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살⑤] 전족과 하이힐, 그리고 코르셋

중국 여인들 잔혹사 ‘전족’

[아시아엔=서형규·황가영·안주영·심형철·이희정 교사] 중국의 오랜 풍습 가운데 하나인 전족은 어린 여자아이의 발을 천으로 꼭 싸매어 인위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한 풍습이다. 이렇게 전족을 한 발은 성인이 되어도 그 크기가 10cm 남짓에 불과하다.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오그라들어서 발등, 발가락이 굽은 흉한 모습이 된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왜 발을 저렇게 흉측하게 만들었던 걸까? 정확하진 않지만 전족은 당나라 말에서 송나라 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나라 말인 20세기 초까지 거의 천 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전족을 한 이유는 작은 발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기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족을 하지 않은 여자는 단순히 ‘덜 아름다운 여자’ 정도로 여겨졌으면 좋았을 텐데, 놀랍게도 천민 취급을 당했다고 한다. 작은 발이 미의 기준이었던 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작은 발 그 자체를 아름답게 여기기도 했지만, 발이 불편해 뒤뚱뒤뚱 걷는 여성의 걸음걸이가 남성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족

더 나아가 여성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만들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등의 설도 있다. 어찌되었든 전족은 여성에게 비인간적인 고통을 주는 악습이었다.

청나라 말 전족을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워낙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당연시하며 이어온 풍습이라 단번에 없애지 못한 것이다. 1930년대가 되어서야 거의 사라졌다. 1920~30년대 중국 근현대사에 큰 역할을 한 자매 쑹칭링(宋慶齡, 신해혁명의 주역인 쑨원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 타이완의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부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송가황조」를 보면 쑹칭링이 사회활동을 하겠다며 뛰쳐나가자 집안의 여자 어른들이 쫓아가 말리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어른들은 전족을 한 발 때문에 종종걸음을 걷느라 쑹칭링을 잡지 못한다. 전족을 한 구시대 여성과 더 이상 전족을 하지 않는 신여성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매우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전족이 등장하는 예술작품은 꽤 많은데 펄벅의 소설 『대지』에선 가난한 농부인 왕룽이 부인을 맞았는데, 전족을 하지 않은 부인의 발을 보고 실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눈치챈 부인은 기가 죽어 자신이 어릴 때 가난했고, 부모님도 바빠서 전족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한다.

하층민들도 전족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니, 당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다. 전족을 소재로 한 소설도 있다. 중국계 미국인 렌세이 나미오카가 쓴 『큰 발 중국아가씨』라는 작품이다. 전족 풍습이 남아있던 중국에서 주인공 아이린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삶을 원한다며 전족을 거부하며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가족들과 갈등도 겪고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도 생기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억압하는 전통을 거부하며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야만적인 풍습이 중국에만 있었을까? 유럽에서는 허리를 졸라매 체형을 보정하는 코르셋이 상당히 유행했다. 잘록한 허리선을 만들기 위해 코르셋을 과하게 조여서 장기의 위치가 틀어지기도 하고, 기절하기도 하고, 심지어 뼈가 손상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하이힐을 현대판 전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전족을 한 발과 비교할 순 없지만, 하이힐이 여성의 건강을 해치는 건 사실이다. 하이힐 때문에 무지외반증처럼 발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를 보면 현대판 전족이라는 표현이 지나친 과장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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