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죽음 애도하며 내생에라도 인격수행을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7월 9일 저녁,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신고를 접한 경찰이 북한산 일대에서 고인의 행방을 찾는다는 소식에 섬뜩한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박원순 시장과는 오래 전 필자와 짧은 인연이 있었다.
필자가 ‘원불교 청운회’ 사무총장 시절,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을 방문하고 우리 청운회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여 활발한 토론도 가졌다. 또 원불교에서 초청하여 강연회를 개최한 인연이 있어 내게는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쨌든 섬뜩한 예감이 적중해서인지 그날 자정 무렵 경찰에서 그의 극단적인 최후를 발표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나마 깊은 애도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깊은 명복을 빌며 이에 성주(聖呪) 3편을 올린다.
“永天永地 永保長生 萬世滅度 常獨路 去來覺道 無窮花 步步一切 大聖經···.”
고인은 위안부 국제전범재판 검사로 활약하며 대한민국 인권 운동사에 한 획을 남겼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낸데 이어, 아름다운재단을 창립하며 나눔과 기부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국정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서울특별시정을 경영하며 1000만 서울시민의 얼굴이 되었다.
고인은 2008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통해 몸소 생명나눔을 실천하였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대변해 왔다. 또 사회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앞장 서왔으며, 가장 먼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뛰어들어 시민과 함께했다. 비난과 반대도 수용하며 늘 낮은 곳에 위치했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그런 서울시장이 어찌 그리 무서운 선택을 하였을까? 살다보면 힘든 순간들이 참 많다. 더러는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을 때도 있다. 그리고 젊은 시절 스캔들 한 번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그럴 때마다 다 죽어버리면 살아남을 사람이 이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살다 보면 어느 날 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하늘을 향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느냐?”며 고함을 지르고 싶을 때도 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놈들은 모두 떵떵거리고 잘도 사는데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느냐고 항의하고 싶을 때도 있겠다.
그런데 그런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일이다. 단지 말을 안 하고 표현을 안 할 뿐이다. 그러니 내게 오는 고통이 있거든 모두가 겪는 고통을 내가 조금 일찍 겪는구나 하고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닌가?
권력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상(無常)하다. 결국 이러자고 수십 년 그 고생을 한 것은 아닐 터인데,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 그리고 지금 권력과 금력을 마구 휘두르며 사는 분들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희정·오거돈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광역단체장들이 왜 이러는 것일까? 그것은 인사·예산 독점, 제왕적 지위, 공무원들의 충성경쟁, 중앙정부·의회의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올해 4월 오거돈 전 시장에 이어 이번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이어 데리고 있던 전 비서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됐다. 지방의 소(小)왕국에서 제왕적 권력을 누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인지 감수성’도 낮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도덕성과 인격성의 결여가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가정이 안정되지 못한 사람이 어찌 밖에서 큰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집 한 채가 없어 공관을 내주면 가족들이 들어갈 집이 없고, 재산이 마이너스 6억원이라고 한다.
어쨌든 인격이란 사람으로서의 됨됨이 곧 품격이다. 도덕적 행위의 주체가 되는 개인이며, 사람이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다. 그리고 인격은 이성(異性)과 관련이 크다. 충동적 본능에 이끌리는 것을 이성(理性)으로 억제하면 사람답게 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인격은 의지와 관련이 있다. 실천의지는 이성(理性)을 빛내 비로소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지고, 인격은 갈고 닦을수록 훌륭해 진다. 결국 인격 도야는 혹독한 수행을 거쳐야 빛난다. 어쨌든 꽤 쓸 만한 인재 하나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고 만감이 교차한다.
부디 내생에라도 이생에 모자란 인격수행에 힘쓰기를 부탁하며 고 박원순 시장의 영원한 해탈 천도를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