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앞둔 부부님들, 잠시만요~

금호동댁과 제주 신랑의 아름다운 사랑이 백년해로로 이어지리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열녀(烈女)는 죽음을 무릅쓰고 절개(節槪)를 지킨 여자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한평생 남편과 가문을 위해 열(烈)의 정신을 지키며 산 여인을 말한다.

어제 점심을 먹으면서 아내가 느닷없이 열녀문을 세워달라는 말을 했다. 아내는 까다롭기 짝이 없는 남편의 식성을 맞추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삼시 세끼를 차린다. 거기다가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위해 자신도 몸이 성치 않으면서 내 뒷바라지까지 서슴지 않는다. 정말 열녀문이라도 세워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어느 장애인 아내가 남편에게 바치는 사부곡(思夫曲)이 있어 소개한다. 이 ‘사부곡’은 몇년 전 경향신문사로 우송된 한 부인의 글이다. 이를 소개하는 것은 조그마한 갈등과 불화를 극복하지 못해 갈라섰거나 갈라서려는 많은 부부들에게 이들의 변함없는 러브스토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약 정리해 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서른아홉 살 주부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저의 다리가 되어주는 고마운 남편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한 살 때 열병으로 소아마비를 앓은 후, 장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멋진 글귀로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제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을 통해서입니다. 지난 1983년 우연히 라디오의 장애인 프로그램을 통해 문 밖 출입을 못하며 살고 있는 저의 사연이 나갔습니다. 그 당시 제주도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던 지금의 남편이 제 이야기를 듣다가 들고 있던 펜으로 무심코 저의 주소를 적었답니다.

남편은 그 다음날 바로 저에게 편지를 했지만 저는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글을 잘 몰랐던 탓도 있었지만 남자를 사귄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남편은 답장도 없는 편지를 1년 가까이 1주일에 한 번씩 계속 보내왔고 저는 여전히 답장 한통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주소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그 먼 곳에서 서울 금호동의 저희 집 으로 찾아왔습니다. 제 사정상 반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먼 곳에서 저를 찾아온 사람이기에 손수 정성껏 식사대접을 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만나고 제주도로 돌아간 남편은 그날부터 1주일에 한통씩 보내던 편지를 거의 매일 일기처럼 적어 보내 왔습니다.

남편은 결국 직장을 포기하면서 저를 보기 위해 서울로 이사를 왔고, 3년에 걸친 청혼 끝에 저는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1985년 7월17일. 저희는 마침내 부부가 되었습니다.

내 삶의 날개가 되어주는 당신께!

불편한 나의 다리가 되어 주고 두 아이들에게는 나의 몫인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 하고…16년 동안이나 당뇨로 병석에 누워계신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당신.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어머니께 딸인 나보다 더 잘하는 당신이지요. 자동차에다 건어물을 싣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 한 방울, 전기 한 등, 10원이라도 아껴 쓰는 것이 전부라는 현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여보! 나는 가끔 깊은 밤잠에서 깨어 지친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가엾은 사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평생 걷지 못하는 아내와 힘겹게 살아야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북받치지만 자고 있는 당신에게 혹 들킬까봐 꾸역꾸역 목구멍이 아프도록 서러움을 삼키곤 합니다.

3년 전 당신은 여덟 시간에 걸쳐 신경수술을 받아야 했었지요. 그 때 마취에서 깨어나는 당신에게 간호사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나를 가리키며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사랑할 사람인데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에게 나는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떨어뜨렸어요.

그 때 간호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세요.” 그래요, 여보!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예요.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늘 내 곁에 있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여보! 한평생 휠체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의 삶이지만,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삶의 바로 그 천사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늘 감사의 두 손을 모으며 살 겁니다. 여보! 다시 태어나면 제가 당신을 도울 게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이 부부는 현재 서울 금호동의 조그만 주택에서 자녀 둘과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고 한다. 열녀문이 아니라 ‘열부문’(?夫門)이라도 세워줘야 할 분 아닌가 싶다.

부부는 7천겁(劫)의 인연을 맺어야 만난다고 했습니다. 그런 부부인데 서로 사랑하기를 금같이 하고, 서로 위하기를 옥같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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