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로 알기]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된다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이제는 중국을 읽을 시간> 등 저자 외] 중국인이 많이 다니는 서울 명동 같은 곳에 있는 상점 입구는 사진과 같은 스티커가 대부분 붙어 있다.

“이 상점에서는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표시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라는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에 돈을 넣어두고 결제가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한다. 보통 오프라인 결제 상황에서는 QR코드를 스캔해서 결제하고, 온라인 결제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결제 시스템이 있는데, 제로페이 같은 스마트폰 간편 결제 시스템과 같다. 한국에선 워낙 카드결제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간편 결제 시장이 그렇게 크게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현금 결제 시스템에서 카드결제 시스템을 생략하고 바로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으로 직행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폰 결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현재 중국은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가게는 있어도 스마트폰 결제가 안 되는 가게는 거의 없을 정도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당·슈퍼마켓·각종 상점, 나아가 노점상까지도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하다. 걸인마저도 QR코드를 들고 다니면서 구걸을 한다. 결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도 스마트폰으로 일원화되어 식당에선 테이블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메뉴판이 스마트폰에 뜨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주문한 다음 식사 후 다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가게도 많다.

대중교통 승차권도 통합되어서 지하철을 탈 때에도 개찰구에 QR코드를 찍으면 탑승이 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대도시에서는 스마트폰 없이는 택시를 잡는 것조차 어렵다. 우리나라에도 시행되고 있는 콜택시 어플리케이션이 중국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니 길거리에서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택시가 서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택시는 빈 차라도 누군가 이미 콜을 한 택시이기 때문이다.

앱으로 콜을 하고, 앱에서 목적지를 설정하고, 앱 안에서 결제를 통해 요금도 정산하는 까닭에 택시기사와 단 한 마디도 섞지 않고 택시를 이용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또 최근엔 중국인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기 시작해서 스타벅스 체인점이 많이 늘어났는데, 스타벅스에서도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쓰는 알리페이의 경우에는 중국대륙뿐 아니라 말레이시아나 나리타공항, 간사이공항의 스타벅스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스마트폰 결제는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일이 된 11월 11일 광군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구매를 한다. 2017년 광군제에는 알리페이 이용이 가장 활발할 때 1초당 4200만건의 결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우리의 설날과 같은 명절인 춘제에 보내는 세뱃돈도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이 때문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는 중국인이 참 많아졌지만, 결정적인 흠이 하나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에 모든 정보를 넣어 다니는데다 신고는 전화로 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카드와 계좌 분실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그야말로 멘붕이다. 그리고 아직은 중국 국내 은행에서 발행한 계좌와 카드만 결제 시스템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사용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중국과 무역거래를 하거나,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구를 하려는 사람들 혹은 중국에 배낭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데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 알리페이 같은 경우 비자나 마스터 같은 글로벌 카드업체와 제휴를 맺고 사업을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도 지자체에서 만들어 추진하는 제로페이뿐 아니라 각종 핀테크 기술이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 중국의 스케일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IT 발전이 어디까지 가게 될까? 상호 보완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편한 세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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