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경제Talk] ‘쉬코노미 시대’ 유한킴벌리·아모레퍼시픽의 젠더 감수성은?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기획위원] 여성의 소비 파워가 증대되는 쉬코노미(She+Economy) 시대에 접어들며 기업 역시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키우는 데 진력하고 있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범박하게 보자면 ‘젠더 이슈를 감지하는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혹시 독자들은 ‘세계 월경의 날’이 언제인지 아시는가? 정답은 5월 28일이다.
세계 월경의 날(Menstrual Hygiene Day)은 2014년 독일 비영리 재단 ‘워시 유나이티트(WASH United, WAter, Sanitation and Hygiene)’에 의해 제정되었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한달에 5일 동안, 28일을 주기로 월경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이날의 존재와 그 의미를 정확히 알게 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생활용품 전문업체 유한킴벌리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생리 인식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문항이 있다. 생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면,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생리를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터부시하는 인식'(35.4%)이 1위를 차지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사는 생리 정보를 모아놓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름이 우생중, ‘우리는 생리하는 중입니다’이다. 이 블로그에는 상업적 목적의 광고가 아닌 여성의 건강과 관련한 정보가 가득하다.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일찍이 2000년에 설립기금을 전액 출자해 국내 최초로 유방 건강 비영리공익재단을 설립했다. 또 매년 마라톤행사를 진행하는데, 대회 참가비 전액을 이 건강재단에 기부해서 수술비 지원에 보태고 있다.
이렇듯 쉬코노미 시대에 고도의 젠더 감수성을 지닌 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여성 고객의 비중이 많은 생활 소비재 분야 기업일수록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은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한 염가 경쟁이 아닌 젠더 감수성 경쟁에 집중하는 기업이 쉬코노미 시대에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유한킴벌리와 아모레퍼시픽 등 여성 친화적 행보를 보이는 기업을 면밀히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