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⑦] ‘토끼와 거북이’ 동화속의 희소성 원리
희소성의 심리를 맘껏 이용하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대한민국 1%
이러한 광고 문구는 ‘희귀한 무엇’이라는 이미지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소수의 전유물이라는 희소성을 잘 활용한 것이다. 욕구에 비해 충족할 수 있는 재화(상품,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경제학자들은‘희소성’이라고 하며, 이런 심리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 ‘희소성의 법칙(Law of scarcity)’에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희소성은 경제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희소성의 세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단지 발견하고 묘사했을 뿐이다. 희소성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가격도 움직이고, 구매의 우선 순위도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제조업자는 희소성 있는 고급 상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고객들은 남들이 갖지 못하는 단 하나만의 특별한 상품을 보물찾기라도 해서 소유하고자 한다.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희소성의 원리에 맞게 새롭게 써보자.
희소성 있는 토끼털과 거북이 등짝
<토끼와 거북이> 동화가 쓰인 이후 100년쯤 되어 그 후손인? 덩치 큰 거북이와 늘씬한 산토끼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토끼: 다시 경주를 하려면 뭔가 특별한 내기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거북이: 이번에는 자신이 있는가?
토끼: 그럼요. 그 시절 우리 조상은 아저씨와 시합을 하면서 시간 관리를 잘 못했지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철저한 시간 관리는 물론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뛰어난 운동신경까지 갖췄어요.
거북이: 으음, 그 말을 들으니 시합에 이길 자신이 떨어지는군. 난 너무 늙었어. 그렇지만 용왕님이 필요하다고 하신 물건은 갖다 드리고 싶어.
토끼: 용왕님이 필요하다신 게 뭔데요? 설마 아직도 우리 간을 원하는 건 아니시겠죠.
거북이: 아니야. 그건 아니고 이 숲에서 달리기를 제일 잘하는 자네들 토끼의 포슬포슬한 털이 탐난다고 하시데. 토끼털로 궁전의 카펫을 만들고 싶으신가 봐.
토끼: 아, 그래요. 실은 저도 얻고 싶은 게 있어요. 거북이님 등 뒤에 붙은 멋진 등짝을 갖고 싶어요. 여기 숲에서는 그게 아주 귀한 물건이라서 우리 식구가 한 해 동안 먹고 살 양식을 구할 수 있거든요.
거북이: 그으래? 그럼 내기에서 내가 지면 당장 등짝을 벗어주지.
산 정상의 물가격이 2배인 이유
숲 속은 어느새 토끼 편과 거북이 편으로 나뉘어져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고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토끼는 산 정상을 향해 용수철처럼 튀었다. 뒷발이 앞발보다 서너 배는 긴 토끼이기에 올라가는 것은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유리했다. 산 정상에 먼저 도착한 토끼는? 저 아래서 끙끙대며 올라오고 있는 거북이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분에 들뜬 토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내려갔다. 그런데 앞발이 짧아서 경사진 언덕을 내려가자니 넘어지기 일쑤였다. 앞다리가 어느새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구불구불한 길로 돌아가야 했다.
한참이나 늦게 거북이가 산 정상에 도착하자 여우 아주머니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시원한 물 한 병에 천원! 달리기 할 때는 이 효능 좋은 약수가 최고!.” 마을에서 오백원 하는 물을 산속이라는 핑계로 두 배 받는 여우가 얄미웠지만 거북이는? 기꺼이 돈을 썼다.
한편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에 도착한 거북이는 계획한대로 등에 기름을 듬뿍 발랐다. 끝이 뾰족한 막대 두 개를 이용하여 스키를 타듯 이리저리 나무를 비껴가며 결승점이 있는 곳까지 쏜살같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번 경주에서도 토끼는 포슬포슬한 하얀 털을 거북이에게 넘겨줘야 했다
남과 다른 VVIP 신용카드?
토끼와 거북이는 서로 희소한 토끼털과 거북이 등짝을 얻기 위하여 달리기 시합을 했고, 산 정상에서 귀한? 물을 2배나 비싸지만 사먹어야 했다.
산업계 전반에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초 우량고객 대상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를 겨냥한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부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경쟁적으로 VVIP 신용카드를 출시하였다.
신용카드 사용금액도, 이용한도도 아닌 연 회비가 200만원. 일반 신용카드 연회비가 1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20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재산이나 카드 사용실적뿐 아니라 소위 사회적 지위로 일컬어지는 ‘사회 공헌도’까지 감안하여 까다롭게 발급하기때문에 카드사마다 1000여명~ 2000명가량의 VVIP 회원을 한정관리하고 있다.
희소성 있는 상품은 어디든지 환영을 받듯이, 희소성 있는 기술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도 대접을 받는다. 과거에는 컴퓨터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대우받았던 적이 있었고, 국제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전에는 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이였는데 요즘은 중국어, 인도어까지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이 우대를 받고 있다.
사람에게 있어 희소성 역시 항상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항상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미래를 예측해 희소한 기술을 익히고 습득하면 어느새 자기 자신이 희소성있는 전문가로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