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살④] 장편 서사극 ‘뮬란’, 영화로 8월 개봉 예정

뮬란

[아시아엔=서형규·황가영·안주영·심형철·이희정 교사]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은 보통 원작이 있다.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인어공주」나, 보몽 부인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미녀와 야수」, 아라비안나이트를 원작으로 한 「알라딘」이 그렇다. 1998년 애니메이션 영화로 개봉된 디즈니 작품 「뮬란」의 원작의 줄거리는 이렇다.

덜그럭 덜그럭 목란이 방에서 베를 짜네.
베틀 북 소리 들리지 않고 들리는 건 오직 긴 한숨소리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무슨 걱정을 그리 하나
제게는 그리는 사람도 없고, 다른 걱정도 없습니다.

어제 밤 군첩을 보았는데 황제께서 군사를 소집한답니다.
열두 권 군첩에 아버지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장성한 아들 없고 목란에게는 오라비 없으니
안장과 말을 사 늙은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고자 해요.

동쪽 시장에서 준마를 사고 서쪽 시장에서 안장 사고
남쪽 시장에서 고삐 사고 북쪽 시장에서 채찍을 사네.
아침에 부모님께 하직인사 하고 저녁 되어 황하가에 머무네.

부모님이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단지 들리는 건황하의 물소리
아침에 황하를 떠나 저물어 흑산 기슭에 묵네.
부모님이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단지 들리는 건
연산의 오랑캐 말굽소리

만 리 길 변방 싸움에 나서고 날듯이 관산을 넘었네.
삭풍은 쇠종소리 울리고 찬 달빛은 갑옷을 비추네.
수많은 전투에 장군도 죽고 장사는 십 년 만에 돌아오네.

돌아와 황제를 뵈오니 황제는 명당에 앉아
공에 따라 수많은 상을 내리네.
황제가 소망이 무어냐 물으니 목란은 상서랑 벼슬도 마다고
천릿길 내달릴 말을 내려 고향으로 보내주길 청하네.

부모는 딸이 돌아온단 소식에 대문 밖으로 마중 나오고
언니는 여동생이 온다고 하니 방에서 새로이 화장을 하네.
남동생은 누나가 온다고 하니 칼 갈아 돼지와 양을 잡네.
동쪽 채에 있는 방문 열고 서쪽 채에 있는 침상에 앉아보며 전투복 벗어 놓고 옛 치마 입었네.

창 앞에서 곱게 머리 빗고 거울 보면서 화장을 한 후에
문을 나서 일행을 보니 일행들은 하나같이 크게 놀라네.
십이 년을 같이 다녔건만 목란이 여자인 줄 정말 몰랐네.
수토끼 뜀박질 늦을 때가 있고 암토끼 눈이 흐릿할 때 있거늘 두 마리 같이 뛰어 달릴 때 어찌 암수를 가릴 수 있으리오.

뮬란 포스터

‘木蘭’이라는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으면 ‘목란’이지만 중국어 발음으로는 ‘무란(M?l?n)’, ‘M?l?n’을 영어식으로 읽어서 ‘뮬란’이 됐다.

내용이 생각보다 많이 간단하다. 전쟁이 나서 연로한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데, 딸 뮬란이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나간다는 얘기다. 영화와는 다르게 뮬란에게는 언니도 있고 나이 어린 남동생도 있었다.

그리고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공을 세운 후 집으로 돌아온다는 스토리다. 이 서사시는 북송(北宋)의 곽무천(郭茂?)의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실려 있는 글인데,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기의 작품이고 배경은 북위라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와 비슷한 연대다. 그녀가 태어나고 죽은 시기도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성이나 이름마저 확실히 알려진 게 없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목란이 실존인물인지 연구 중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은 위(魏), 이름은 목란이며 북위(北魏) 효문제(孝文帝) 때 살았다는 자료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2007년 중국민간문예가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의 허난성(河南省)이 목란의 고향이라고 한다.

목란은 당나라 때 ‘효열장군(孝烈將軍)’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또한 목란 이야기는 계속해서 구전되어 재탄생되었다. 그리고 「목란사」는 지금까지도 중국 교과서에 실려 많은 사람이 외울 만큼 사랑받고 있다. 게다가 중국 역사에 아주 드문 여자 영웅에 관한 이야기라서 꽤 인기가 있다. 경극은 물론 각 지방 연극에도 꼭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디즈니 영화 말고도 몇 번 현대물로도 각색되었다. 대략 10편의 영화 외에도 TV드라마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 「뮬란」에 이어 시리즈 2탄이 나왔는데, 이 영화는 전편의 내용에 이어서 각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하지만 영화관에서는 개봉하지 않고 비디오로만 출시되었기 때문에 나왔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원작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로 돼 있다. 2009년에 중국에서 제작한 「뮬란: 전사의 귀환」이라는 영화는 중국에서 꽤 유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소림축구」로 얼굴을 알린 영화배우 자오웨이(趙微)가 뮬란 역할을 맡았고, 액션배우 청룽(成龍)의 아들 팡쭈밍(房祖名)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만명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코로나사태로 뮬란과 관련된 영화가 몇 차례 연기 끝에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헐리우드에서 제작하는 뮬란의 실사판 영화인데, 헐리우드 영화지만 주연이 백인이 아니라 아시아인이어서 뉴스가 되었다. 보통 아시아인이 헐리우드에 진출해도 주연 자리는 따내기 어렵기 때문에 더 화제가 됐다. 뮬란 역을 우리나라에도 꽤 이름을 알린 류이페이(劉亦菲)가 맡아 관심을 끌었다.

중국 시(詩)하면 짧은 서정시 정도인데 서양처럼 대서사시인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같은 것들이 없다. 중국의 전통 시는 서정시가 대부분이다. 매우 드문 장편 서사시 중에서 내용이 정말 파격적인, 목란의 이야기가 인기 있는 이유다. 현재 중국의 전통 서사시는 「목란사」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 편 더 소개하면 「고시위초중경처작(古詩爲焦仲卿妻作)」의 시다. 시의 첫 구절인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즉 ‘공작새는 동남쪽으로 날아가고’로 더 잘 알려진 시다. 사랑하는 남녀가 부모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고 만다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로미오와 줄리엣」만큼 흥미롭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