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고시엔 스타도 배출, 학교생활 백미 ‘부카츠’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지금은 베트남을 읽을 시간>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등 저자 외] ‘하이큐’, ‘슬램덩크’, ‘테니스의 왕자’와 같은 만화는 모두 학교에서 하는 운동과 관련이 있다. 각각 배구, 농구, 테니스를 하면서 주인공이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만화다.
학교에서 운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우리는 흔히 ‘운동부인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에선 취미로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으로 운동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동아리 활동을 일본어로는 부카츠(部活)라고 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동아리 활동이 배정되어 있어서 한달에 2~3시간 정도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일본의 부카츠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자율적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흥미나 관심이 있는 부카츠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원하는 부카츠가 없으면 5~10명 정도의 부원을 모집하고 지도교사만 모시면 어렵지 않게 새로운 부카츠를 만들어서 활동할 수도 있다. 부원도 학생들이 직접 뽑고, 연습도 스스로 한다. 운동 관련 부카츠는 체육을 전공한 선생님을 지도교사로 정하는데 만약 전공자가 없을 경우에는 운동에 관심 있는 선생님이 담당하기도 한다.
학교에는 부카츠 상황 게시판이라는 게 있어서 오늘 부카츠를 하는 부서는 어디에서 활동을 하는지, 또 지도교사와 대표학생은 누구인지가 적혀 있다. 아무래도 방과 후에 열리니 지도교사가 있는 편이 안전하겠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는 부카츠 활동을 위한 음악 연습실이나 체육관, 운동장,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부카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 거다.
우리나라의 서울시교육청에 해당하는 도쿄도교육위원회에서는 부카츠 활성화를 위해 매년 종합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지도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 지도자양성강습회를 실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부카츠 활동은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고 인내심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들과 더불어 여러 활동을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여러 체험을 하면서 시야를 넓힐 수도 있다. 운동부는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할 수도 있고, 집단생활을 통해 책임감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업과 취미를 병행하며 자기관리법을 배울 수도 있다.
이렇게 장점이 많으니 자율적으로 하는 활동인데도 참여율이 80%가 넘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특히, 일본인에게 학창시절의 추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방과 후에 한 부카츠 활동, 문화제 참여, 체육대회 등을 떠올린다고 한다.
부카츠의 종류로는 체육계 부카츠로 농구, 배구, 럭비, 축구, 테니스, 야구, 골프, 탁구, 배드민턴, 검도, 궁도, 수영, 육상, 가라데, 스모, 스키 등이 있다. 문과계로는 장기, 바둑, 연극, 사진, 천문, 역사, 고고학, 방송 등의 부카츠가 있으며 합창, 관현악부와 같은 음악계 부카츠도 있다.
생물이나 물리 같은 과학계 부카츠까지 다양해서 관심 있는 분야의 부카츠에 가입할 수 있다. 방과 후에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실력을 쌓은 후 문화축제 등을 통해 기량을 뽐내기도 한다.
한편 일본 교육위원회에서는 야구, 육상, 수영, 검도, 체조, 배구, 농구, 축구, 유도, 가라데 등 총 33종류의 전국 고등학교 종합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는 많은 학생들이 부카츠를 통해 쌓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 중에는 만화책 등에서 많이 본 전국고교야구대회인 고시엔(甲子園)도 포함돼 있다.
대학입시에서 스포츠 추천제도가 있는 대학도 있고, 일반 면접에서도 부카츠 활동을 했는지,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물어 보면서 학생의 인성을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부카츠 활동 경험이 취업할 때 플러스 요인이 된다.
일본의 부카츠는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고 적성과 진로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