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②] 크리스마스 선물 효과

“필요한 물건은 적게 놓고?딴 물건 구매토록 유도하라”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헐리우드의 유명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 ‘솔드 아웃(Sold Out·매진)’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아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사러 간 아놀드가 이미 다 팔린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벌이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아무리 크리스마스라 하더라도 해마다 돌아오는 선물 특수에 물건이 없다는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 팔렸다는 사실이 마케팅 기법이라면 어떨까?

영화 ‘SOLD OUT’ 속 판매전략

대부분의 장난감 가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 특수를 누린다. 그런데 자녀가 원하는 상품이 매장에 없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매장을 그냥 나올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일단 다른 장난감이라도 구입해서 선물을 할 것이다. 특정 상품을 고의적으로 판매 수량보다 적게 놓고 다른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크리스마스 선물 효과’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크리스마스 선물효과를 노린 판매기법들이 숨어 있다.

매진 표시는 소비자에게 일종의 긴급 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소비자는 매진된 상품은 품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와 비슷한 다른 상품도 매진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산다.

‘만능티켓’ 수험표가 10만원에 거래

대학수험능력시험이 끝난 ‘수험표’는 음식값, 입장료, 가전제품, 공연요금, 성형수술 비용 등에서 만능할인 쿠폰으로 사용되면서 수험표가 10만원에 거래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가 사회적인 관심을 끈다. 수험표만 보여줘도 가격을 할인해 주거나,특별 사은품을 증정하기 때문이다.?기업들이 왜 이렇게 수험생을 위한 행사를 벌이는 것일까? 시험을 보느라 수고하고 지친 학생들에 대한 배려로 사회 공헌 차원에서 하는 것일까?

그런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판매 전략이 깔려 있다. 이처럼 사은품이나 할인 혜택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을 ‘미끼상품’전략이라고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 십 건씩 날아오는 광고 이메일과 광고 전단지에는 파격적인 가격 조건을 제시한 세일 정보가 가득하다. 그러나 막상 해당 페이지를 클릭해 보거나 실제매장을 방문해 보면 그 품목은 최하 품질의 제품이고 사고자 하는 것은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고차나 주택의 경우에도 실질구입가격 대비 싼 물건들이 노출 되는데 이것도 미끼전략이다. 소비자 심리를 파악해 적절한 미끼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을 유치하는 것인지, 미끼상품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이러한 ?미끼상품은 ‘크리스마스 선물효과’를 극대화 하게 해준다.

불황일수록 효과가 있는 미끼 마케팅

미끼상품은 판매점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하여 통상의 판매가격보다 대폭 할인하여 판매한다. 미끼상품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공식 브랜드를 대상으로 하며, 수요탄력성이 높고 경쟁력이 강한 상품일수록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시중에서 배추가 한 포기에 천 원 하는데 어떤 대형마트에서 오백 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하는 경우 소비자들은 값이 매우 싸기 때문에 그 마트를 찾게 된다. 값싼 배추를 미끼로 사용하여 소비자들을 불러 모은 다음 상품의 판매 증가를 도모하는 판매정책으로? 미끼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끼상품은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한다

미끼상품을 가지고 소비자를 끌어들여 또 다른 매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특가상품이라고 해서 특정한 제품을 미끼로 놓고 소비자를 유혹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 미끼가 너무나도 늘어나 자칫하면 이러한 기업의 ‘미끼마케팅’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1이다. 1개를 사면 1개를 더 끼워준다는 유혹은 소비자에게 너무나도 외면하기 힘든 미끼임에 틀림없다. 겨울에 먹는 호빵을 하나 사면 우유를 무료로 주면서 1천원만 받는 가격에 놀라울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할인마트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차시설을 너무나도 잘해놓았다는 것이다. 대형할인마트에 차를 가지고 와서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물건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요소인 것이다. 만약 주차시설이 협소하다면,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마트에 오더라도 많은 양의 물건을 사갈 수 없을 것이다.

판매자는 소비자의 ‘일관성’심리를 이용한다

광고 전단지에 나온 선착순 10명이라는 작은 글씨는 보지 못하고 싸게 표시된 물건을 사고자 매장을 찾은 소비자는 그 상품이 조기 매진되어 없더라도 대체 상품을 사오는 경우가 제법 많다. 이것은 바로 사람의 심리에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분석한다.

한 번 결정하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스스로 합리화하며 밀고 나가는 걸 심리학에서는 ‘일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미끼상품을 사러 갔다고 하더라도 그 물건이 동나면 같은 품목의 다른 상품을 사거나, 계획에도 없던 품목을 산다. 이처럼 사려는 물건이 없어도 구매하는 심리가 미끼상품 마케팅을 성공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증권 투자시에 겪는‘매몰비용의 법칙’과 같다. 투자해서 회수 불가능한 손실이 생기면 엎질러진 물로 보고 털어야 하는데 손절매를 못하고 설마 하며 팔지 못하고 큰 손해를 당하는 경우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기업의 ‘크리스마스 선물 효과’를 노린 마케팅은 쉴 새 없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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