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살②] ‘아리랑’과 中 ‘첨밀밀’의 사랑과 이별

가야금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저자 외] 2018년 크게 히트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우리는 잊었던, 혹은 몰랐던 영국 그룹 퀸에 열광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그들의 노래가 다시 사랑받게 되었다. 이처럼 예전에 사랑받았던 노래를 영화의 모티프로 삼는 것은 영화를 제작할 때 종종 있는 일이다.

중국에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다. 물론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가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는 아니지만, 유명한 노래 제목을 영화 제목으로 그대로 사용한, 「첨밀밀(甜蜜蜜, 1997)」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첨밀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중국어 발음은 ‘톈미미’다. 이 영화의 OST에 수록된 「톈미미」라는 노래를 영화 주제가로 처음 접한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톈미미」라는 노래는 영화가 나오기 한참 전인 1979년 덩리쥔(鄧麗君)이라는 가수가 불렀다.

덩리쥔이라는 가수는 중국의 국민가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히 유명하다. 그래서 가수 덩리쥔이 죽은 다음 해에 이 노래를 모티프로 영화 「톈미미」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톈미미~ 니 샤오더 톈미미~~ ’ 이 대목만 들어도 어느 정도 흥얼거릴 수 있다. 바로 이 노래가 「톈미미」인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꿀처럼 달콤해’라는 뜻이다.

가사도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달콤한 사랑을 전하는 말들이다. 노랫말을 한번 살펴보면 이렇다.

甜蜜蜜 你笑得甜蜜蜜
好像花兒開在春風裏
開在春風裏
在哪裏 在哪裏見過你?
你的笑容這樣熟悉
我一時想不起
啊, 在夢裏
夢裏 夢裏 見過你
甜蜜, 笑得多甜蜜
是你 是你 夢見的就是你

달콤해요. 당신의 미소는 달콤해요.
마치 봄바람 속에서, 꽃이 피는 것 같아요.
봄바람 속에
어디선가 당신을 보았던 것 같아요.
당신의 미소가 이렇게 익숙한 걸요.
나는 잠시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아요.
아, 꿈에서였어요.
꿈 속에서 당신을 보았어요.
달콤해요. 미소는 너무나 달콤해요.
당신이에요. 꿈 속에서 본 건 바로 당신이에요.

이 곡은 「아임 스틸 러빙 유(I’m Still Loving You)」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드라마 OST로 발매된 적도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톈미미」 말고도 덩리쥔의 「웨량따이뱌요워디신(月亮代表我的心)」이라는 노래도 그 영화에 등장한다. 제목은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 주네요’라는 뜻이다. 이 곡도 중국에서 매우 유명한데, 멜로디가 「톈미미」보다 잔잔하고 가사도 절절해서 영화의 장면마다 잘 어우러질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애창하는 중국가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가수가 「웨량따이뱌요워디신」을 번안해서 「월량대표아적심(기다리는 마음)」이라는 싱글 앨범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가요 중에 유명한 곡들은 우리나라 가수들이 번안해서 부르기도 했다.

「친구」라는 곡도 「펑요(朋友)」라는 원곡을 살리고, 가사를 바꾸어서 만들었는데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말했던 세 곡 「톈미미」, 「웨량따이뱌요워디씬」, 「펑요」를 한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그런데 「톈미미」는 인도네시아 민요 「Dayung Sampan(배를 저어가요)」을 개사해 만든 곡이었다. 「톈미미」가 가요가 아니라 민요였다는 얘기다. 그것도 중국이 아닌 인도네시아 민요라니?

악보나 가사를 보지 않아도 귀로 듣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 그래서 예전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올 수 있었던 곡이 바로 민요다. 「톈미미」는 다른 나라 민요였지만 중국에 들어온 후, 현재까지 전 국민이 다 아는 대중가요가 되었다. 최근 중독성 강한 동요 「상어가족」도 외우기 쉬운 멜로디와 반복되는 가사로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노래가 되었다.

「상어가족」도 현대판 민요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많은 사람이 한 번만 듣고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라는 곡이 있다. 먼저 「모리화」 가사다.

好一朵美麗的茉莉花
好一朵美麗的茉莉花
芬芳美麗滿枝椏
又香又白人人誇
讓我來將你摘下
送給別人家
茉莉花呀茉莉花

한 송이 아름다운 모리화
한 송이 아름다운 모리화
아름다운 가지마다 향기가 가득
향기롭고 새하얀 너를 모두가 칭찬하네
널 한 송이 꺾어다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구나
모리화 아 모리화

모리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쟈스민 꽃’을 말한다. 멜로디는 매우 단순하고, 길이도 짧아서 금방 익힐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 민요 「아리랑」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리화」나 「톈미미」가 중국 노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귀에도 익숙하게 와 닿는 건 예전부터 동아시아 여러 나라가 비슷한 멜로디와 악기 등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즉 음악을 향유하는 정서가 우리나라와 중국, 동아시아권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중국 악기 가운데 얼후와 고쟁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와 어떤 점이 비슷한지 알아보자.

중국 악기 ‘얼후’

2018년 중국 국빈 방문 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얼후(二胡)를 켜는 사진이 기사화된 적 있다. 우리나라 악기 해금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이 두 악기는 줄의 재질이나 연주법이 조금씩 다르다. 얼후의 몸체는 단단한 나무로 되어 있고, 여기에 명주실로 만들어진 두 줄을 맨 후 그 사이에 말꼬리로 만든 활을 끼워 연주한다. 연주할 땐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자루를 쥐고 둘째, 셋째, 넷째 손가락으로 현을 누르면 된다.

얼후는 원래 중국 북쪽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민속 악기였는데, 당나라 후기 중국으로 들어온 후 현재까지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얼후는 해금이라고 불렸다. 이 해금은 고려 시대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국식으로 변화 정착하여 지금의 우리나라 전통악기 해금이 되었다. 이후 중국의 해금은 원나라 시절에는 ‘호금(胡琴)’으로 불리다가 근대에 ‘얼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해금

해금과 얼후는 울림통을 만든 소재가 달라서 소리에도 차이가 있다. 해금은 나무로만 만들고, 작고 볼록한 원통형의 공명통을 가지고 있다. 얼후는 공명통이 육각형, 팔각형, 원통형 등의 형태로 다양하고, 그 위에 뱀가죽을 씌워서 소리가 더 크게 울리도록 제작되었다.

해금은 5음 음계를 사용하는데, 이 다섯 음은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구슬픈 음색을 내는 데 적합하다. 반면 얼후는 7음 음계로 되어 있어 서양 음악도 연주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의 대표 전통악기인 고쟁(古箏)은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가야금과 비슷하게 생겨서 얼핏 보면 구분하기 어렵다. 고쟁은 중국 전통 현악기로 춘추전국시대부터 있었고, 진나라 때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인도, 서아시아,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사용되던 악기가 중국에 도입된 후 독자적으로 중국화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 악기 고쟁

고쟁은 당나라와 송나라 때 13현이었다가 이후 16, 18, 21, 25현으로 늘어났는데, 현재 21현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원래는 비단으로 현을 만들었는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주로 금속 소재로 현을 만들고 있다.

한국의 가야금과 매우 비슷하다. 가야금은 길고 넓적한 몸
통 위에 안족이라는 열두 개의 줄받침을 설치하고, 그 위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12줄을 하나씩 음높이 순으로 얹은 한국 전통 현악기로, 각 줄을 오른손 손가락으로 뜯고 튕겨서 연주한다. 개량된 25현 가야금도 있다. 가야금뿐 아니라 베트남의 ‘단짜인’, 일본의 ‘고토’, 몽골의 ‘야트가’라는 악기도 고쟁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들은 원류는 같지만 각 나라마다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전통 악기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악기처럼 보이는 가야금과 고쟁, 얼후와 해금으로 합주하는 아리랑을 들어보면 소리의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면서도 어울리는 게 한국과 중국의 전통 악기다.

중국의 대중가요 「톈미미」와 한국 전통민요 「아리랑」 등을 각각 다른 한중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걸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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