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⑮] 소비자도 몰랐던 욕구 찾아라
세이의 법칙 “공급(아이폰)이 수요(소비자)를 창출한다”
씨 없는 수박 개발한 흥부
흥부가 좋아하는 여름 과일은 단연코 수박이다. 맛은 좋은데 아쉬운 게 있다면 씨앗이 많은 게 흠이다. 언젠가 수박 씨앗을 뱉다가?아낙네의 얼굴에 묻어 얼굴이 화끈 거린 적이 있었다. 올 여름에 무슨 장사를 할까 고민하다 흥부는 이내 무릎을 쳤다.
“그래,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하여 사람들이 맘 편하게 먹도록 해야겠어”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뜨거웠던 여름내내 대박이 났다.
“하이고, 말도 마소. 흥부 때문에 시장이 온통 난리구먼, 난리. 그 신기한 씨 없는 수박이 비싸도 없어서 못 판다니깐.”
이를 지켜보던 놀부는 흥부에게 가서 형제사랑을 강조하며 비법을 배웠다. 다음해 놀부가 소유한 모든 밭에서는 씨 없는 수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런데 그 해 초여름 유난히 물난리가 심해 수확을 앞둔 곡식이 전부 물에 잠겼다. 보리 농사를 망친 사람들은 시름이 깊어져서 씨 없는 수박도 거들떠도 안 봤다.
“이 많은 수박을 어찌한담. 도대체 누가 무슨 잘못을 해 신령님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나는 뭐람. 누가 시원하게 대답 좀 해주소.”
놀부는 달덩이 같은 수박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했다.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은 씨 없는 수박에 대해 두 번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세이의 법칙(Say’s Law)이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것은 고대시절부터 자주 사용되는 명제이다. 경제학에서도 이와 같은 것이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냐?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냐?”이다. 물건이 나오면 소비자가 구매를 한다는 것이고,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자가 물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중 전자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를 주장한 사람이 프랑스 경제학자 세이(Say, J. B.)인데, 이를?세이의 법칙(Say’s Law)이라고 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던 산업혁명기에 세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는 생산만 한다면 얼마든지 소비할 사람은 많았다.
우리나라에도 생필품이 부족하던 시기에 치약, 비누, 설탕을 팔아서 현재의 큰 기업을 일군 그룹들이 있다. 새로 쓴 동화속에서도 똑같은 수박이지만 외부환경 차이가 결과의 큰 차이를 보였다. 태평한 시절에 흥부는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해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물난리 때문에 보리농사를 망친 시기엔 놀부의 아무리 좋은 수박이라도 팔리지 않았다.
세이의 법칙은 고리타분한 이론인가
미국 대공황이 시작되자 세이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경기 불황으로 상품 재고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생산만 하면 수요가 자동으로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다른 생산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그래서 수요가 생기는 곳이면 어느새 수많은 공급자가 나와 레드오션의 피 튀기는 전쟁이 된다.
세이의 법칙은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배짱 튕기며 장사하던 시대의 향수로 남아 있다. 하지만 무조건 고물로 취급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세이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등장 = 새로운 수요 창출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여 제품을 내놓지만, IT기업들은 신제품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끌어낸 것이 많다. 예로 아침에 신문 하나 구독해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인터넷이 나오자 심도있는 실시간 뉴스를 원하게 됐고, 뉴스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
또한 최근 폭발적인 인기가 있는 애플사의 아이폰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다. 아이폰은 한국에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 출시 4개월 만에 구입자가 50만명을 넘어 계속 새 기록을 만들어간다. 이 덕분에 무선인터넷 사용량도 10배나 증가하였다.
세계적으로 애플 아이폰은 5000만대 이상 팔리고, 아이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숫자는 40억 회가 넘어섰다고 한다. 애플사의 스티브잡스는 아이폰 출시에 대해 “시장조사는 하지 않았다. 나는 혁신을 바랄 뿐이다”라고 말한 것은 고객의 요구에만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일방적인 공급은 어느 정도의 수요는 만들 수 있지만 대박상품을 내지는 못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공급자들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욕구를 일깨울 수 있는 차별화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