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드림 이룬 네팔 산업연수생
<인터뷰> 네팔식당 ‘칸티풀’ 2호점 연 가네시 리잘
외국인이주자 사이에 성공한 사업인으로 통하는 가네시 리잘(35, 네팔)사장. 2007년 안산 다문화거리에?문을 연 네팔·인도음식점인 칸티풀(Kantipur,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옛 이름)이 성공을 거두면서 4호선 한대앞역에 2호점을 최근 개점했다. 내국인도 웬만해선 성공하기 힘든 음식점 분야에서 네팔인이 2호점을 낸 것이다.
21일 칸티풀 2호점에서 만난 리잘 사장은 선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많은 한국 분들의 도움으로 1호점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2호점을 개점하게 됐다”며 “돈을 좀 더 벌면 네팔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고 네팔 현지에 앰뷸런스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네팔에 앰뷸런스 보내고 싶어
네팔에서도 오지(다훌라기리)에 살던 그는 1999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그가 처음 취직한 곳은 경기 김포시의 플라스틱 사출업체. 12시간 가까이 지게차를 운전하거나 제품을 포장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고된 생활이었지만 성실함과 친절한 동료직원들의 배려로 무사히 3년간의 산업연수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남들처럼 불법체류하며 돈을 더 벌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한국에서 제대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네팔행을 택했다. 그의 목표는 한국에서 정통 네팔 음식점을 여는 것.
음식점 사업을 목표로 한 리잘 사장이 고향으로 돌아가 처음으로 한 일은 호텔사업이었다. 3년간 한국에서 번 돈으로 4층짜리 호텔을 빌려 4년간 운영했다. 틈틈이 요리도 배웠다. 2007년 사업 비자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곧바로 서울의 네팔 음식점에서 일하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서울과 의정부, 평택, 천안 등을 돌며 대상지를 물색하다가 2008년 3월 안산 ‘다문화 거리’에 110m² 규모의 ‘칸티풀’을 개업했다.
맛은 기본, 양 많고 가격까지 저렴해 ‘인기’
안산 외국인주민센터 맞은편 골목 내 3층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칸티풀 1호점은 한 달 평균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된 사업장으로 정착했다. 설이나 추석 명절에는 새벽 4시까지 영업할 정도로 인기 있는 식당이 됐다.
네팔·인도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반월·시화공단 근로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외국인과 한국사람도 ‘칸티풀’ 레스토랑을 찾는다. 초기에는 외국인 손님이 주였으나 최근에는 60% 이상이 한국인 손님이다.
메뉴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탄두리치킨, 난, 사모사부터 수십 종의 커리, 라씨 등 네팔·인도 요리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 10년 이상 경력의 현지 요리사 세 명이 온갖 향신료와 신선한 재료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가격도 이태원·동대문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갈릭 난 2500원, 바나나라씨 3000원. 치킨칠리 9000원. 사모사, 탄두리치킨, 커리, 갈릭 난, 바스마티 라이스, 라씨로 이뤄진 2인 코스요리는 3만5000원에 먹을 수 있다. 한대앞역 2호점은 임대료 등이 다문화거리보다 비싸 2000원 정도 더 받을 뿐 대부분 똑같다.
‘효빈효동맘’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네티즌은 “남편과 함께 네 번 가봤는데 맛은 기본이고 양 많고 가격도 저렴해 정말 강추”라고 소감을 남겼다.
안산시 최초 외국인 주민자치위원
리잘 사장의 아버지는 네팔에서 직원 50~60명을 두고 가구공장을 하는 기업인이다. 자신의 재산을 털어 정기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답게 리잘 사장도 남을 돕는 일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는 바쁜 식당 운영 중에도 네팔 동포들이 그를 필요로 하면 어디든 달려간다. 특히 한 달에 한두 번씩은 한국에 오는 동포들을 공항에서 수도권 각지로 태워다 준다.
리잘 사장은 지난 1월 안산시 원곡본동 최초의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돼 이주외국인의 권익보호에도 애쓰고 있다. 관내 독거노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사대접, 국제 거리극 등 대형행사에서 다문화마을 특구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제4회 세계인 날 기념식’에서 안산시장 표창을 받았다.
그 밖에 법무부 범죄예방자원 봉사위원 안산지역 협의회의원, 외국인피해자 보호와 범죄예방을 위해 지정한 ‘보듬어집’ 운영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화려한’ 이력과는 달리 그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이다. 매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비자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 실수로 세금신고라도 누락하면 비자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인 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영주권이 필수인데 이게 쉽지 않다. 한국에서 태어난 18개월 된 그의 아들도 한국 국적이 아니다.
리잘 사장은 “한국 사람들의 천성인 친절함과 달리 한국 정부는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한국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아직도 문을 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