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금융사, 한국 대부업 이어 저축은행까지 장악

토종 저축은행·대부업체 줄폐업

일본계 금융사들이 국내 대부업체에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털시장에까지 빠른 속도로 진출하고 있다.

1999년 A&P파이낸셜이 일본계 자금으로는 처음 국내 대부업계에 진출한 이래 산와대부, 제이트러스트(JTRUST) 등이 가세하면서 일본계 대부업체의 국내 전체 대부잔액 비중은 55%를 넘어섰다.

국내 저축은행 인수는 일본계 자금으로는 일본 오릭스그룹이 2011년 OSB저축은행(옛 푸른2저축은행)을 처음 인수했다. 오릭스그룹은 지난해 11월 스마일저축은행까지 품에 안았다.

제이트러스트(JTRUST)와 SBI그룹도 각각 옛 미래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현재 일본계 자금은 저축은행업계 전체 자산의 15∼16%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 금융사들의 공세에 토종 대부업체들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엔저에 일본서 초저리 대출로 국내 진출

일본계 자금이 대부업권이나 저축은행업권에 유입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조달금리에 있다.

최근 몇년간 엔저 현상이 지속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금융권의 금리가 일본 금융사에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10위권 안에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일본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금리는 평균 1∼4% 수준이다. 반면, 국내 대부업체들이 국내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계를 통한 자금 조달 금리는 8∼12%로, 일본계 대부업체보다 훨씬 높은 실정이다.

특히, 한국의 대부업 상한금리는 34.9%로 일본의 20%보다 높다. 국내 대부업 이자 상한 금리는 연 39%였다가 지난 4월부터 34.9%로 인하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 일본계 대부업체의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으로 국내 중소형 영세 대부업체는 2012년 1만5개에서 지난해 말 8413개로 급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부업으로 상륙한 일본계 자금은 최근 대부업을 넘어 저축은행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로 저축은행 수가 지난 3월에 91개까지 줄어들고,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국내 토종 저축은행들이 위축되자 일본계가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트러스트, 3년새 국내 6개 인수…”국부유출 우려”

최근 국내 2금융권 인수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계 금융사는 제이트러스트다.

제이트러스트는 일본에서 대금업(한국의 대부업)을 중심으로, 부동산·IT시스템·오락 등 22개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이다.

제이트러스트는 2011년부터 지난 3월까지 네오라인크레디트, KJI대부, 하이캐피탈대부 등 국내 대부업체 3곳을 사들이며 단숨에 국내 대부업계 자산 4위로 뛰어올랐다.

제이트러스트는 2012년 친애저축은행(옛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저축은행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듬해에는 솔로몬·HK저축은행에서 각각 3천137억원, 1천940억원의 정상채권을 사들이며 덩치를 급속도로 불려 나갔다.

지난달에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의 지분 100%를 인수키로 하고 현재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캐피털업계 2위 아주캐피탈 인수 후보 가운데 제이트러스트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캐피털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제이트러스트가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국내 총자산만 8조원에 육박하는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이트러스트의 이런 움직임이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국부유출과 이로 인해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국내에서 경영 위기에 처한 금융사를 자산 가치보다 싼 값에 인수하고, 문어발식 외형 확장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행위는 서민의 재산 형성을 돕겠다는 금융사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SBI그룹이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고 단계적으로 총 1조102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것도 제이트러스트의 경영 전략과 비교되는 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헐값으로 국내 부실 금융사를 사들여 외형을 확장하고 나서 고금리로 번 돈을 일본으로 빼가면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추세로 볼 때 일본 자금의 국내 유입을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일본자금은 대체로 장기투자 자금이므로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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