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아이돌보다 큰 팬덤 곰인형 ‘구마몬’···경제효과 3년간 1244억엔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일본 규슈(九州) 지방에 구마모토(熊本)라는 작은 도시가 있어. 이곳에 있는 구마모토 성은 일본의 3대 성으로 유명하지만 일본인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곳이었지. 그런데 이 작은 도시를 단번에 유명하게 만들고, 거액의 수익을 가져다 준 대단한 이가 나타났어.

바로 구마몬이라는 곰 캐릭터가 그 주인공이야. 구마모토의 구마는 한자로는 곰을 의미하고, 몬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의미하는 모노(者)의 구마모토 방언이야. 구마몬, 들었을 때 곰과 구마모토 지역이 동시에 떠오르는 기발한 이름이지?

구마모토에서는 2011년 JR규슈 규슈신칸센 개통을 앞두고 낮은 지역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했어. 하필 종착역도 아니고 경유역이라 지역 자체를 홍보할 필요가 있었지. 이런 고민 속에서 구마모토 사람들 일상의 서프라이즈를 찾아내 널리 알리고 구마모토의 매력을 어필하자는 ‘구마모토 서프라이즈 운동’이 시작되었어.

바로 구마몬이 이 ‘구마모토 서프라이즈 운동’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구마모토 홍보를 담당하게 된 거지. 나름 영업부장으로 직책도 있고 명함까지 있는데, 그 명함에는 ‘이래 봬도 공무원이랍니다’라든가 ‘촬영 가능합니다. 초상권은 따지지 않아요’ 등과 같은 재치 있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눈길을 끌었어. 한눈에 반할 법한 귀여운 외모와 행동은 순식간에 구마몬 열풍을 일으켰고 한해 광고 효과만 6억 4천만 엔(2010년)에 달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대.

영업부장으로서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면 따라다니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어. 직책이 있으니 집무실도 있겠지? 구마모토 시내 중심가 백화점에는 구마몬 스퀘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집무실을 차려 놓고 팬들을 만나고 있어. 바쁜 스케줄을 자랑하는 구마몬을 만나려면 미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정표를 확인해야 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못 만날 수도 있거든.

한국에서 구마몬은 어떤 영상 때문에 유명세를 탔어. 구마몬이 떡집에서 떡을 찧다 장갑이 빨려 들어가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는데, 구마몬이 너무 귀여워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지. 이처럼 구마몬이 방송출연이나 광고촬영, 각종 행사 참가는 물론 해외 출장도 다니며 종횡무진 활약한 덕분에 구마모토현의 인지도는 꾸준히 상승했고 2011년부터 2년간 여행객이 18.8만 명이나 증가했대.

정말이지 구마몬이 구마모토현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거지. 얼마나 인기가 좋았냐면, 2013년 3월 ‘구마몬 탄생제(생일파티)’에 참가한 사람이 4만 5천명이나 됐대. 유명 아이돌보다 팬들이 더 많은 셈이야. 게다가 구마몬 인형은 물론이고 시계, 티셔츠, 휴대폰 고리, 펜, 노트와 같은 잡화부터 구마몬 도시락, 구마몬 라면까지 나올 정도로 구마몬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구마몬이 창출한 경제효과는 1,244억엔(일본은행 구마모토 지점 보고서 추산)에 달할 정도라니 구마몬이 구마모토현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럼 어떻게 구마몬을 이용한 상품들이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알아볼까? 

구마몬의 캐릭터 저작권은 구마모토현이 갖고 있는데, 구마몬이 최대한 다양한 곳에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허가만 받으면 따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구마몬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대. 그래서 2014년에는 3,000개가 넘는 회사에서 구마몬 캐릭터를 사용했다고 해. 이 중 대부분의 회사들은 구마모토 지역의 기업들이니 지역 기업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지.

2016년에는 규슈신칸센 개통 5주년을 기념해 구마모토역 이름을 귀엽게 ‘구마몬역’이라고 바꾼 적도 있었어. 구마몬역장실도 만들어 구마몬이 구마모토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기발한 발상의 이벤트를 열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지.

곰 캐릭터 하나가 이런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니? 그런데 일본에는 이런 캐릭터가 수도 없이 많아. 구마몬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유루캬라 그랑프리’라는 대회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이야. ‘유루캬라(ゆるキャラ)’는 유루이 캬라크타(ゆるいキャラクタ?)의 줄임말로 ‘느슨한 캐릭터’라는 뜻인데,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주고 긴장을 풀어 주는 귀여운 캐릭터를 말해. 큰 도시는 물론 소도시에도 이런 캐릭터들을 하나씩 만들어서 지역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이런 캐릭터들만 모아서 인기투표를 하는 대회까지 연다니 정말 캐릭터 왕국이라고 불릴 만하지?

2013년에는 이런 지역 캐릭터가 100개 이상 모여 5분 이상 단체로 춤을 추고 ‘세계 최대 마스코트 댄스’라는 기네스 세계 기록을 만드는 재미 있는 도전을 하기도 했어. 일본에는 이런 캐릭터가 1,000개도 넘게 있다는 사실! (2015년 유루캬라 그랑프리 입후보 캐릭터 1,727개) 이런 유루캬라들은 지역뿐만이 아니라 기업에서도 적극 활용하는데, 기업 홍보대사로서 각종 광고 및 팜플렛에 쓰이고 있어. 이런 캐릭터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주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

2017년의 기업부문 우승 캐릭터인 리소냐는 은행인 리소나 그룹의 대표 캐릭터로, 통장이나 현금카드에 적극 활용되고 있어. 홍보 책자는 물론 은행상품 설명회 같은 곳에도 등장한다고 해. 한국에서 은행의 이미지는 진지하고 스마트한 느낌이 강한데, 일본은 인형 캐릭터가 은행을 대표한다니 좀 어색하지?

심지어 2017년 2위를 차지한 캐릭터 에가옹은 ‘벨라지오’라는 빠칭코(パチンコ, 카지노)그룹이었다고 해. 카지노를 운영하는 기업의 대표 이미지가 귀여운 캐릭터라니!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기업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 지역을 부흥시킬 수도 있다는 게 참 놀라워.

일례로 우리나라에도 카카오프렌즈라는 귀여운 캐릭터가 있지? 최근에 다음 카카오 그룹에서 카카오뱅크를 런칭한 후 그 캐릭터들을 현금카드에 적극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대. 그 캐릭터 카드를 얻기 위해서 카카오뱅크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야. 한편 고양시에서는 ‘고양고양이’라는 고양시의 이름을 딴 귀여운 고양이캐릭터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고양시의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어.

2018년 8월에는 ‘우리 동네 캐릭터 대상’이라는 대국민투표가 처음 개최되었는데 69개 단체에서 75개의 캐릭터를 접수했다고 해. 우리나라는 캐릭터 또는 캐릭터 산업에 대한 인식이나 접근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봐.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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