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존형 인간’ 벗어나려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병원의존형 인간이란 말이 있다. 영어로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라는 말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나타난 ‘노령층 건강염려증’ 즉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여 불안해하고 공포심을 갖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말한다.
“증상이 있으니 나는 환자이고 따라서 약을 먹어야지” 혹은 “몸이 한창 때하고는 많이 달라. 약을 처방받아야 해”라며 ‘병원의존형’으로 변하는 것이 우리 노인의 삶이다. 의료계에서는 전체 국민의 5%, 병원 방문자의 15%가 이 증상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 병원의존형 인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일산으로 이사 올 때 우선 고려했던 것이 병원이었다. 가까운 곳에 보험공단에서 직영하는 일산병원이 있다. 모든 의료진이 연세대병원에서 운영하는 종합병원이다. 나도 예외 없이 내분비내과, 혈관내과, 안과, 치과 등 네곳을 다닌다. 이 네곳에서 타온 약만 해도 한 보따리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죽고 싶어도 뜻대로 죽을 수도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병이 들면 좋은 약 먹고 최신 시설을 갖춘 병원에 달려가 치료를 받아 죽고 싶어도 죽을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죽고 싶을 때 죽으려고 ‘의료거부 의향서’까지 작성해 두었다.
우리나라 노년층은 의학이 발달하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건강관리를 약과 병원에 의존하는 ‘병원의존형 인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이 커지는데, 자연스런 노화 증상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약물로 치료하려 노력하다 보면 자칫 역효과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에서 ‘건강염려증’을 진단받은 이들 중 연령별로는 60대가 21%로 가장 많고, 이어 50대 19%, 40대 18%, 70대 이상 18%, 20대 11%, 30대 9% 순이다. 60대에서 갑자기 건강이 염려된 까닭은 막 시작된 노화 증상을 질환으로 받아들여서라고 한다.
문제는 노화를 치료하려는 과도한 노력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아 건강을 더욱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산병원에 따르면, “인간의 노화 증상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약물이나 수술을 통해 고치려 하면 과도한 스트레스와 신체 부담으로 도리어 건강이 크게 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일산병원은 우리가 질병과 혼동하기 쉬운 대표적인 4가지 노화 증상과 그 대처법을 소개한다.
첫째, 자주 숨이 차고 기침이 난다.
나이가 들면 호흡에 사용하는 근육과 횡격막이 약해지고, 허파꽈리와 폐 속 모세혈관도 줄어든다. 때문에 산소 흡수가 적어져 조금만 움직임이 커지거나 빨라지면 숨이 차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폐에 들어온 이물질을 배출하는 기침의 강도가 약해지고, 잔류하는 이물질이 늘어나게 돼 기침이 잦아진다. 줄어든 체내 산소량에 맞춰 운동 강도를 조금씩 올리면 폐활량을 늘릴 수 있으며 주변 근육의 노화도 막을 수 있다.
둘째, 배앓이가 잦아지고 변비가 생긴다.
위장 움직임이 더뎌지고 탄성이 줄어들어, 소화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부대낀다. 지방과 단백질을 소화하는 담즙 생산이 줄어 기름진 고기를 소화하기 어렵다. 젖당 분해효소도 적어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도 있다. 대장의 움직임이 느려져 변비도 쉽게 온다.
셋째, 성욕의 떨어지고 남성은 발기부전이 생긴다.
남성호르몬 혹은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면서 자연스레 성욕이 감퇴한다. 여기에 혈액순환까지 저하되면 흥분 시 음경에 몰리는 혈액이 모자라 남성은 발기부전이 올 수 있다. 특히 흡연 및 음주, 스트레스, 만성질환 등이 있으면 발기부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배와 술을 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개선하면 발기부전을 미룰 수 있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발기부전은 원인 질환 개선이 먼저다.
넷째, 자주 사레가 들리고 음식물 삼키는 게 어렵다.
음식물을 삼킬 때 자꾸 목에 걸리는 삼킴장애(연하곤란)도 노화 증상 중 하나다. 음식물을 섭취할 때 기도가 자연스럽게 닫히는데 노화로 식도와 기도의 근육이 약해지면 이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자주 사레가 들리게 된다. 식사를 천천히 하고 떡 등 삼킴이 어려운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