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바로 알기 16] “씬짜오, 베트남!”의 잔잔한 감동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베트남항공을 탈 때 이륙하고 착륙할 때 흘러나오는 노래를 유심히 들어보면 맑고 고운 음색의 노래가 나온다. 노래 제목은 ‘헬로 베트남(Hello Vietnam)’이다. 가수 이름은 팜꾸인아인(Ph?m Qu?nh Anh)으로, 베트남계 벨기에인이다.
그녀의 삶은 노래 가사와 비슷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베트남의 대지와 하늘을 늘 그리워하며 살았다. ‘헬로 베트남’은 원래 그녀가 2006년 ‘봉주르 베트남’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어로 부른 노래다. 이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자, 2년 뒤인 2008년에 영어로 가사를 바꾸어 ‘헬로 베트남’으로 재발표했다.
이 노래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부른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 이 노래는 베트남의 국민 가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노래를 계기로 팜꾸인아인은 2008년에 난생 처음으로 그리운 조국의 땅을 밟게 되었다.
이 노래는 별 생각 없이 무심하게 들으면, 그저 그런 노래일 수도 있지만, 가사의 의미를 알고, 베트남 역사를 이해하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가사가 다소 길지만, 한번 음미해보자.
Hello, Vietnam (노래 팜꾸인아인)
Tell me all about this name, that is difficult to say
It was given me the day I was born.
이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 그 모든 것에 대해 말해줘.
태어나면서 내게 붙여진 그 이름.
Want to know about the stories of the empire of old.
My eyes say more of me than what you dare to say.
지난 옛 왕국의 전설들을 알고 싶어.
너의 말보다 내 눈동자가 나를 더 많이 알려주네.
All I know of you is all the sights of war.
A film by Coppola, the helicopter’s roar.
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전쟁 장면들뿐.
코폴라 감독의 영화 속 헬리콥터의 굉음처럼.
One day I’ll touch your soil.
One day I’ll finally know your soul.
One day I’ll come to you.
To say hello, Vietnam.
언젠가는 네 땅을 어루만질 거야.
언젠가는 네 영혼을 끝내 알아내고 말 거야.
언젠가는 네게 갈 거야.
안녕, 베트남이라고 말하기 위해.
Tell me all about my colour, my hair, and my little feet.
That have carried me every mile of the way.
내 피부색, 내 머리카락, 내 조그만 발에 대해 말해줘.
내가 밟아 온 인생길마다 늘 함께해온 것들에 대해.
Want to see your house, your streets.
Show me all I do not know.
Wooden sampans, floating markets, light of gold.
네가 사는 집, 동네 길거리를 보고 싶어.
미처 내가 알지 못한 것, 모두를 보여줘.
나무 나룻배, 수상 시장, 금빛 등불
All I know of you is all the sights of war.
A film by Coppola, the helicopter’s roar.
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전쟁 장면들뿐.
코폴라 감독의 영화 속 헬리콥터의 굉음처럼.
One day I’ll touch your soil.
One day I’ll finally know your soul.
One day I’ll come to you. To say hello, Vietnam.
언젠가는 네 땅을 어루만질 거야.
언젠가는 네 영혼을 끝내 알아내고 말 거야.
언젠가는 네게 갈 거야. 안녕, 베트남이라고 말하기 위해.
And Buddhas made of stone watch over me.
My dreams, they lead me through the fields of rice. In prayer, in the light, I see my kin.
I touch my tree, my roots, my begin.
One day I’ll touch your soil.
One day I’ll finally know your soul.
One day I’ll come to you.
To say hello, Vietnam.
돌로 만든 불상들은 나를 보살펴주고
내 꿈들은 벼들이 자라는 들녘을 따라 나를 이끄네.
불빛 속에서 기도하는 내 동포를 보며
내 나무, 내 뿌리, 내 시원(始原)을 느끼네.
언젠가는 네 영혼을 끝내 알아내고 말 거야.
언젠가는 네 영혼을 끝내 만나게 될 거야.
언젠가는 네게 갈 거야.
안녕, 베트남이라고 말하기 위해.
One day I’ll walk your soil.
One day I’ll finally know my soul.
One day I’ll come to you.
To say hello, Vietnam.
To say hello, Vietnam.
To say xin ch?o. Vietnam
언젠가는 네 땅을 걸을 거야.
언젠가는 네 영혼을 끝내 알아내고 말 거야.
언젠가는 네게 갈 거야.
안녕, 베트남이라고 말하기 위해.
안녕, 베트남이라고 말하기 위해.
씬짜오, 베트남이라고 말하기 위해.
가사와 가수의 사연을 알고 들으면 정말 애절하다. 하지만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 팜꾸인아인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담담하게 부른다. 그래서 듣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노래 마지막 부분의 “씬짜오(xin ch?o)”는 “안녕하세요”의 의미인데, 이 부분에서는 콧등이 시리고 눈물이 핑 돌기조차 한다.
가사만 보면 지극히 베트남 사람들을 위한 노래일 뿐인데, 왜 전 세계인의 큰 사랑을 받고 있을까? 그것은 단순히 한 인간으로서의 연민이라거나 가수의 아름다운 가창력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아시아의 약소국으로서 제국주의 침략과 수난, 식민지의 설움, 이념 갈등과 동족 간의 전쟁,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등진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서러움이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특히 베트남의 역사는 우리와 너무나 닮았기에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우리 민족도 비슷한 역사를 온몸으로 헤쳐왔기에 ‘헬로 베트남’을 ‘헬로 코리아’로 바꾼다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1975년, 기나긴 전쟁 끝에 베트남은 통일되었지만, 100만 명에 이르는 수많은 베트남인이 조국을 등지고 보트피플이 되었다. 고국을 떠나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베트남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차별과 고통을 견뎌내며 살아야 했을까? 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얼마나 많은 날을 눈물로 지새웠을까? 그러면서 베트남 사람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꿋꿋하게 현실과 맞섰을까?
상상하기 힘든 그들의 아픔과 그리움, 정체성 등이 바로 ‘헬로 베트남’이라는 노래 한 곡에 고스란히 이입되었던 것이다.
모든 베트남 사람에게, 그리고 그들처럼 수난의 역사를 꿋꿋하게 헤쳐온 모든 나라의 사람에게 따뜻하게 이 한마디를 전하고 싶다.
“씬짜오, 베트남!”
원곡 부르는 가수하고 기사에 올린 시잔의 가수가 두 다른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고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