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⑫] 고객과 금융기관의 숨바꼭질

수요자와 공급자의 숨바꼭질:?정보의 비대칭성

금융상품이 그림의 떡(?)

이솝우화에 황새와 여우가 차린 식탁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여우가 황새를 초대했는데 둥근 접시에 음식을 담아와 부리가 뾰족한 황새는 못 먹고 여우만 맛있게 먹었다. 그 후에 황새가 여우를 초대했는데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황새는 긴 부리를 이용해 맛있게 먹고 여우는 그것을 구경만 해야 했다. 각자 식사에 초대를 받아서 갔지만 정작 본인이 먹을 수 없는 그릇에 담긴 음식이어서 ‘그림속의 떡’으로 남게 된다.

황새와 여우는 식사를 초대하면서 상대방에게 불리한 그릇에 대한 정보는 숨겼다. 이렇게 자신은 알지만 상대방은 모르는 정보가 생기는 상황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생활 속에 숨어든 정보의 비대칭성

정보의 비대칭성 사례는 보험가입, 중고차 판매, 금융기관 이용 등 실생활 속에서 종종 볼 수?있다.

먼저 생명보험을 살펴보자. 생명보험은 보장조건이 좋아서 가입하고 싶은데 아무나 가입할 수가 없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건강상태, 직업, 운전 등에 대한 심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만약 보험 가입시 발병으로 인해 보험금을 수령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 처음부터 가입이 거절된다.

보험가입 후 보험금을 수령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선 보험조사반에서 보험금을 줘야 할지를 판단한다. 보험회사에서 보험조사반을 운영하는 이유는 보험사기를 막아 회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보험금액이 비싸져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선의의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회사에서는 왜 가입하기 전 심사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일까?

심사는 왜 하는 것인가?

심사 절차가 없다면 보험시장에는 어떤 사람들로 가득 찰까?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정보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반면 보험회사는 가입하려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심사절차가 없다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경우 애초에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이 사람에 대해 악의적인 보험금 수령자로 판단할 것이다. 애초에 수령받을 보험금도 결국 납입보험료에 한정지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도 보험에 가입할 이유를 못 느끼게 되고, 결국 보험시장에 남는 소비자는 악의적으로 보험금을 노리는 소비자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중고자동차 시장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팔려는 사람은 자신의 차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는 이에 대한 보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조건 하자가 있는 차량으로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중고차 매매시장에는 하자있는 차량만 남게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심사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몸에 결격 사유가 없고, 만약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정보를 보험회사에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은 중고차시장에서도?매매중개자가 직접 판매하려는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품질을 보증함으로써 시장에 하자있는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즉 심사는 이러한 정보비대칭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제거하려는 수단인 것이다.

금융기관 탐색행위가 오히려 불이익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대출조건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은 찾기가 어렵다. 백화점이나 인터넷 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대출 금융상품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고객이지만, 이자율이 비싼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터넷을 통해 금융기관의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출 신청을 위해서 신용 조회가 많으면 신용정보업자(CB사)에게 조회기록이 저장되어 고객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부업권에서 조회를 몇 번 하게 되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일부 포털,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대출 조건의 파악은 무분별한 신용조회 및 불법수수료를 징수하는 대출모집업체에게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더욱 적극적인 금융기관 탐색 행위가 사전에 차단돼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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