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국민 스포츠 ‘스모’ 인기 비결은?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일본의 국기(國技) ‘스모’(相撲)는 천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다. 키 167cm 이상, 몸무게 67kg 이상인 사람만 선수가 될 수 있다.

2018년 4월 스모와 관련한 다소 황당한 뉴스가 있었다. 스모 행사에 인사말을 하러 도효(土俵, 스모 시합판)에 올랐던 시장(市長)이 쓰러진 것이다. 그런데 응급처치를 하려고 도효에 여성 의료진이 올라갔는데 “여성은 내려가세요!”라는 장내 방송이 나왔다. 사람 목숨이 경각을 다투는 와중에 장내 방송이 무슨 대수인가? 시장은 여성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은 후 병원으로 옮겨져 무사했다고 한다.

스모는 원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의 하나였기 때문에 신성한 도효에 여성은 올라가면 안된다는 게 전통이다. 아마추어 스모의 경우에는 여성 스모선수도 있지만 프로 스모에서만큼은 여성 입장금지라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의 인식으로는 전통을 빙자한 성차별이란 생각도 들겠지만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도효 응급처치 사건을 계기로 스모협회가 ‘긴급 상황에는 여성도 예외적으로 도효에 올라갈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면서 한걸음 물러났다.

과거에는 여성이 경기 관람하는 것조차 금지했다는데, 앞으로는 여성 프로 스모경기를 볼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신성하다고 여기는 만큼 도효이리(土俵入り, 시합판 입장)라는 것부터가 거창하다. ‘도효이리’란 리키시(力士, 스모선수)가 도효에 등장하는 의식이다. 씨름의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스모 최고 계급인 요코즈나(横綱)는 도효이리 때 일반 마와시(まわし, 샅바)가 아니라 게쇼마와시(化粧まわし, 화려한 자수의 앞치마 모양의 복장)라는 마와시를 매고, 허리에는 시데(四手, 금줄 등에 매달아 드리우는 흰 무명이나 종이)를 늘어뜨린 두꺼운 밧줄(금줄)을 두르고 나온다.

경기 시작 때도 볼거리는 계속된다. 요비다시(呼出し, 선수를 호명하여 등장시키는 역할)가 스모선수를 호명하면, 선수는 도효에 올라 한발씩 번갈아 높이 들어 땅을 세게 구르는 시코(四股)라는 동작을 취한다. 준비운동도 되겠지만 땅의 악한 기운을 밟아 없앤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선수들은 다리 찢기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시코 자세를 소화할 수 있다. 육중한 다리를 하나씩 번쩍 들어올려 쿵쿵 땅을 밟는 모습에서는 위엄이 느껴진다.

시코 다음에는 치카라미즈(力水, 입에 머금어 힘을 내는 물)로 입을 헹구고 기요메 노시오(清めの塩, 부정을 쫓기 위해 뿌리는 소금)를 도효 위에 뿌려 부정을 쫓는 의식을 진행한다. 이어 도효에 그려진 시키리센(仕切り線, 도효중앙의 흰색 선) 앞에 서서 상대방을 마주보고 맞붙을 자세를 취한다. 시키리(仕切り, 자세를 취하는 것)는 제한시간이 있어 2~4분이 되면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 경기 시작 시간이 되면 교지(行司, 스모의 심판)가 굼바이(軍配, 교지가 경기 시작과 승패를 알리는 부채)로 표시를 한다.

승부의 판정은 도효 안에서 선수의 발바닥 이외 몸의 일부가 모래판에 닿거나 도효 밖으로 먼저 밀려나가는 선수가 지게 된다. 우리나라 씨름은 경기 도중 두선수 다 바깥으로 나가면 무효가 되는데 반해 스모는 누구든 먼저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쪽이 진다.

참고로 스모 기술에는 요리키리(寄り切り, 상대의 마와시를 잡고 밀어붙여 도효 밖으로 밀어내는 기술), 오시다시(押し出し, 손바닥이나 팔로 상대를 밀어내는 기술) 등 70가지가 있다.

공인 대회가 끝나면 반즈케(番付, 전체 선수들을 동, 서로 나눠 순위를 기록한 표)에 심판들이 경기 성적 등에 따라 새로운 순위를 기록한다. 여기 적히는 스모 선수들 이름은 본명이 아니라 시코나(四股名)라는 별명 같은 것으로 스모 선수로 입문하면 누구든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

‘스모 프로선수’ 중에서 주료 이상의 계급, 즉 세키토리 이상의 지위에 오르면 스모협회에서 정식 급여를 받게 된다. 주료 이상 선수 평균연봉은 2350만엔으로 약 2억4천만원, 최고 계급인 요코즈나의 연봉은 최저 3380만엔에 이른다. 월급 말고도 보너스, 각종 수당, 계급과 성적에 따라 받는 상여금, 기업이 지급하는 후원금 같은 것도 있다. 요코즈나 정도 되면 광고나 TV 출연 등으로 기타 수입이 생겨 소득이 상당하다.

스모선수들이 먹는 음식은 그것이 무엇이든 ‘창코’(ちゃんこ)라고 부른다. 선수들은 공복에 훈련을 하고 많은 양의 창코를 먹은 후에 낮잠을 자는 습관으로 살을 찌운다. 창코에서도 나베요리를 가리켜 ‘창코나베’라고 부르는데,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큰 냄비에 해산물, 고기, 채소 등을 넣고 폰즈 소스에 찍어 먹는 전골요리다. 우리나라에도 창코나베를 파는 식당이 있다.

일본 국기관(国技館)에서 열리는 스모 경기는 도효에 가까운 지정석이 한화 15만원 가량이다. 경기 중에 선수가 떨어지면 다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깝다. 자유석은 22,000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스모는 인기 스포츠여서 당일 입장권을 사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한다.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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