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노부부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이유

태진아씨가 ‘노부부의 노래 ‘를 부르며 눈물을 참고 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태진아씨가 부른 ‘노부부의 노래’가 가슴을 저며온다. 듣기만 해도 온 몸이 먹먹해 진다.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온 세월
구름처럼 흘러간 내 인생아
낯 설기만한 하루 또 하루가 가고
이 내 쉴 곳은 사랑하는 당신뿐

세월 지나니 후회가 되오
좀 더 따뜻하게 해줄 것을
모두 다 주고 싶은데
남은 날이 너무 짧아

미안하오. 사랑하오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오
세월 지나니 후회가 되오

좀 더 따뜻하게 해줄 것을
모두 다 주고 싶은데
남은 날이 너무 짧아
미안하오 사랑하오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오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오

얼마 전, 집사람이 10여년 전 받은 허리수술이 도져 다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퇴원 후 집에서 회복을 하는 중인데 노쇠한 몸이 견디질 못하고 여간 힘들어하지 않는다.

우울증이 찾아왔는지 자꾸 눈물을 짓는데 보통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해로한 지 60년 모두가 내 탓만 같아 견딜 수가 없다.

혼인한 지 6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노부부가 있었다. 노부부는 모든 것을 나누었고,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서로 아무런 비밀이 없었다.

하나 예외가 있었는데 할머니의 장롱 맨 위에 보관하고 있는 구두상자였다. 할머니는 남편에게 절대로 열어보지도 말고 물어보지도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할아버지는 그 상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심하게 병이 났다. 의사는 할머니가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하였다. 함께 쓰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할아버지는 구두상자를 꺼내어 아내의 침대 곁에 갖다 놓았다. 할머니는 이제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남편에게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상자를 열자, 상자 안에는 코바늘로 만든 두 개의 인형과 95,000달러(1억원 상당)의 돈뭉치가 들어있었다. 할아버지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혼인할 때 어머니가 제게 일러주셨어요.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절대로 다투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남편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조용히 코바늘로 인형을 만들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너무나 감격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안간 힘을 썼다. 상자 안에는 겨우 두 개의 인형만이 들어 있었다. 그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아내가 자신에 대해 화가 난 적이 단 두 번밖에 없었다니! 할아버지는 너무나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는 물었다. “여보 인형은 이제 알겠는데, 이 돈들은 무엇이요. 어디서 난 돈이요?” “아……!” 한참 있다가 할머니가 말했다. “그 돈은 인형들을 팔아 모은 돈예요.”

바로 이 예화는 우리 부부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작년인가 88세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 87세 아내를 자기 승용차에 태우고 강으로 돌진, 동반자살했다는 방송뉴스를 들었다. 그 노인은 억대농부이며 같이 사는 자식도 곁에 둘이나 있었다.

억대노인이 왜 사랑하는 아내와 동반자살을 택했을까? 노인은 자신이 아내보다 먼저 죽으면, 병든 아내의 수발을 자식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결심을 했을 것이다. 노인이 남긴 유서에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슬픈 결심을 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유서에서 “미안하다. 너무 힘이 든다. 너희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매우 섭섭하다”고 썼다. “만약에 내가 먼저죽고 나면, 너희들 어머니가 혼자 요양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밤에 잠을 못 잤다. 그나마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결심했다”고 적혀 있었다.

자식과 손자들 이름을 또박또박 적으며 작별인사를 남겼다. 노인은 스스로 택한 죽음만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는 하루 이틀 생각하고 내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노부부의 인생비극을 접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노인들은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 하고, 상심하고, 눈물이 많아지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희망보다 절망적이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우리부부가 살아있는 그날까지 그간 집사람의 비밀구두상자에 쌓여 있는 코바늘 인형만큼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노인의 인생비극을 겪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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