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⑭] 이긴 자에게 위기가?···‘승자의 재앙’

개구리들의 한판 승부

겨우내 세상을 온통 하얗게 물들였던 눈이 스르르 녹으며 숲속에 봄이 찾아왔다. 꽁꽁 얼어붙었던 개울가도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자 개구리들이 소풍을 나왔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소풍을 나온 총각 개구리들은 자신의 늠름함을 자랑하려고 큰 소리로 울어댔다. 그 옆에선 처녀 개구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마음에 드는 총각 개구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개굴개굴, 꽃님 개구리야. 겨울잠은 잘 잤니?”

덩치 개구리가 개울가에서 가장 예쁘다고 소문난 꽃님 개구리에게 말을 걸었다.

“겨울잠을 자서 그런지, 피부도 더 좋아진 것 같아.”

꽃님 개구리는 덩치 개구리에게 우쭐하며 대답했다.

“덩치 개구리야, 꽃님 개구리는 이미 내가 청혼한 상대야. 그러니까 넌 다른 신부감을 찾아보렴.” 멋쟁이 개구리가 말하자 덩치 개구리가 주먹을 쥐며 싸우려고 하였다.

“난 폭력적인 개구리는 싫더라.”

꽃님 개구리는 자신의 신랑감이 갖춰야 할 자격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노래를 잘 불러야 해. 난 밤마다 노래를 들어야 잠을 잘 수 있거든. 그리고 다른 개구리들보다 뜀뛰기를 잘 해야 해. 누가 뭐래도 개구리의 이상은 높이, 멀리 뛰는 거잖아. 마지막으로 날 어떤 위험에서도 지켜줄 수 있도록 몸집이 커야 돼. 노래를 아무리 잘 부르고, 뜀뛰기를 아무리 잘 해도 날 지켜줄 수 없다면 그건 소용없는 장기일 뿐이야.”

꽃님 개구리의 말을 들은 두 개구리는 모두 자신 있다며 으쓱거렸다. 이때 개울가를 지나던 뻐꾸기가 재미있는 시합이 될 것 같다며 자신이 심판을 봐주겠다고 나섰다. 노래 부르기는 멋쟁이 개구리가, 뜀뛰기는 덩치 개구리가 이겨서 마지막으로 누구 몸집이 큰지 겨루는 시합을 남겨두고 있었다.

“흐~읍.”

멋쟁이 개구리는 큰 숨을 내쉬더니 힘껏 숨을 들이마셔 배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에 질세라 덩치 개구리도 크게 숨을 연거푸 들이마셨다.

두 개구리를 자세히 살펴보던 뻐꾸기가 마침내 덩치 개구리의 승리를 외쳤다. 바로 이때 ‘뻥’ 소리가 숲속을 울렸다. 덩치 개구리의 배가 터진 것이다. 승리를 거머쥔 덩치 개구리지만 며칠 시름시름 앓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할인마트 ‘최저가격’ 경쟁

덩치 개구리는 신랑을 뽑는 시합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죽음으로 인해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도 못했다. 이처럼 승리한 것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켜 ‘승자의 재앙’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승리의 재앙은 무엇이 있을까?

연초부터 대형마트들이 가격인하 전쟁에 돌입하여 2월에 주춤했으나 3월 들어 다시 점화되었다. 이마트의 가격인하에 경쟁사들이 따라가면서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업체가 독자적인 대규모 할인행사로 맞불 작전을 펴며 대형마트 가격전쟁이?장기화되고 있다. 치솟는 생활물가 때문에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전통적인 가격의 원리는 현실에서 유통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무너지게 된다. 가격은 시장에서 제품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에서 결정되지만, 실제로는 생산자가격이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소비단계에서 최종 가격을 형성한다.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제조업체가 물건을 주네 안 주네 하며 유통업체에 큰소리쳤으나, 외환위기 이후 대형 할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유통업체의 제조업체에 대한 장악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거래관계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유통업체는 제조사에게 납품 가격을 소비자 대신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

제조사는 대형 마트의 가격인하 경쟁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품이 나오는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적당한 경쟁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가격할인은 약이 되지만, 치킨게임과 같은 경쟁은 오히려 독이 되어 나쁜 결말로 치닫게 될 것이다.

경매 ‘제값보다 더 비싸’

좋은 물건을 보다 값싸게 구매하기 위해 경쟁하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다. 물건 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모두 입찰자로 등록할 수 있다. 그리고 입찰자 중에서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이 낙찰자가 되어 그것을 차지하게 된다.

입찰자들은 경매장 안에서의 경쟁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갖길 원하지만, 제값보다 많이 줄 생각은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자 어느 정도의 상한선을 두고 가격을 제시한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이 기준선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언제부턴가 부동산 경매가 나라 안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너나할 것 없이 부동산 경매를 배우려고 뛰어든 것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해서 시세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빨리 처분하면 그 차액만큼 고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거나 경쟁자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값을 제시할 것 같으면 본인의 기준을 무시하고 낙찰 받는 것에만 집중해 오히려 제값보다 높게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낙찰자는 갖고 싶은 물건을 취득하게 되어 기쁘겠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재정적 부담으로 울상을 짓게 될 것이다.

과다한 인수 합병의 후유증

무리하게 기업 사냥을 한 업체들이 ‘자금난’에 몰리면서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후유증에 잇따라 불거지면서 최근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과도한 금융 레버리지(차입금 등으로 얻는 지렛대 효과)가 경기 침체,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융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인수·합병)에서 승리해 ‘승자’가 됐지만, 실제로는 ‘손해’를 보게 된 상황이다.

입찰이나 M&A 등에서 실제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써내고 경쟁에서 이긴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승자의 재앙은 기업 혹은 개인의 잘못된 탐욕의 결과가 아닐까.

승자의 재앙을 피하려면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 이론이다. 그래서 상품의 가치와 비교하여 가격이 비싸면 구매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서는 심리적인 것과 인간행동습관까지 혼재되어 분위기에 편승되는 경향이 많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예쁜 튤립의 구근가격이 집 한 채와 맞먹는 투기 붐이 일어났었다. 합리적인 사람이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 거품으로 봐야 했으나 탐심과 군중심리로 인하여 너도나도 높은 값을 부르며 사서 결국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다.

금전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층도 그 사정은 비슷하다. 자신이 벌고 있는 소득과 갖고 있는 자산에 비해 지나친 욕심을 부리게 되면 고통의 터널로 빠질 수 있다. 사업을 진행하거나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도 무분별한 경쟁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은 경쟁을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본인에게 피해가 될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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