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임동원·이종석 전직 통일부 장관이 추천한 책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
건축학도?민경태의 제언, “북한을 한반도 4차산업혁명의 출발지로”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기획위원]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저자의 ‘이채로운’ 책을 두 번째 접하게 됐다.
재단법인 여시재에서 한반도미래팀장을 맡고 있는 민경태 박사는 첫 책 <서울 평양 메가시티>에 이어 최근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를 선보이며 북한 전문가이자 건축학도로서 자신만의 세계관과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서울 평양 메가시티>가 발간된 해가 2014년이니 4년 동안 숙성된 고민과 깊어진 통찰이 <서울 평양 메가시티>에 담겨 있다.
민경태 박사는 건축학(연세대), MBA(옥스퍼드대), 경제·IT(북한대학원대학교)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다. 또 삼성물산·삼성전자, 벤처기업 데코드림,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등 여러 영역에서 업력을 쌓았다.
그가 창의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제안을 끊임없이 쏟아낼 수 있는 원동력은 아마 융합적 사고를 가능케 한 학문적 배경과 국내 대기업과 벤처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두루 경험한 독특한 커리어일 것이다.
그는 북한이 한반도 4차산업혁명의 출발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도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곳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민 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의 발달된 수도권 인프라에 ‘접속’함으로써 네트워크 경제를 구축하고 나아가서 성장시킬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남북한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 경제가 구축된다면, 북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물질적 생산요소를 반드시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남한이 이미 보유한 우수한 산업 역량과 인프라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이 한반도 경제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네트워크 경제의 등장은 남북한 경제협력 방식의 일대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네트워크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바탕으로, 남북한이 상호보완적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반도의 미래 성장 전략을 함께 모색해보는 것이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서술도 흥미롭다. “도시를 생명체에 비유한다면 스마트시티는 좀 더 똑똑하고 신진대사가 빠른 상태를 의미한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신경망과 혈관의 성능이 향상되어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물류와 교통의 이동속도가 증가될 뿐만 아니라 사고율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다. 산업과 산업이 서로 융합되고, 도시와 도시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도시가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고 한 차원 높게 진화된 생명체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밖에도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에는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 ‘평양의 리모델링 제안’, ‘북한 지하자원 개발’ 등 흥미로우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이 가득하다.
민 박사는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 즉 △두만강-나진-청진 △백두산-단천-흥남 △ 신의주-단둥-압록강 △평양-남포-숙천 △원산-금강산-양양 △해주-개성-인천 △새만금-홍성-평택 △목포-부산-포항 벨트가 각각 미래 한반도의 경쟁력을 제고해줄 스마트시티 벨트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이 스마트시티 벨트는 중국, 러시아, 유라시아 대륙까지 연결 및 확장될 수 있다. 또한 평양을 남한의 여타 신도시처럼 개발하기보다는 올레길을 조성하여 과거와 현재가 혼화(渾和)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자는 제안도 덧붙인다.
두 전직 통일부장관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27대)은 ‘북한의 지역별 특성을 연구하고 이를 어떻게 미래 산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구상하는 (저자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32대)은 “실용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책”이라고 표현하며 “독자 스스로 남과 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 한반도를 구상해보도록 탐구욕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했다.
대전환 시기를 맞이한 작금의 한반도, 새로운 도약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