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⑥] 허생전을 통해본 ‘가격 탄력성’
말총가격에 민감한 상인
조선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을 다시 보자.
변부자를 찾아가 돈 1만냥을 빌려 경기도 안성에 내려가 과일을 모두 사들여 돈을 벌었다. 과일을 다 판 허생은 이번에는 칼, 호미, 명주, 솜 등을 가지고 제주도에 건너가서 말총을 모두 사들이면서 말했다.
‘내가 말총을 사 모았으니, 얼마 안가 온 나라가 말총을 구하느라 난리가 날 거야.‘
말총은 말의 꼬리털로 남자들이 상투를 틀고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을 시켜주는 망건을 만드는 재료이다. 허생의 생각대로 말총의 공급이 넉넉지 않다보니 나라 안의 망건 값이 뛰기 시작했다.
망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허생을 찾아가서 가격을 흥정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10냥씩 사겠다고 하였는데 장안에 중간 상인들까지 합세를 하여 구름처럼 몰리기 시작하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 내게 말총을 30냥에 팔아요.”
“ 무슨 소리야, 난 50냥이라도 사고 싶은데.”
가격을 더 올려도 상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가격 경쟁을 하느라 아수라판이 되었다. 마침내 허생은 10배 이상으로 이윤을 남겨 또 한 번의 큰 돈을 벌었다.
누군가가 허생에게 쌀을 매점매석하면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였으나 “쌀을 모두 사게 되면 일반 백성들까지도 배를 곯을 수 있다”며 허생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써본 허생의 선택: 배 삯 할인? 배 운행 축소?
푸른 물결이 넘실 대는 바닷가.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큰 섬에서 허생은 며칠째 무엇을 할까 궁싯거리고 있다. 섬에서 육지를 가기 위해서는 낡은 나룻배가 한 척이라서 자리는 항상 부족하였고, 싱싱한 조개와 펄떡이는 물고기를 뭍으로 싣고 가면 모두 죽어 싼 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
‘큰 배를 사서 배삯을 비싸게 받고, 싱싱한 물고기로 가져가면 비싸게 받을거야‘라고 생각한 허생은 곧 바로 인근 뭍에서 큰 배 3척을 가지고 섬으로 돌아왔다.
거대한 배를 운전하기 위해서 숙련된 선장과 조타수를 고용하기 때문에 나머지 재산을 모두 털어야 했다. 빠르고 큰 배라서 배 삯을 비싸게 받아도 이용객들은 줄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태풍이 자주 불고, 뭍에는 흉년까지 들어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배를 이용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어만 갔다.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하는데 이런 불행이···’ 허생은 고민에 빠졌다.
배 삯을 반절로 내려 봤으나 경제가 나빠진 탓인지 이용객은 크게 늘지 않았다.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배 삯 할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배 삯을 내려도 손님이 늘지 않자 배 2척 운행을 중지하고 배 삯은 원래대로 올려 받는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 몇 개월 후 경제가 회복되어 뭍 사람들은 싱싱한 물고기를 다시 원했고, 섬은 활기를 되찾아갔다. 허생은 선창가에 가득 선적한 3척의 뱃 고동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가격 탄력성이란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 공을 떨어뜨렸을 때 원래 높이보다 더 많이 튀어 오르면 공의 탄력성이 높고 낮게 튀어 오르면 공의 탄력성이 낮다고 한다. 이것은 공이 떨어지면서 땅에 부딪치는 외부충격에 의해 튀어 오르는 높이를 탄력의 정도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경제에서는 ‘충격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를 주로 탄력성으로 표현하고 있다.?탄력성 개념은 경제행위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에서 충격을 주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도를 탄력성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많이 사용되는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이란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이 변하는 정도’를 말한다. 수요가 탄력적이라는 것은 가격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고 수요의 탄력성이 낮은 것은 가격변화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쌀이나 허생전의 말총처럼 대체재가 적고 필수품인 경우에는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다면 수요의 탄력성이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외식비가 조금만 올라도 사람들이 외식을 크게 줄이는 경우 외식 수요는 가격에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황시 어떤 정책으로 가야하나?···가격할인보다는 물량축소
유가인상으로 한 때 서울시내 휘발유 가격이 2천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치솟는 유가인상으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대신 버스나 지하철로 출근을 하였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상습적으로 정체가 되는 도로가 시원하게 뚫리는 곳이 많았다. 쌀은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에 유가는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만약 불황기에 가격을 내려도 판매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가격을 유지하거나 물량을 감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허생이 배 삯을 절반으로 내려도 이용객이 늘지 않자 배의 운항횟수를 줄여 손실을 최소화한 것도 같은 원리이다. 실제로 미국 델타항공이나 아메리칸항공은 항공료 할인 대신 운항편수와 운항횟수를 줄이면서 불황을 이겨냈다.
유사한 사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물량에 대한 조절을 들 수 있다. 석유는 대체할 것이 적고 현대산업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물품이다. 따라서 석유에 대한 소비탄력성은 매우 낮다. 그래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는 석유 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석유 공급량을 조절한다.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서로 담합하여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이 치솟으면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입학시즌 학생들 할인행사 속내는?
3월이면 입학시즌이라서 학교근처의 가게들도 경기가 반짝 살아난다. 가게들은 입학기념을 홍보하면서 학생들이 갖고 싶어하는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을 경품으로 걸거나 파격 할인행사 상품으로 젊은이들의 수요를 겨냥한다. 왜냐하면 가격에 둔감한 성인 소비층과는 달리 청소년이나 대학생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거래 상품의 주요층 구매자에 대한 가격탄력성을 미리 파악하고 가격할인 정책을 무기 삼는다. 또한 할인점의 가격파괴 행사도 구매자에 대한 수요의 가격 탄력성 원리를 이용하여 박리다매를 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