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정책 ‘콘트롤타워’ 필요하다”

<인터뷰> 김봉구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장

김봉구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관장


“2020년 이주외국인 500만 시대를 준비해야”

이주외국인 140만 시대.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국회에서 다문화 포럼이 조직됐고, 다문화 관련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2006년 12억원에서 2011년 1162억원으로 6년 만에 10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시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1곳에서 200곳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문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 중반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매년 10%씩 이주외국인이 증가하면 10년 후에는 500만 시대를 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다문화 정책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결혼이주여성의 성공적 정착과 농촌의 지속 가능한 다문화사회 구축방안 연구’에 따르면 “다문화정책이 구심점 없이 여러 부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시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책의 중복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10여 년간 다문화 관련 일을 하며 수 천 이주외국인의 손발이 돼 온 김봉구(44세) 대전이주외국인종합관 관장을 통해 우리나라 다문화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김 관장은 참여정부 시절 40여 개?단체로 이뤄진 전국외국인노동자협회 대표를 맡아 고용허가제, 다문화가족법 등의 제정에 큰?기여를 했다. 지난해 제1회 동아 다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외국인노동자를 돕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신학대학원 졸업 후 대전에서 노숙자쉼터에서 봉사하면서 노숙자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외국인노동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노숙자는 내국인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이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는 그렇지 못했다.”

– 현장에 있으면서 느끼는 문제점은.
“지자체에서 위탁 민간단체를 선정할 때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전문성이 떨어져도 (당선된 단체장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위탁업무를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대전, 충남, 충북, 강원, 제주, 전라도에는 없다. 대전에만 6천여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 면에서 어긋난다. 굳이 건물을 지을 필요 없이 그 지역에 있는 민간단체를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정부가 다문화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유럽의 정책을 이식하는 수준이다.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정당에 다문화 전문가가 포진돼 있어야 한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예산도 절감하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 외국인이주자를 지원하는 부처가 여러 곳이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다문화 관련 지원 부처가 9개나 된다. 비슷한 정책을 제각기 시행해 예산이 중복되고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민청, 외국인청 등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 아직은 시기상조 아닌가.
“현재 이주외국인이 140만 명이다. 향후 10년 500만 명이 예상된다. 국가차원에서 다문화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때다. 그래야 예산, 시간도 줄일 수 있다.”

– 500만 명을 예상하는 근거는 뭔가.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외국인이 매년 10% 이상씩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중소영세 제조업체와 농축수산업 등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아 외국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국제결혼 증가로 인한 이주여성들의 유입, 각 대학이 유학생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도 증가의 원인이다.”

“우리도 그들의 문화 배워야 한다”

– 그 밖에 문제점이 있다면.
“중소영세업체들은 늘 인력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내국인이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외국인노동자 인원을 늘려야 한다. 또 노동허가제가 아닌 고용허가제이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게 아직 많다. 외국인노동자는 중소업체, 농축산물 등의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고 회사 옮기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나.
“10년 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경멸하는 듯한 시선은 여전히 참기 힘들다고 한다. 또 외국인 밀집 지역에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원이 있다면 주말에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아주 심한 병이 아니면 주중에 병원을 이용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렇지 않다면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주말 무료진료소에 지원을 해주던가.”

– 더 하고 싶은 말은.
“거주외국인들의 증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사회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결혼 이주여성들의 경우 2년 후 국적 신청이 가능하고 외국인노동자의 경우도 기술 숙련도가 높을 경우 영주권을 주기로 법무부가 결정한 상황이다.

거주 외국인 관련 법률이나 영주권 부여 등은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 뿐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중요한 부문이다. 다문화라 함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공생하는 성숙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감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

김 관장이 이주여성 창업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픈 예정인 다문화식당의 메뉴판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이주민외국인종합복지관

2002년부터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소, 결혼 이주여성 지원센터, 필리핀 코피노 지원센터, 다문화아동 센터, 다문화도서관 등을 설립하고 이들에게 한글교육과 무료진료, 법률상담과 문화체험, 친정방문 지원과 다문화 아동교육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사업 대부분을 일반 시민,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주 여성 창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문화 식당 사업을 전개하기로 하고 4월 대전 옛 중구청 인근에 1호점을 개업할 예정이다. 수익은 식당 개점에 다시 투입되며 궁극적으로 프랜차이즈화가 목표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등의 건강식이 주 메뉴이며 가격은 6000~7000원으로 부담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책정했다. 다문화식당 사업이 잘 정착되면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김 관장은 목원대 영문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국외노협 대표, 대전시민연대 상임운영위원, 복지인권운동본부 집행위원, 대전시 외국인 정책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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