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일본에도 외고·과학고·국제고 같은 ‘특목고’ 있을까?

<사진=일본 문부과학성>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 동안 학교에 다닌다. 일본도 그럴까? 우리나라는 현재 중학교 교육까지가 의무교육이다. 고등학교 교육도 의무교육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지정되지 않았다.

일본도 초중교육까지의 9년을 우리와 같이 의무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전문학교(高等専門学校)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고등전문학교에서는 공업, 상선(선원 양성), 전파, 항공 등 전문 분야를 5년 동안 공부한다. 주로 실험, 실습, 실기 등을 중심으로 수업한다. 5년 과정을 마치면 ‘준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고, 이후 2년제 전공과를 수료하면 대학의 ‘학사’와 동등한 학위를 받을 수 있어서 대학원으로 진학이 가능하다.

일본 고등학교는 설립 유형에 따라 사립과 공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약 30%가 사립이고 나머지는 공립이다. 그리고 국립대학의 부속인 국립 고등학교도 있다. 사립은 대부분 입학시험을 보거나 추천을 받아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사립학교의 교육비는 공립학교의 약 2.5배 정도. 

<사진=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공립학교 가운데 구에서 운영하는 구립(区立) 학교는 시험을 보지 않아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립(国立), 도쿄도에서 운영하는 도립(都立), 각 현에서 운영하는 현립(県立) 등의 학교는 입학시험에 합격해야 입학할 수 있다. 입학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교들이 대부분 대학입시 실적이 좋다 보니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자녀의 대학 진학을 고려 중인 부모들은 자녀를 사립이나 국립, 도립 등의 학교에 보내고 싶어한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특수목적고인 외고, 과학고, 국제고 등은 없지만,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교는 이와 비슷하게 경쟁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사립학교 중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대학까지 시험을 보지 않고도 진학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에 일부 열혈 부모들은 이런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서 유치원부터 학원에 보내서 초등학교 입학시험 준비를 시키기도 한다. 아주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교육과정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의 인문계 고등학교와 같은 개념인 ‘보통과’ 고등학교, 특정 직업의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전문학과’ 고등학교, 이 두 가지를 합친 ‘종합학과’ 고등학교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과 고등학교를 일반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과 비슷한 과목을 배운다.

국어, 지리역사(지리, 일본사, 세계사), 공민(현대사회, 윤리, 정치경제), 수학, 이과(물리, 화학, 지질학), 보건 교육, 기술가정예술(음악, 미술, 공예, 서예), 외국어, 정보 등의 과목을 배우는 것이다. 외국어의 경우, 중학교에서는 영어만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고등학교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나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을 선택과목으로 배울 수 있다. 요즘은 한국어나 중국어 수업을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사진=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일본도 우리나라 고등학교처럼 50분 수업을 한다. 공립은 5교시나 6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사립은 6교시나 7교시까지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8시30분까지 등교하고, 6교시는 15시 10분~20분에 끝난다. 방과후에는 자율적으로 좋아하는 부카츠(部活) 활동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전문학교에 들어가서 기술을 배우거나 가업을 이어서 장사를 하는 등 여러 진로를 선택할 수가 있다.

대학에 들어가려면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다시 지망하는 대학별 시험에 합격해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1년 동안의 수업일수는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190일인데, 일본은 190~210일 정도. 토요일은 원래 휴업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교육위원회에서 토요일 수업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일수 확보를 위해 보통과 고등학교에서는 토요일에도 수업을 한다.

일본 대부분의 학교는 3학기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4월에 입학해서 7월에 1학기가 끝나면 여름방학(약 6주) 을 보내고 9월에 2학기가 시작되어 12월에 끝난다. 겨울방학(약 2주)을 보내고 1월 중순에 3학기가 시작되어 3월에 3학기가 끝난다. 봄방학은 약 2주 정도. 1학기와 2학기에는 각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고, 3학기에는 기말고사만 치러서 1년 동안 총 5번의 시험을 본다. 졸업식은 3월에 진행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전문학교, 단기대학, 대학 등으로 진학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일본의 대학은 773개, 단기대학은 406개, 전문학교는 2,927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으로 일반대학 189개, 전문대학 138개이고 그 외 대학을 합치면 총 408개의 대학이 있다.

전문학교는 우리나라의 전문대학과 비슷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학교는 직업과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 기술, 기능 습득을 목적으로 한 교육기관이다. 파티셰나 요리사, 애니메이터,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사 등이 되려면 전문학교에서 공부하면 된다. 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전문사(1,700시간 이상 공부)’ 나 ‘고도전문사(3,400시간 이상 공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데 ‘전문사’는 대학(4년)으로 편입학이 가능하고, ‘고도전문사’ 는 대학원에 바로 진학할 수 있다.

<사진=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단기대학은 보통 2년 과정이지만 간호나 의료기술 등은 3년 과정인 곳도 있다. 단기대학의 약 3분의 1은 여자 단기대학, 인문, 가정, 교육, 사회계열의 학과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단기대학을 졸업하면 ‘단기대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대학으로 편입이 가능하다.

대학은 우리나라 대학과 비슷해 보통은 4년제이지만 의학, 치의학, 수의학, 약학 등은 6년을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었지만 학생 수는 계속 줄고 있으니 아마 앞으로는 대학에 가고 싶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거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48% 정도. 고등학교 졸업생의 절반은 대학에 진학을 안 한다. 명문사립이나 공립고등학교 학생들은 명문대학에 가기 위해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학원에 다니면서 늦은 밤까지 공부하기도 하는데 그 수가 전체 고등학교 재학생의 10% 정도밖에 안 된다. 즉,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는 거다. 이유는 뭘까?

일본은 고등학교나 전문학교를 나와도 기술만 있으면 꼭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가업을 존중하는 풍토 때문에 동네의 작은 가게라도 부모님으로부터 이어받는 것을 굉장히 명예롭게 여기기 때문에 꼭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이 천편일률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일본 학생들처럼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 또 그런 노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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