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바로 알기 17] 호치민 주석, 추석절 어린이들에 친필 편지

베트남 추석 뗏쭝투는 뗏티에우니(어린이날이란 의미)로도 불린다. 어린이들이 들고 있는 게 별등이다. <인사이드비나 http://www.insidevina.com>

[아시아엔=심형철·박계환·홍경희·조윤희·응우옌 티타인떰·응우옌 타인후옌 교사] 베트남의 추석은 한국처럼 음력 8월 15일이다. 1년 중 이때가 가장 하늘이 높고 날씨도 청명하다. 하지만 수확기가 대체로 가을인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은 온대기후에서 열대기후까지 보이므로 지역에 따라 1년에 여러 차례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추석이 추수 감사의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의 추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심지어 베트남 문화 연구자도 추석의 근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도이(??i)라는 절에 있는 비석에 따르면, 추석 의례는 리 왕조시대부터 수도인 탕롱(지금의 하노이)에서 정식으로 개최되었다. 다음으로 허우레 왕조부터 찐 정권 시대에 걸쳐 추석의례가 왕궁에서 정식으로 개최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전해지는 ‘꾸오이 아저씨’ 설화의 내용이 베트남 추석의 기원과 관련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꾸오이 아저씨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신기한 나무인 ‘다나무(느티나무와 비슷한 나무)’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꾸오이 아저씨가 집 밖으로 나갈 무렵, 집에 있던 다나무가 하늘로 날아갔다. 꾸오이 아저씨는 다나무가 날아가지 못하도록 뿌리를 잡았지만, 그는 나무와 함께 달 궁전으로 날아가 버렸다.

설화에 따르면, 다나무 잎은 1년 중 달이 가장 밝은 밤(8월 보름달)에 딱 한번 떨어진다. 바로 그날 베트남 사람들은 음식을 차리고 달을 보며 다나무 잎이 떨어져 달라고 기원한다.

현재 베트남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보름달을 보면서 달의 검은 점이 다나무 밑에 앉아 있는 꾸오이 아저씨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원래 베트남 추석에는 어른들이 달을 보며 과자와 차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추석은 점차 어린이를 위한 날로 변화되었고, 어린이를 위해 어른도 함께 참여하는 명절이 되었다. 따라서 베트남 사람은 추석을 ‘어린이를 위한 날’로 여긴다. 그렇다고 휴일로 지정된 명절은 아니다. 실제로 베트남에는 ‘국제 어린이날(6월 1일)’이 따로 있는데, 이날 또한 휴일은 아니다. 베트남 어린이는 ‘국제 어린이날’보다 추석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베트남 월병 <출처 인사이드비나>

이처럼 추석이 어린이를 위한 날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파티와 같은 상차림을 준비하는데, 보통은 예쁘게 꾸민 월병과 과자, 사탕, 자몽과 같은 여러 가지 과일을 차린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 음식으로 음양오행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과일과 노란 월병, 하얀 찹쌀떡을 차린다. 이 두 가지의 떡은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모양과 땅을 상징하는 네모 모양이다. 그리고 친척이나 동료, 친구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월병, 차, 와인 등을 준비한다.

이날에는 가족이 서로 돈독하게 애정을 표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다. 옛날에는 가면이나 별등, 사자 머리 같은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주었지만, 오늘날에는 길거리나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갖가지 장난감을 사서 준다.

특히 그중에는 별등이 빠지지 않는데, 이것이 베트남 추석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라마다 추석의 특징이 있지만, 별등이 있는 나라는 베트남뿐이다. 별등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베트남 사람은 별이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표현하는 것이라 믿었고, 별의 다섯 개 꼭짓점은 우주의 원리인 오행(금, 수, 목, 화, 토)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별등을 만들었으며, 그것이 귀신을 쫓아내고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현대에 와서는 2차 인도차이나전쟁(월남전)을 치르고 남북통일을 이룬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의 국기에 다섯 개의 꼭짓점을 가진 별을 새겼는데, 이는 다섯 인민(사농공상병)을 상징한다. 그래서 요즘 베트남 사람은 추석의 별등이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8월의 보름달에도 의미가 있다. 달빛이 노란색이면 그해 풍년이 들고, 파란색이면 재난이 생길 것이며, 밝은 주황색이면 나라가 평화롭고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특별한 날의 밤에 달이 높게 떠오를 때, 사람들은 서로 함께 먹고 마시며 딱지치기나 꼬리 잡기와 같은 전통놀이를 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또한 달을 중심으로 주변의 별이 함께 어우러져 떠 있다고 생각하여 추석 연등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농촌에서는 이웃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아이들을 위해 북과 징을 치면서 동네 주변을 도는 연등 행진을 한다. 그때 주민들은 모두 집 앞으로 나와 함께 응원한다. 매년 빈투언성 판티엣시에서는 길거리에서 1천 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등 행진을 개최하고, 뚜옌꽝성에서도 역시 여러 가지 모양의 큰 등을 들고 행진한다.

추석 축제 행사에는 아이들을 위한 사자춤, 용춤이 펼쳐지기도 하고 연극도 공연되는데, 보통 꾸오이 아저씨 역할로 베트남 전통 복장을 한 남자와 찌항이라는 달의 여신 역할로 공주처럼 아름답게 차려입은 여자가 출연한다. 아이들은 꾸오이 아저씨와 찌항을 매우 좋아해서 함께 놀이를 하고 춤을 추며 논다.

호찌민은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고귀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추석이 되면 호찌민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고 친히 편지를 써주었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추석이 되면 호찌민 주석을 기리기 위한 상을 차리며 그의 사진을 준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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