이 얼마 안 남아 있는 만큼 종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후생(死後生)에 집중해 공부하는 것도 좋다.

여섯째, 공덕을 쌓아라.
자신의 깊은 내면에 들어가면 반드시 만나는 소리가 있는데 바로 공덕을 높이 쌓는 것이다. 이 소리에 따라 공덕을 짓지만 그에 대한 대가나 보상을 바라는 마음은 금물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리어 해를 입을 수 있다.

요 며칠 우리 원불교 여의도교당 교도 두 분이 열반에 드셨다. 한분은 근 10년간 길고 긴 투병 끝에, 다른 한분은 뇌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 두분의 죽음을 보고 ‘열반을 앞두고 생각해야 할 일’에 관해 알아보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아 정리해 본다.

세간에서는 열반에 대한 오해가 있다. 그냥 육신의 죽음을 열반이라 하는 분이 많다. 열반은 모든 번뇌의 불길이 꺼진 상태를 말한다. ‘열반’은 산스크리트어의 ‘니르바나’(nirvāṇa)를 음역한 것이다. 우리말로는 취멸(吹滅)·적멸(寂滅)·멸도(滅度)·적(寂) 등으로도 번역된다.

본래 열반의 뜻은 ‘소멸’ 또는 ‘불어서 끔’이다. 그러니까 ‘타오르는 번뇌의 불길을 멸진(滅盡)하여 깨달음의 지혜인 보리(菩提)를 완성한 경지’를 의미한다. 열반은 생사(生死)의 윤회와 미혹의 세계에서 해탈한 깨달음의 세계로서 불가(佛家)의 궁극적인 실천목적이다.

어떻게 해탈하여 열반에 들어가고, 부처가 되어 생사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그 답은 집착과 욕망과 번뇌의 끈을 자르는 것이다. <법화경>(法華經)에는 이렇게 기록했다.

“집착하는 마음만 없으면 자기의 존재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자기의 존재를 부정하면 윤회의 세계로 다시 태어나지 않게 된다. 태어나지 않으면 늙음, 죽음, 슬픔, 고통, 번뇌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여기서 ‘집착하는 마음’은 모든 욕구와 욕망인데, 모든 욕구와 욕망을 버리면 고뇌가 사라진다고 했다. 불가에서 추구하는 최고선이 열반이다. 열반은 기쁨도 슬픔도 없는 절대적 정적, 즉 절대적 무(無)의 상태로 마치 거센 바람에 꺼져 버린 불꽃과 같다. 열반은 거센 바람에 의해 생명의 불꽃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과 같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을 원불교 소태산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설하셨다.

첫째, 정신수습으로 공부를 삼는다.
열반이 가까워 오면 만사를 방념하고 오직 정신수습에 집중한다. 정신통일을 공부로 삼아야 한다.

둘째, 미리 유언을 해둔다.
미리 유언을 처결해두지 않으면 정신이 산란해질 수 있다. 미리 처결하여 그 관념을 끊어서 정신통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셋째, 원수 맺은 일이 있으면 풀어야 한다.
평소에 혹 남에게 원한을 품었거나 원수 맺은 일이 있으면 그 상대자를 청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전혐을 타파해야 한다. 만약 그 상대자가 없으면 혼자라도 그 원심을 놓아버리는데 전력을 다 기울인다. 만일 마음 가운데 원진을 풀지 못하면 내생의 악한 인과의 종자가 되기 쉽다,

넷째, 모든 착심을 여의는데 전력한다.
스스로 생각하되 애욕 경계에 집착하여 그 착심을 여의지 못하면 자연히 참 열반을 얻지 못한다.

다섯째, 청정일념을 챙긴다.
최후의 시간이 이른 때에는 더욱 청정한 정신으로 일체의 사념을 버리고 선정(禪定) 혹은 염불에 의지하여 영혼을 떠나보낸다. 그리하면 평소에 비록 생사진리에 투철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능히 악도를 면하고 선도에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이 다섯 가지만 잘 실행하면 죽음에 이르러 종종걸음 치지 않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상(無常)이 신속하며 잘 죽는 것도 실력이다. 열반을 앞두고 갖추어야 할 보물이 있다. 하나는 공덕(功德)이요, 둘은 상생의 선연(善緣)이며, 셋은 청정일념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원리를 철저히 깨달아 최후일념을 청정히 하는 것이 열반 전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우리 집 내 침상에서 죽고 싶다. 지난해 우리 부부는 ‘연명치료거부 약정서’를 이미 보건복지부에 신청해 두었다. 좌탈입망(坐脫立亡)은 못되더라도 탐심·진심·치심 다 여의고 완전한 해탈을 얻고 참 열반의 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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