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바로 알기⑭] 세상에서 가장 비싼 닭 ‘동따오’
[아시아엔=심형철·박계환·홍경희·조윤희·응우옌 티타인떰·응우옌 타인후옌] 인간이 식용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가축은 돼지이고, 그 다음은 닭, 소, 양의 순서다. 이 가운데 양은 짧은 풀을 먹는 동물로, 건조지대나 고산지대에서 주로 사육되고 소비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몽골 등이 대표적인 나라다.
그에 반해 위가 4개나 있어 길고 억센 풀을 소화시킬 수
있는 소, 땀샘이 없어 그늘지고 축축한 환경을 좋아하는 돼지는 습윤지대에서 주로 사육된다. 미국, 브라질, 중국 등이 주요 사육지다.
닭은 어떨까? 전 세계에서 개체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는 바로 닭이다. 닭은 깃털이 있어 추운 날씨를 견디고, 맨살로 드러난 볏과 육수(肉須, 부리 아래의 늘어진 피부)는 많은 양의 혈액이 흘러 빨갛다. 그리고 그만큼 체온 조절 기능도 우수하다. 그래서 닭은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가장 널리 분포한다.
닭의 기원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으나, 기원전 6000~8000년 즈음에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 지대에 서식하던 적색 야생 닭이 가축화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지리적으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 속하므로 닭과 관련된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오래되었을 수도 있다.
소는 대체로 새끼를 1년에 한 번 한 마리를 낳고, 30개월 정도의 사육기간이 지나야 식탁에 오를 수 있다. 돼지는 1년에 두세 번 새끼를 출산하는데 한 배에 8~20마리를 낳는다. 그리고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6개월의 사육기간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닭은 1년에 최소 150개 이상의 알을 낳는데, 부화한 병아리는 1개월 정도의 사육기간이 지나면 식탁에 오를 수 있다. 게다가 알도 먹을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닭은 전 세계에 가장 흔하고 널리 사랑받는 가축이다. 또한 가난한 사람도 가질 수 있는 서민용 가축이기도 하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닭은 아주 친근한 가축이며, 문화적으로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09년 하노이에서 열린 제3회 실내아시안게임(Asian Indoor Game)의 마스코트로 닭이 선정될 정도였다. 문화적으로 동아시아권인 베트남도 12간지를 쓰는데, 닭띠인 사람은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강직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민속놀이 중에 닭싸움은 11세기 리 왕조부터 생겼다고 한다. 베트남 속담이나 숙어에도 닭과 관련된 표현이 여럿 있는데, “수탉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내 없이 홀아비가 아이를 키우는 딱한 사정을 의미하고, “닭이 쓴 글씨 같다”는 악필을 뜻한다.
요즘 한국은 치맥(치킨에 맥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튀긴 닭 요리와 시원한 맥주의 조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백숙이나 삼계탕과 같이 삶는 전통 닭 요리는 특별한 날 먹는 전통 보양식으로 여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아직 삶은 닭 요리가 더욱 일반적이다. 전통적으로 ‘삶은 닭고기’는 편안함과 행복의 상징으로 전해지며, 순조로운 출발과 가득한 행운을 의미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설날, 결혼식, 약혼식, 제사, 장례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 삶은 닭고기는 빠질 수 없는 의례용 음식이다. 베트남에서는 의례용 닭고기로 교미를 하지 않은 수탉을 쓰는데, 청결과 강건함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사상에는 삶은 닭을 자르지 않고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린다.
설날 차례상에 올리는 닭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물고 두
날개와 고개를 번쩍 올린 모습으로 차린다. 붉은색은 행운과 재물을, 펼친 날개는 수탉이 우렁차게 울어 태양을 깨우는 모습으로 일 년 내내 가정에 빛을 비추라는 의미를 지닌다.
베트남에는 고유의 닭고기 삶는 비법이 있다. 닭을 차가운 물에 먼저 넣어 삶고, 생강을 함께 넣으면 향이 더 좋아진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10~20분쯤 기다려 뜸을 들인 후 닭고기를 건져 바로 차가운 물(얼음이 있으면 더 좋음)에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닭가죽이 탄탄하고 고기가 퍼지지 않는다.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삶은 닭고기를 먹기 좋게 자른 후 얇게 썬 레몬 잎을 닭고기 위에 뿌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삶은 닭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소금, 레몬 잎과 레몬 즙, 후추를 함께 섞어 만든 양념에 찍어 먹는 것이다.
삶은 닭 요리 외에 야채와 함께 끓여 먹는 러우가 요리를 흔히 볼 수 있다. ‘러우가’는 샤브샤브와 비슷한 요리인데, 육수에 토막 낸 닭과 토마토, 표고버섯, 뿌리 야채 등을 넣고 끓이면서 신선한 각종 채소를 듬뿍 올려서 건져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진하게 우러난 국물에 라면이나 국수를 삶아 먹는다. 이때 맥주나 음료수 등을 곁들여 먹는데, 러우가는 보통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단체 요리다.
그런데 베트남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닭이 있다. 그것은 베트남의 자존심 ‘동따오 닭’이다. 2016년 동따오 닭 한 쌍의 값이 1억동(약 500만원)에 이른 적이 있을 정도다. 최고 가격의 폭은 때에 따라 들쭉날쭉 하지만, 동따오 닭고기 1kg은 보통 50만동(약 2만5천 원)이고, 선물용이나 명절용은 200만동(약 10만원)에 이른다.
이 닭은 하노이 인근의 흥옌 지역 동따오 마을이 원산지로, 베트남 순수 토종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보통의 닭과 비슷하지만, 다리가 매우 굵어 성인의 팔뚝만하다. 생긴 모습만큼이나 성질도 특이하기에 좁은 닭장에 가둘 수 없으며, 온도 변화에 민감하여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는 데도 제한적이다. 그리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1년 이상의 사육기간이 필요하다. 달걀도 보통 닭보다 적게 낳으며, 부화도 사람 손을 필요로 할 만큼 어렵다.
무엇보다 동따오 닭은 그 맛이 일반 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옛날에는 오직 왕만이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고급 레스토랑의 특별 요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다리가 매우 맛있는데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