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말연시 풍경, “이랬었는데···가도마츠·가가미모치·후쿠부쿠로”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코로나가 덮친 올해는 아쉽게도 연말연시 풍경이 쓸쓸할 것 같다. 하지만 예년의 일본 연말연시 풍경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고, TV에서 연말특집 방송을 하면 새해가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상점 앞에는 가도마츠(門松), 시메카자리(しめ飾り)를 장식하고 집안에는 가가미모치(鏡?)를 장식한다.
많은 일본인이 연말이 되면 꼭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연하장을 보내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연하장을 보내긴 하지만 최근 들어 휴대전화 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여전히 우편으로 연하장을 많이 보낸다. 연말에 보낸 연하장은 우정국(우체국)에 수합해 두었다가 새해가 밝으면 일제히 배송된다. 일본 연하장 문화에 재미있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오토시다마 하가키(お年玉ハガキ)다. 우리말로 하면 ‘세뱃돈 엽서’쯤 되는데 연하장 우편으로 복권추첨 같은 이벤트를 한다. 오토시다마 하가키에는 일련번호가 있는데 이 번호를 추첨해서 상품을 주는 거다. 1949년 연말부터 시작된 이 이벤트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해의 마지막 날에는 도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를 먹는다. 우리말로 ‘해를 넘기는 국수’라고 번역되는데 메밀로 만든다. 메밀국수는 잘 끊어지기 때문에 지난해의 나쁜 운을 끊어낸다는 의미와, 기다란 국수를 먹으며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도시코시소바를 먹고 나면 모두 모여 홍백가합전을 시청한다. 홍백가합전은 1951년 시작된 NHK의 유서 깊은 프로그램이다. 한해 동안 사랑받은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홍팀 백팀으로 나눠 노래경쟁을 한다.
최근 들어 홍백가합전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제법 시청률을 자랑한다.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우리나라 가수로는 1980년대에 조용필, 패티김, 계은숙, 2000년대에는 보아, 이정현, 류,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가 있다. 그 후 잠시 냉각기를 갖다가 2017년 다시 트와이스(TWICE)가 출연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제야의 종을 108번 타종하면 일본의 가장 큰 명절인 오쇼가츠(お正月)를 맞게 된다. 공식적인 휴일은 1월 1일 하루지만 공공기관은 30일부터. 은행은 31일부터 1월 3일까지 쉬기 때문에 일본의 연말연시는 휴가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새해가 밝으면 새해인사를 하고 아이들은 오토시다마(お年玉)를 받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뱃돈이다. 어른들은 미리 준비한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거리 곳곳에서 알록달록 예쁜 세뱃돈 봉투를 판매하기 시작하면 연말이란 걸 느낄 수 있다.
새해가 되면 꼭 해야 하는 일 중에 하츠모데(初詣)라는 게 있다. 새해 처음으로 신사를 방문해서 한해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일이다. 평소에는 한가하던 동네 신사도 이날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하츠모데를 위해 매년 도쿄의 메이지신궁(明治神宮)을 찾는 사람이 300만명을 넘는다.
신사에 다녀오고 나면 새해음식을 먹는다. 일본도 새해에 떡국을 먹는다. 오조니(お?煮)라고 하는 일본 떡국은 쭉쭉 늘어나는 흐물흐물한 떡이 들어 있어서 우리나라 떡국과는 조금 다르다. 오조니는 지역별로 맛과 모양이 다양하다. 다만, 매년 떡으로 인한 질식사고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새해음식으로 오세치료리(おせち料理)라는 게 있다. 줄여서 오세치라고도 하는데 찬합에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갖가지 음식을 담은 거다. 예를 들어 새우는 긴 수염이 있으니 장수를 의미하고, 계란말이는 옛날 두루마리 책과 비슷하니 학문과 교양을 의미하는 등 제각각 의미가 담겨 있다.
이제 집밖으로 나가 보자. 상점에서는 새해 이벤트로 후쿠부쿠로(福袋)를 판매한다. 후쿠부쿠로는 말 그대로 복주머니라는 뜻으로 상점에서 다양한 물건이 담긴 복주머니를 포장하여 판매한다. 복주머니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매가보다 비싼 물건이 들어 있기 때문에 복주머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후쿠부쿠로는 메이지시대(19세기 후반) 신문에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후쿠부쿠로는 가격면에서는 이득이지만, 판매하고 남은 재고품이나 비인기 상품이 들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쓰레기 봉투라는 별명도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후쿠부쿠로는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애플스토어에서 후쿠부쿠로 이벤트가 성공하자 그후 전 세계 애플스토어에서 럭키백(LUCKY BAG)이라는 이름으로 새해 이벤트를 실시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럭키백 행사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스타벅스 럭키백 이벤트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완구 럭키백은 인기가 많아서 금세 품절되곤 한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벤트가가득한 일본 연말연시 풍경이다.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