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로 알기] 신세대 ‘링링허우’와 바링허우, 져우링허우 그들은?

중국 신세대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중국의 링링허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중국에 대한 지식이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산아제한 정책, 즉 개혁개방 실시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바링허우(八零后·80后, 80년대에 출생한 세대), 져우링허우(九零后·90后, 90년대에 출생한 세대), 링링허우(零零后·00后, 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로 나누어 부르고 있다.

링링허우는 바링허우, 져우링허우에 이어 21세기 첫 10년(2000~2009년)에 태어난 신세대를 가리킨다. ‘밀레니엄 세대’라고도 한다. 그들의 부모는 기본적으로 그동안 중국의 소황제(小皇帝)나 소공주(小公主)로 불렸던 바링허우가 대부분이다.

링링허우는 중국 정부의 ‘1가구 1자녀 낳기 정책’이 폐지되기 전 태어난 마지막 소황제 세대인 셈이다. 최근 대학에 들어가기 시작한, 경제적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이 세대들이 움직일 나이에 대비해 중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분석이 일찌감치 진행되었다.

10년 간 링링허우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5부작 다큐멘터리 영화 <링링허우>가 제작·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감독이 2006년 여름, 한 유치원에서 10여명의 천진난만한 링링허우 아이들을 보다가 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 그들의 미래는 어떠할 지가 궁금해져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 동안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모습을 빼놓지 않고 담았다고 한다. 제작팀은 지금도 그들이 어떻게 사춘기 난관을 돌파하고, 어떻게 미래를 선택하는지 카메라에 담고 있다고 한다.

중국 신입생 환영회

링링허우의 일반적인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링링허우는 어릴 때부터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의 생활에서 휴대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중국에서는 바링허우가 청소년일 때 중국이 정보화시대가 되었고, 져우링허우는 어릴 때 인터넷시대에서 자랐고, 지금의 링링허우는 모바일인터넷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모바일에 익숙하고 모바일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이들을 ‘모바일인터넷원주민’(移动互联网原住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명칭이 말해주듯 중국청소년연구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링링허우의 휴대폰 소지율은 64.6%로, 져우링허우가 청소년일 때와 비교해 약 8배에 달한다.

한편 링링허우의 30%는 휴대폰으로 공부를 하고, 매일 평균 7.5번, 1회 평균 15분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휴대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촬영과 자료 검색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의 2017년 통계에 의하면 중국인의 하루 평균 휴대폰 사용 시간은 3시간 3분으로, 브라질의 4시간 48분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 모바일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모바일 채팅 앱인 ‘위챗(Wechat)’이다. 하지만 <제몐>(界面) 보도에 따르면 링링허우는 위챗보다는 ‘QQ’라는 SNS의 사용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링링허우는 개성과 취향이 뚜렷하고 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몹시 강해 QQ의 다양한 대화창 설정, 디자인 스킨, 이모티콘, 폰트 등이 그들의 취향을 사로잡았다고 분석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취미를 채팅방에서 이모티콘이나 짤로 대화하는, ‘더우투(斗图)’라고 말하는 링링허우들도 있다. 또 92.8%가 ‘정신이 건강해야 행복하다’고 응답할 정도로 링링허우는 이전 세대에 비해 정신건강을 중요시 한다. 그들은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물질보다는 지식과 재능, 정신건강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그것을 통한 성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링링허우는 모바일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세대인 만큼 인터넷 기반의 애니메이션·만화·게임·소설·뷰티 등의 문화산업에서도 영향력 있는 핵심 소비자로 여겨진다. 그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모바일 콘텐츠 사용빈도가 높고, 유료 콘텐츠 구매에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아동·청소년의 소비능력은 용돈과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중국 청소년연구센터에 따르면 져우링허우의 최고 연령이 15세였던 2005년에 85%는 하루 용돈이 10위안 이하였고, 50위안 이상인 져우링허우는 1%에 불과했던 반면, 현재 용돈이 50위안 이상인 링링허우는 7.5%에 달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중국 경제시장이 아동·청소년들의 강력한 소비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바링허우와 져우링허우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 링링허우의 시대가 왔다. 링링허우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이미 뚜렷한 성과를 거둔 후에 태어났고, 성인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 소비시장이 링링허우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성장환경이 다르고 각자의 성장과정은 복제할 수 없는 것인데도, 중국사람들은 링링허우라는 세대 집단의 DNA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모바일 인터넷 원주민으로 △국제화 △독립성 △높은 개성 △넓은 시야 △탈권위 지향성 △고난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세대 차이와 ‘고생 모름’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지만, 링링허우도 그 이전 세대들처럼 성장통에 직면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성장하고 있고, 이제 중국의 미래 주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