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형!’···나훈아와 소크라테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9월 30일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이 없었다면 우리는 꽤 우울한 추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나훈아씨는 15년만에 방송에 출연, 엄청난 콘서트를 선사해 주었다.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방문을 포기한 그런 때 ‘가황(歌皇)’ 나훈아씨는 고향 못 간 시름을 달래주었다. 나훈아씨는 공연 도중 “서로 눈도 좀 쳐다 보고, ‘오랜만입니다’라고 손도 잡아야 하는데, 눈빛도 잘 보이지도 않고 어쩌면 좋겠노?”라며 비대면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가 부른 신곡 중 ‘테스형!’이 국민들 사이에 화제의 곡으로 떠올랐다. 가황 나훈아씨는 ‘소크라테스’에게 인생, 세월, 죽음에 대해 물었다. 무엇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르며 철학적 질문을 하는 화자(話者)의 표현이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나훈아씨는 자신이 만든 노래 ‘공(空)’을 소개하면서 직접 곡과 가사를 쓴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주름이 생기는 범인이, 바로 스트레스라고 합니다”라며 “우리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기 때문에 아까 부른 신곡 중에 테스 형한테 내가 물어봤거든요.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 물어봤더니. 테스 형도 모른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또 “테스 형이 아무 말이 없습니다.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모르긴 해도 이렇게 살다 보니까, 여러분, 세월은 그냥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 있으니까.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됩니다”라며 인생관을 이야기했다.
그가 작사 작곡한 ‘테스형! 가사는 이렇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 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BC 470~399년경)는 서구문화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한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세 인물인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가운데 첫째 인물. 소크라테스는 자연에 관한 생각에 머물렀던 당시 철학의 초점을 인간생활의 성격과 행위를 분석하는 데로 옮겼고, “너 자신을 알라”는 질문으로 유명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집중했다.
그는 공직이 자신의 원칙과 타협하는 것이라고 보고 정치적으로 어느 편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도시가 숭배하는 신들을 무시하고 새로운 종교를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독배(毒杯)를 마시고 죽었다.
소크라테스는 가난과 세속적 평가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고, 세번 보병으로 참전한 전쟁에서 아군이 세가 불리해 후퇴할 때도 동료들을 추스려 가장 늦게 물러난 담대한 인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군중에게 영합하지 않았으며, 죽음으로써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소크라테스를 불러들인 ‘테스형!’은 나훈아씨가 평소 삶과 죽음 그리고 인과의 법칙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름에 ‘가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