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거울 속 화두 “만공! 70년 나와 동고동락하느라 수고 많았네!”
만공(滿空, 1871~1946) 스님은 조선과 일제 강점기 승려이자 독립운동가다. 한국 현대불교의 대선사로, 석가모니 이래 제76대 조사다. 속세의 성은 송(宋)씨로, 송만공으로도 부른다. 조선총독부 불교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조선 불교를 지키려 하였다.
또한 선불교(禪佛敎)를 크게 중흥시켜 현대 한국불교계에 큰 법맥을 형성하였다. 본명은 도암(道巖), 법명은 월면(月面), 만공은 법호다. 만공은 이론과 사변(思辨)을 배제하고, 무심의 태도로 화두를 구할 것을 강조하고 간화선(看話禪)의 수행과 보급에 노력하였다.
제자들에게 무자화두(無字話頭)에 전념할 것을 가르쳤다. 1940년대에는 덕숭산에 머무르며 선불교 진흥을 위해 힘쓰다가 1946년 예산 전월사에서 입적했다. 경허(75대)-만공(76대)-전강(77대)으로 법맥이 이어졌다.
1946년 10월 20일 거울을 보며 “만공! 70년 동안 나와 동고동락하느라 수고 많았네!”라고 중얼거린 뒤 잠들 듯이 열반에 들었다고 한다.
세수 75세, 법랍 62세, 사후 제자들에 의해 <만공어록>(滿空語錄)이라는 책이 편찬되었다. 만공선사에게는 여러 가지 일화(逸話)가 있다. 그 일화 중에 ‘만공의 거문고소리’는 사물을 분별(分別)하지 않는 호탕함이 있어 공유해 본다. 만공스님은 수덕사 초당에서 거문고를 즐겨 탔다.
어느 날 한 스님이 만공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거문고를 타면 마음이 즐거워집니까, 슬퍼집니까?” 마침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만공스님은 찻잔의 물을 가리키며 스님에게 되물었다.
“이 찻잔의 물이 깨끗한 것이냐, 더러운 것이냐?” “그야 깨끗한 것이지요.” “자 그럼 내가 마신 찻잔의 물은 나중에 오줌으로 나올 것이다. 그것은 깨끗한 것이냐, 더러운 것이냐?”
스님은 이번에는 더러운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만공스님은 그 스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을 이었다. “그 오줌이 땅에 젖어 물기가 되고 그 물기를 도라지가 빨아먹어 꽃을 피웠다. 그 꽃은 깨끗한 것이냐, 더러운 것이냐?” “그 꽃은 깨끗한 것입니다.”
만공스님은 스님의 대답에 빙그레 웃으면서 한 소리를 했다. “너는 물 한 잔을 가지고 깨끗했다 더러웠다 마음대로 바꾸는구나. 보아라. 물은 원래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것이 찻잔에 담기면 깨끗해지고 오물통에 담기면 더러워진다. 같은 물이라도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 것이니라. 거문고 가락도 슬픈 사람이 들으면 슬프게 들리고, 기쁜 사람이 들으면 기쁘게 들리는 것, 기쁘고 슬픈 것은 없는 것이다.”
어떤가? 진리는 하나다. 좋고 나쁘고, 예쁘고 밉고를 분별하는 것이 아니다. 만공스님은 존재의 본체를 마음, 자성(自性), 불성(佛性), 여여불(如如佛), 허공, 주인공, 본래면목(本來面目), 자심(自心), 일원상(一圓相 ○) 등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개인의 참된 본질이 우주 만물의 본체와 하나라고 보았다. 만공에 의하면 불교의 진수는 인간이 스스로 마음을 깨닫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가치 있는 삶도 이 깨달음을 성취함으로써 찾아진다고 보았다. 그는 수행을 통하여 차별이나 분별의 관념에서 벗어나면 편벽됨이 없이 두루 자유롭게 지혜와 자비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가르쳤다.
이렇게 분별의 관념에서 벗어나면, 그가 바로 부처이며 스승이라고 했다. 그는 자유와 자비를 구하는 수행법으로는 참선(參禪)을 으뜸으로 보았다. 그는 이론과 사변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념(無念)과 무심(無心)의 태도로 화두를 스스로 참구(參究)하는 간화선법(看話禪法)을 채택해 제자들에게는 항상 조주(趙州)의 무자화두(無字話頭)를 참구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는 참선을 위해서는 행자(行者)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보조적 요건도 필수적으로 구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환경과 배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견해를 처음으로 설파하였다.
만공은 참선의 보조 여건으로는 선지식(善知識)과 수도에 적절한 도량(道場), 함께 수도하는 좋은 도반(道伴)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만공스님은 이 세 가지 여건 가운데 ‘좋은 스승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쳤다. 속세에서도 역시 배경과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배경과 환경적 요인도 사람을 만든다고 본 것이다. 이제 만공의 오도송(悟道頌)을 알아본다.
空山理氣古今外
白雲淸風自去來
何事達摩越西天
鷄鳴丑時寅日出
공산의 이기(理氣)는 고금 밖이요
백운과 청풍은 스스로 가고 오는구나.
달마는 무슨 일로 서천을 건넜는고
축시에 닭이 울고 인시에 해가 뜨느니라.
수도승들에 대한 지도방법으로 침묵 또는 방망이질(棒), 할(喝), 격외(格外)의 대화와 동그라미 등 여러 방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다 열반한 만공스님의 열반송처럼 필자 ‘덕산’(德山)도 그리 초연하게 떠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