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팔미’와 ‘음식 팔진미’

곰발바닥 요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인생팔미’(人生八味)라는 것이 있다. <중용>(中庸) 4장 2절에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마시지 않는 이가 없건마는 맛을 아는 이가 적다”(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음식에서만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맛이 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성대한 음식상에 갖춘다고 하는 여덟 가지 맛있는 진귀한 음식을 일러 팔진미(八珍味)라 하였다. 팔진(八珍)이란 기록은 춘추전국시대 주(周)나라 예법서 <주례>(周禮)에 처음 등장한다.

우리가 흔히 알려진 팔진요리는 ①곰 발바닥(熊掌) ②원숭이 입술(猩脣) ③사슴 힘줄(鹿筋) ④표범 태반(豹胎) ⑤잉어 꼬리(鯉尾) ⑥낙타 발굽(駝蹄) ⑦낙타 혹(駱峰) ⑧매미 배(蟬腹)다. 여기에 △용의 간(龍肝) △봉황의 골수(鳳髓) △모기 눈(蛟眼) △상어 지느러미 △제비집 △전복 등을 포함시킨다고 한다.

조선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중용>(中庸)에서 말한 ‘인생 팔미’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제1미, 음식의 맛.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닌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 ‘음식 미’다.

제2미, 직업의 맛.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는 ‘직업 미’다.

제3미, 풍류의 맛. 남들이 노니까 노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풍류 미’다.

제4미, 관계의 맛. 어쩔 수 없어서 누구를 만나는 것이 아닌 만남의 기쁨을 얻기 위해 만나는 ‘관계 미’다.

제5미, 봉사의 맛.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닌 봉사에 행복을 느끼는 ‘봉사 미’다.

제6미, 배움의 맛. 하루하루 때우며 사는 인생이 아닌 늘 무언가를 배우며 자신이 성장해감을 느끼는 ‘학습 미’다.

제7미, 건강의 맛. 육신만 아닌 정신과 육신의 균형을 가지는 ‘건강 미’다.

제8미, 인간의 맛. 자신의 존재를 깨우치고 인격을 완성해 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인간 미’다.

이같은 인생 팔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8번째 ‘인간미’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인생의 참맛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다. 나이만 먹는다고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일 가는 인간미는 어떤 것일까? 인간미는 어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친밀하고 정다운 인정의 느낌을 말한다. 결국 친화력이 인간미를 좌우한다. 친화력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남을 비평하고 비판하는 일을 삼간다.
둘째,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푼다.
셋째, 겸양이상의 미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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