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살①] ‘한중일 문화’···그 공통점과 차이점

판소리

[아시아엔=서형규 황가영 안주영 심형철 이희정 교사] ‘한중일’은 한국, 중국, 일본을 한꺼번에 간단히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中日韩’(Zhōng Rì Hán, 중르한), 일본에서는 ‘日中韓’(にっちゅ うかん, 닛추칸)이라고 말한다. 세 나라 모두 자기 나라 이름을 맨 앞에 놓는다.

그런데 한중일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서 CJK(Chinese-Japanese-Korean)라고 부른다. 어떻게 부르든 우리와 인접한 중국과 일본은 지리적 여건상 서로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고받게 되었다.

한중일 문화는 공통점이 많으면서도 미묘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한중일 3국의 공통분모로는 △한자 △쌀 △불교와 유교 △젓가락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왔다. 대표적으로 한중일은 모두 한자문화권으로 한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형체와 쓰임, 발음이 다르다.

또한 동일한 유교문화권에 속하지만 나라별 사상적, 종교적 차이는 매우 뚜렷하다. 한중일의 문화적 차이를 통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 나라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음식문화로 한중일 세 나라의 음식은 ‘쌀’이라는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중국은 땅이 워낙 넓어서 쌀이 주식인 남방 지역에 국한된다. 북방 지역 사람들은 주로 밀을 먹는다. 쌀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 나라의 생활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음식문화로 발전해 왔다. 한국은 밥과 국을 기본으로 하고 반찬을 곁들인다. 다시 말해 따끈한 밥에 뜨끈한 국 한 그릇이 기본인 셈이다.

중국은 대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주로 볶음요리를 각자 그릇에 덜어 먹는 문화로 발전했고, 일본은 섬나라답게 해산물 위주의 식문화가 발전했다.

식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인 젓가락의 형태도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주로 금속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반찬인 고기, 김치 등을 쉽게 집을 수 있도록 각진 네모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중국은 멀리 놓여있는 요리를 덜어 먹기 편하게 길이가 길고 끝이 둥근 젓가락을 사용한다. 그리고 해산물을 즐겨 먹는 일본은 생선 가시를 쉽게 발라낼 수 있는 끝이 뾰족한 나무젓가락을 주로 사용한다.

둘째, 공연예술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공연예술은 ‘창극’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창극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판소리라 장르가 있다.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과 한 명의 고수(북치는 사람)가 공연하는 데 반해 창극은 여러 명의 소리꾼이 나와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극적 요소가 가미된 종합 무대 예술이다.

베이징 오페라(경극)

우리나라에 창극이 있다면 중국에는 경극(京劇), 일본에는 가부키가 있다. 일명 ‘베이징 오페라’라고도 불리는 경극은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발달해 경극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노래, 대사, 동작, 무술동작의 요소가 들어간 종합예술이다.

일본의 가부키는 ‘제멋대로 흔들며 춤추다. 기발한 옷차림을 하다’는 뜻을 가진 ‘가부쿠’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가부키 또한 음악과 무용, 기예가 가미된 일본의 전통 종합 예술이다.

일본 가부키

셋째, 명절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 하면 설날이 떠오른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의 첫날을 맞이하는 이날을 한중일 세 나라에서 모두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설빔을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하는 풍습이 있다. 웃어른은 손아랫사람에게 한해를 보내는 데 힘이 되는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건넨다. 그리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떡국을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한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 온 가족이 모여 교자(만두)를 빚고 자정이 되면 액운을 쫓기 위해 폭죽을 터뜨린다. 최근 폭죽 소리와 화재 위험, 쓰레기 문제 등으로 대도시에서는 폭죽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다. 새해 첫날에는 만들어 둔 교자를 해 먹고 평소 만나지 못했던 친지들을 만난다.

중국의 설은 춘제(春節)라고 하는데 법정 공휴일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일주일 이상 쉬기 때문에 중국 전역에서 수억명의 인구가 이동한다. 기차역마다 사람들로 발 딛을 틈도 없고, 그야말로 귀성 전쟁이다.

일본의 설은 오쇼가츠(お正月)라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복을 기원하기 위해 소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가도마츠라는 장식품을 집 앞에 세워둔다. 또 절이나 신사에 찾아가 새해 소원을 빌기도 한다. 일본에도 떡국이 있다. 오조니라고 부르는데 맑은 장국이나 된장국에 떡을 넣는다.

넷째, 숫자와 관련된 풍습이 있다. 한국인에게 “싫어하는 숫자는 무엇인가?” 물으면 대부분 “4”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서다. 이 숫자는 중국인과 일본인도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도 ‘4’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해서 죽음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숫자는 뭘까? 이건 나라마다 다른데,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3’을 좋아한다. 전통 한국 음악에 3박자가 많고, 옛날 이야기에도 삼신할매가 등장하는가 하면 ‘삼’이 들어간 기업명도 많다. ‘3’은 천지인(天地人)이 하나로 완성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럭키 세븐의 ‘7’도 좋아한다. 이건 서양 문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중국 사람은 ‘8’ 사랑이 지극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에 열렸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중국에선 ‘8’이 많이 들어간 차량 번호판이 고가에 팔린다. 중국어로 ‘돈을 벌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
가 ‘发财(fācái)’인데, ‘发(fā)’의 발음이 숫자 ‘8’의 발음인 ‘bā’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8’을 열렬히 좋아하는 이유다.

‘8’ 이외에 중국 사람들은 ‘9’도 좋아한다. 과거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는 이 숫자는 ‘오래다’라는 의미를 가진 ‘久(jiŭ)’와 발음이 같아서 장수와 관련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같이 서양의 영향으로 ‘7’을 좋아하고, ‘8’도 좋아한다. ‘8’을 나타내는 한자 ‘八’이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모양으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같은 듯 다른 세 나라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중일의 속담과 사자성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다.

먼저 속담의 경우 한국의 “소 귀에 경 읽기”는 중국에선 “소를 마주 대하고 거문고를 탄다”, 일본은 “말 귀에 염불”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중국에선 “박 심은 데 박 나고 콩 심은 데 콩 난다”로, 일본은 “개구리 새끼는 개구리”라고 표현한다.

사자성어의 경우 같은 사자성어가 다른 뜻을 갖는 게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한국에선 ①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차별만을 알고 그 결과가 같음을 모름의 비유 ② 간사한 꾀를 써서 남을 속임을 이르는 말로 통하지만 중국에선 ① 총명한 자는 꾀를 잘 쓰고 어리석은 자는 상황을 잘 분간하지 못한다. 꾀를 써서 남을 속이다. ② 변덕스러워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을 지닌다.

일본에선 ① 눈앞의 차이에만 구애되어 그 결과가 같음을 모름. ② 그럴듯한 말로 남을 속임 등의 속뜻을 품고 있다.

뜻은 같은데, 조금씩 다른 사자성어도 있다. 즉 “선악에 따라 현재의 행과 불행이 있고, 현세에서의 선악의 결과에 따라 내세에서 행과 불행이 있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한국에선 因果應報(인과응보)로 표현하지만, 중국은 因果报应(인과보응, yīnguǒ-bàoyìng), 일본은 因果応報(いんがおうほう)라고 쓴다.

“입은 다르지만 하는 말은 같다”는 뜻을 지닌 성어로 한국은 異口同聲(이구동성)을 사용하지만, 중국은 异口同声(yìkǒu-tóngshēng), 일본은 異口同音(いくどうおん)으로 표현한다.

“풍채나 기세가 위엄 있고 떳떳함”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어로 한국은 威風堂堂(위풍당당), 중국 威风凛凛(위풍늠름, wēifēnglǐnlǐn), 일본 威風堂堂(위풍당당, いふうどうどう)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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