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사물, 목어·운판·범종·풍경···”수행자 일깨워”

사진은 2007년 11월 강원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아시아기자협회(AJA) 총회에 참석한 방글라데시 샤피쿨 바샤 기자가 목어를 치는 장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불교는 의식을 거행하는데 여러 도구를 사용한다. 그 중에도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는 것이 있다. ‘불전사물’도 저마다 의미와 역사가 있다.

첫째, 목어(木魚).
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걸어 두고 쳐서 소리를 내는 불교의식 용구의 하나다. 목어고(木魚鼓)·어고(魚鼓)·어판(魚板)이라고도 불린다. 중국에서 유래된 이 법구(法具)는 물고기의 배 부분을 비워 나무막대기로 물고기 배의 양쪽 벽을 쳐서 소리를 내게 했다.

목어

물고기 모양을 취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한다. <백장청규>(百丈淸規)에 의하면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므로 그 형체를 취하여 나무에 조각하고 침으로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미를 경책했다고 한다.

또 사찰에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옛날 한 승려가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옳지 못한 행동을 하다가 죽었다. 그 승려는 곧바로 물고기의 과보(果報)를 받았는데, 등에는 나무가 한 그루 솟아나서 풍랑이 칠 때마다 나무가 흔들려 피를 흘리는 고통을 당하곤 하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물고기로 화현한 제자가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고 ‘수륙재’(水陸齋)를 베풀어 물고기를 해탈하게 하였다는 설이 있다. 현재 사찰에서는 새벽예불과 저녁예불, 큰 행사가 있을 때 범종 등과 함께 목어를 친다. 이는 물속에 사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운판

둘째, 운판(雲板).
범종·금고·목어와 함께 불전사물의 하나다. 형태는 구름 모양으로 맨 위에는 매달 수 있도록 2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아래에 당좌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청동이나 철을 얇게 만들어 소리를 내는 것으로 문양의 장식에 따라 단면식과 양면식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저녁 예불을 드릴 때 사용하며, 특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같은 동물을 위해 치는 의식법구(儀式法具)로 알려져 있다.

범종

셋째, 범종(梵鐘).
이 범종은 다른 불구와 달리 그 규격이 크기 때문에 흔히 종루나 종각을 짓고 매달아 친다. 범종의 기원에 대하여는 중국 은(殷)나라 이후에 악기의 일종으로 사용되어 왔던 고동기(古銅器)의 종을 본떠 오늘날 불교사원에서 볼 수 있는 범종의 조형이 비롯되었다고 하는 설이다.

풍경

넷째, 풍경(風磬).
‘풍령’(風鈴) 또는 ‘풍탁’(風鐸)이라고도 한다. 요령(瑤領)이 손으로 흔들어서 소리를 내는데 반하여, 풍경은 바람에 흔들려서 소리를 내는 것이 다르다. 특히 풍경은 경세의 의미를 지닌 도구로 수행자의 방일(放逸)이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

풍경의 형태에도 그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풍경의 방울에는 고기 모양의 얇은 금속판을 매달아두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즉 고기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왜 절 추녀 풍경엔 물고기를 달아 놨을까? 먼저 풍경 끝의 물고기를 올려다보라. 물고기 뒤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그려 보라. 그 푸른 하늘은 곧 푸른 바다를 뜻한다. 그 바다에 한 마리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 한 마리 물고기를 매달아 놓음으로써 그곳은 물이 한없이 풍부한 바다가 된다.

풍부한 물은 어떠한 큰 불도 능히 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나무로 지은 사찰 목조건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물고기는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눈을 감지 않을 뿐 아니라,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듯, 수행자도 물고기처럼 항상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뜻이다.

불교는 역사도 오래 되었고, 의식도 복잡하다. 중세 때 천주교를 개혁해 개신교가 생긴 것과 같이 불교를 개혁한 종교가 바로 원불교다, 원불교는 새 종교라 의식도 간단명료하다. 범종 대신 좌종(坐鐘)과 목탁을 치는 것으로 불전사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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