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효과···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서 스마트폰까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나비효과’는 들어봤지만, 벌새효과(Hummingbird effect)는 낯설 것이다. 독일의 금 세공사 출신 구텐베르크(1394~1468)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책을 낼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성서를 읽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성서를 필사(筆寫)하던 수도사들이 할 일이 없어져 실직 신세로 전락한다. 기득권층의 권위를 손상시킨 구텐베르크는 결국 교회에 의해 쫓겨난다. 그 덕에 사람들이 책을 읽다보니 눈이 나빠지기도 했다. 책 때문에 종이 생산도 늘었지만 특히 안경 산업이 발달하게 된다.
이에 이단으로 몰린 스피노자(1632~1677)도 기득권 세력에 편입되지 못하고 안경알을 깎아 생계를 유지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 안경 수요 증가는 렌즈 개발로 이어지고, 렌즈 발달은 망원경과 현미경 개발로 이어진다.
망원경 발달로 갈릴레오(1564~1642)는 우주를 관측할 수 있었고, 현미경 발달로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던 세균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는 질병의 원인이 세균에 의한 감염임을 알게 되는 과학적 성과로 결실을 맺게 된다. 바이러스의 존재도 밝혀진다. 나아가 백신개발, 유리섬유, 광섬유, 통신망, 스마트폰 개발 등이 계속됐다.
이처럼 역사적·과학적 혁신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걸 벌새효과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베이컨의 말은 ‘과학을 아는 게 힘’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따져 들어가면 지금의 K-방역도 결국 구텐베르크에 의한 인쇄술의 발전과 연결돼 있다 하겠다.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어렵다. 특히 어떤 혁신이나 창조가 가져올 수 있는 중장기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주요한 혁신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효과를 ‘벌새효과’라는 이름으로 잘 정리한 책이 선을 보였다. 스티븐 존슨의 저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이다. 그 책에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을 요약 정리한 것이 있다.
첫째, 혁신적인 발명이 합리적인 예상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에 훨씬 폭넓은 변화를 끌어냈다. 혁신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지만, 그 혁신이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까지 끌어내게 된다. 이런 변화의 양상은 진화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둘째,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등장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독서라는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어 많은 사람이 ‘원시(遠視)’라는 걸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안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경의 수요가 증가하자 렌즈를 제작하고 실험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그 덕분에 현미경이 발명됐다.
셋째, 그러나 꽃과 벌새 사이에 작용한 관계는 다르다. 꽃과 벌새는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기관계는 물론 요구와 특성까지 완전히 다른 유기체이지만, 꽃이 벌새의 해부학적 특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논리적이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
넷째, 이 책에서는 이처럼 영향이 이상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결과, 이른바 ‘벌새효과’를 불완전하게나마 다룰 것이다. 한 분야의 혁신, 혹은 일련의 혁신이 완전히 다른 영역에 속한 듯한 변화를 결국에는 끌어낸다.
다섯째, 벌새효과는 다양한 형태로 일어난다. 예컨대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인터넷 혁명에서 보았듯이, 에너지나 정보의 공유가 크게 증가함으로써 지적, 사회적 경계를 쉽게 넘어버리는 변화의 파도가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든 경우처럼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벌새효과가 있다.
여섯째, 반면 인과관계의 흔적을 뚜렷하게 남기지 않아 파악하기 힘든 벌새효과도 있다. 시간, 온도, 질량에 관련된 어떤 현상을 판단하는 우리의 능력이 크게 약진할 때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한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일찍이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도 한국의 미래를 전망 하시면서 ‘조선이 갱조선(朝鮮更朝鮮)’이라 했다. 이는 곧 한반도의 이 작은 나라 한국이 앞으로 ‘도덕의 부모국, 정신의 지도국’으로 발전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