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⑨] 자본주의 4.0?
새로운 시장경제 모델 제시…?200년간 자본주의 역사는 시장경제와 정부주도가 반복
경제학은 가정(假定)의 학문이다.
경제학을 처음 공부할 때 자주 보는 표현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Ceteris Paribus)이다. 다른 조건들을 모두 같다고 가정하고 특정 요인(Factor)만 변동시켜 결과를 찾는 방법론이다. 이 때문에 경제학을 종종 ‘가정의 학문’이라고 부른다.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조롱’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경제공부를 할 이유는 ‘정확히 떨어지는 정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사고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얽혀있는 복잡한 경제를 이론화하여 논리적 설득을 가능케 한다.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의 반복되는 역사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가장 즐겨쓰는 오래된 손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다.? 애덤 스미스가 1776년 출간한 국부론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된 가격에 의에 생산.분배등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하였다.
반면 정부가 나서서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정부를 보이는 손이라고 불렀다. 출간된지 지금부터 236년이 지난 국부론은 자본주의 경제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자본주의 역사가 마치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 해왔다. 시장 실패가 커지면 정부 개입이 증가하고, 반대로 정부 실패가 너무 커지면 다시 시장 자율이 강조된 것이다.
자본주의 4.0 새로운 시장경제모델 제시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을 제시했다.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빈부격차에서 상생 번영의 진화된 새로운 시장경제 모델을 제안하였다. 이는 동반성장과 대기업 책임론이 강조된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을 늘린다는 의미에서 자본주의 4.0시대의 조류 같다.
자본주의 진화과정을 컴퓨터 소프트웨어 버전(version)처럼 4단계를 살펴보자.
1) 자본주의 1.0- 자유방임의 고전 자본주의(고전학파 경제학) =고전학파는 국가의 간섭을 비판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특혜나 제약이라는 형태로 민간활동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을 거부한 점이 특징이다. 애덤스미스,데이비드 리카도,존 스튜어트밀, 세이, 멜서스 등의 학자가 속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을 저술 하면서 경제학은 독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애덤 스미스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며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경제활동이 조정된다고 보았다.
그는 정부의 역할을 스포츠 경기의 심판으로 보았다. 심판은 경기에 직접참여 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반칙을 하게 될 때만 개입하고 경기가 공정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맡겨둔다.
2) 자본주의 2.0- 정부주도 수정자본주의(케인주의 경제학)=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1929년 미국 대공황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무력화 하였다. 고전학파 경제학으로는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분석도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케인스’가 1936년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통해 시장을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의 개입을 주장했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시장 가격에 의한 수요-공급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3) 자본주의 3.0- 시장주도 신자유주의 = 케인즈의 이론은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해 빛을 발하였지만,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는 무릎을 꿇었다. 1973년 ‘오일쇼크’이후에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해결책에 대하여 한계를 드러냈다.
경기변동을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인 케인스주의적인 처방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사상의 핵심은 경제활동에서 정부간섭을 최소화 하고, 모든 것은 자유경쟁과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커녕 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금융경제학 이론을 악용해 위험을 은폐했던 최신 파생금융상품과 시장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게 되면서 새로운 경제모델을 맞이하였다.
4) 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 = 영국 경제평론가 아나톨리 칼레츠키는 ‘자본주의 4.0(Capitalism 4.0)이라는 책을 통해서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도래를 주장하였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 축소를 강조했던 신자유주의와 달리 이제는 다시 정부의 간섭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정부는 기업이 양육강식의 정글에서 벗어나 공존공생의 숲과 생태계 만들며,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따뜻한 자본시대에 동참하기를 원하고 있다. 경제학은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두 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유일한 분야이다.
어느 주장도 다 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힘, 시장과 기업의 힘이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따뜻한 자본주의 4.0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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