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아시아엔=편집국] 나와 ‘궁합’이 맞는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 옛 그림을 ‘해음’(諧音)으로 읽는 순간, 그림이 속삭이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심형철 지음, 도서출판 민규)는 옛 그림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다.
우리가 그림을 보고 감상하는 방법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색채가 주는 감각적인 즐거움도 크지만, 그림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고 나면 기존의 시각과는 전혀 다르게 그림이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그림이 건네는 감동의 파고도 차이가 난다. 그 중에서도 옛 그림이 주는 재미와 묘한 울림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 심형철은 ‘해음’(諧音, 서로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한자)이라는 그림을 읽는 새로운 지도를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는 ‘해음’은 사실 중국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과 중국의 옛 그림을 ‘해음’을 통해 읽어내며, 그림에 숨겨진 비밀을 그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밝혀내고 있다. 그 비밀의 열쇳말인 ‘해음’을 알면 나와 ‘궁합’이 맞는 그림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이 덤으로 주어진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영화감독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어릴 때 그 어떤 직업보다 훌륭한 일이라 생각한 것이 화가였다. 동양화를 공부하다 생활고 때문에 영화계로 들어섰지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꿈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심형철 작가의 글은 새삼 그림에 대한 오래된 미망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번 책은 한국과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부터 중국 전문가다운 디테일한 문화 이야기까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그림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옛 그림에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나비, 국화 고양이, 게와 갈대, 백로와 연밥, 매화와 까치, 박쥐와 복숭아, 맨드라미와 수탉 등은 궁합이 잘 맞는 옛 그림의 소재들이다. 한 그림 안의 각 소재들의 이미지가 서로 조화되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그림을 읽는 과정이다.
저자는 옛 그림을 읽는 방법의 하나로 그림의 소재에 해당하는 해음을 찾아 전체의 의미를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중국 그림과 우리나라 그림을 통해 그림을 읽는 방법이 한자 문화권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해음을 이용하여 특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옛 그림들은 자연현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많은데, 이는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화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것을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책에 소개한 그림과 관련한 문화를 소개하여 독자들이 옛 그림을 읽는 방법과 함께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팁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그림이 무엇인지 찾는 것도 독자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옛 그림을 대할 때마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스스로 읽을 수 있다면 잊혀져가는 전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심형철은 서울시 고등학교에서 30여년 중국어 교사로 재직하였다. 2004년 중국 북경중앙민족대학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중국 알타이어계 소수민족 금기문화연구’로 민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심형철과 함께하는 실크로드’ 답사를 기획·진행하는 여행 전문가이자 중국문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ADRF(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신쟝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중국 알타이어계 소수민족 금기문화 연구>, <맛있는 중국음식>,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서역장랑>(역), <누구나 갈 수 있는 중국유학 아무나 갈 수 없는 중국유학>(공저),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1>(공저),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2>(공저),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공저), <지금은 베트남을 읽을 시간>(공저), <한 권으로 끝내는 차이나 이야기>(공저) 등이 있다.
그리고 전국 중국어 교사들의 뜻을 모아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의 시를 중국어로 번역한 <윤동주 시선집>을 발간, 윤동주기념관과 윤동주문학관에 기증하고 중국인들에게 우리의 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아시아엔> <매거진N>과 공동으로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만해 한용운의 시를 중국어로 번역한 <한용운 시선집>을 발간, 만해마을에 기증하고 중국인들에게 우리의 시를 알리는 데 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