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①] 자녀교육과 내 일을 ‘넛지’ 하라

넓은 공원 한가운데 잠시 멈추었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매점에 빨리 가고 싶은데 고민이다.

잔디밭 위로 가로질러 가면 5분이면 갈수 있는데 잔디밭을 돌아서 가면 10분이 걸린다.

공원 관리소는 어린 잔디를 보호하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시도해도 잘 안 된다. 잔디를 더 보호하는 방법이 더 좋을까?

#1. ‘잔디를 밟지 마시오’‘잔디 밟으면 5만원 벌금’등등 푯말을 세운다

#2. 사람들이 가로질러 가는 길을 파악하여 사잇길을 만든다.

노벨경제학상과 넛지

#1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잔디를 밟지 말라는 경고나 패널티가 있어도 당장은 자신에게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다.

#2번과 같이 잔디밭에 사잇길을 만들어주면 일부러 잔디를 밟고 가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시장의 실패가 자주 일어나는 경우 시스템을 바꾸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제도설계이론’이라고 한다.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릭 매스킨(Erics Maskin) 교수가 주창한 것이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는 그 정책이 의도대로 국민에게 적용될지가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바르게 행동하게 하는 데는 부탁이나 강요, 인센티브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상대방으로부터 아주 쉽게 얻어낼 수 있는데 이것을 ‘넛지’라고 한다.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저서에서 유래한 ‘넛지(nudge)’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

화장실에서 발견한 넛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화장실에는 다른 화장실과는 달리 남자소변기 중앙에 조그만 파리모양의 스티커 하나가 붙어있다.

소변이 변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작은 아이디어일 뿐인데 그 효과는 대단했다. 스티커를 붙이기 전보다 무려 80%나 줄었다는 것이다.

깨끗이 사용하라는 금지조항의 말이나 인센티브 없이 간단한 스티커 한 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장실과 관련해 ‘넛지 효과’를 톡톡히 봐 수상까지 한 사례를 보자.

공중화장실 이용때 사람을 인식하면 자동으로 물소리가 나는 에티켓 센서를 고안해냈다.

실제 여성이 보통 공중 화장실에서 용무를 볼 때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소리를 의식하여 물 내림 기능을 2∼3회 더 사용하는데 이런 물 낭비를 줄이려는 것이다.

심리를 자극한다

서울시 어느 지역구는 쓰레기 불법투기 지역에 꽃밭과 꽃 담장을 설치해 상습 무단투기를 없애는데 많은 효과를 보았다.

또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수도꼭지 사례도 있다. 현재 아래로 설치된 수도꼭지의 모양을 약 45도 각도로 정면을 향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물을 세게 틀면 본인이 물을 맞게 되므로 스스로 물의 세기를 자연스럽게 조절하여 절수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할인마트를 가보자. 쇼핑카트를 큰 것으로 배치하여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한다.

또한 육류코너 옆에 고기 양념장을 배치하여 연관 구매로 이어지도록 매장 위치를 조정해 판매효과를 본다. ‘넛지효과’인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넛지’가 인기다. 넛지 매장은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고객들에게 판매를 강요하기보다는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돈보다 센 넛지

자녀의 독서습관을 기르게 해주려면 어떻게 할까?

용돈을 올려주거나 하루 목표량을 주는 것보다는 자녀 눈에 잘 띄는 곳에 책을 놓아두자.

“공부하라”는 말 대신에 “너의 꿈이 뭐지?”라고 가끔 묻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추가 보너스와 연봉인상, 그리고 승진이다.

회사에서 이 모두를 주었다면 추가로 더 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한계가 있다.

이때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를 만들어내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힘이 바로 넛지이다.

내 업무를 넛지 하라

우리는 선택설계자가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선택설계자(choice architect)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생각이나 기준을 만드는 사람으로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법을 설명해 주는 의사와 같다.

선택 설계자는 전문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도 가능하다.

신입사원이 선배사원에게 업무를 더 많이 배우기 위해 선배사원이 좋아하는 커피를 준비하는 것도, 자동차 재구매 시점을 파악하여 신차 출시 홍보물을 보내서 자연스레 구매 문의가 받아내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취하는 선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면 넛지가 된다. 작은 것부터 넛지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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