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뮤직비디오 감독 차은택은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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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홍주 음악평론가] 한때 대한민국 대중문화 시장에서 ‘차은택’이란 이름 석자는 최고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통칭됐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수십 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 연출하는데, 가히 대한민국 뮤직비디오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재주꾼이었다.

그가 연출한 작품을 보면 이효리의 유고걸, 신승훈의 전설속의 누군가처럼, 빅뱅의 거짓말, 보아의 잇유업,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이승환의 애원,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1년 등 수준 높은 뮤직비디오들이다.

그런 대단한 뮤직비디오감독 차은택에게는 상복도 따랐다. 1999 Mnet 뮤직비디오 대상, 2002 KBS가요대상 뮤직비디오상, 2003 코리안 뮤직어워드 올해의 뮤직비디오상, 2006 골든디스크상 뮤직비디오 감독상 등 뮤직비디오제작의 최고 아이콘은 당연 ‘차은택’이었다.

필자는 음악케이블 채널에서 수백 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감독·관리한 경험이 있어 나름대로 당시의 대중음악시장을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차은택스타일’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특장점은 음악과 영상의 조화였다. 한편의 다이제스트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스토리의 전개와 영상’이 음악과 잘 조화된 작품을 그는 연출했다. 당연히 그의 작품은 여타의 뮤직비디오에 비해 열배 스무배의 제작비가 투여됐지만 돈 아깝다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뛰어난 결과물들이었다. 어떤 가수의 경우는 음악프로그램에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일반적인 방송활동도 안하고 뮤직비디오의 힘만으로 음반도 50만장 이상 팔리는 대박을 내고 인기가요차트에서 1위에도 오르는 등 당시의 대중가요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신화를 만들어냈다.

수많은 그의 작품 중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대단한 뮤직비디오는 명성황후OST의 타이틀곡인 조수미가 부른 ‘나 가거든’이다. 일반적인 대중가요의 3분30초보다 훨씬 긴 10분30초로 제작됐다. 이 작품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을 소재로 매우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어린 시절의 명성황후(문근영), 그를 멀리서 바라봐야만 했던 훗날의 호위무사(정준호), 고종의 비가 된 운명의 여인 명성황후(이미연), 우유부단했던 고종(이진우), 일본의 냉혈한 자객(허준호)가 주요 출연자다. 출연자의 급이 뮤직비디오 캐스팅 차원을 넘어선 웬만한 영화의 캐스팅보다 화려했다. 이 뮤직비디오의 하이라이트는 뒷부분, 일본의 자객들이 자신들의 한반도 침탈에 가장 방해가 됐던 명성황후를 시해하려고 궁궐에 난입하고 그녀를 살해하려는 순간이다. 바로 그때 명성황후는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며 강단 있게 외치면서 죽어간다.

이러한 스토리를 영상으로 잘 풀어낸 명작이었고 또한 대한민국 소프라노 넘버원 조수미의 파퓰러한 목소리까지도 만들어 낸 노력 그리고 음악에 대한 조수미식의 해석과 소화는 최고의 작품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지금 뮤직비디오 감독 ‘차은택’은 추한 과거의 인물로 돌아서버렸다. 남자 나이 40대 후반, 그는 권력을 꿈꿨던 것이다. 흔히 중앙부처의 국장은 군대로 치면 별 2개의 사단장급에 해당한다. 그는 그 권력을 얻기 위해 그의 지인들을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히려 했고 최순실과 주변의 많은 정권 실세들은 매우 순로롭게 그의 꿈을 이루어줬다. 그 꿈같은 권력과 함께 적지 않은 돈을 버는 기회도 제공되었다.

조수미의 노래 그리고 명성황후 이미연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나 가거든’의 마지막 부분은 마치 그 누구를 극과 극으로 연상시키는 독백으로 다가온다.

“이 삶이 다 하고 나야 알 텐데…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하는 이…나 슬픔 속에도 행복했다 믿게 해.”

“나는 조선의 국모다” 그리고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명성황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굴욕적인 외교협상이 될 수 있다고 야당이 반대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속전속결로 처리한다. 박근혜는 점점 골든타임의 시기를 놓지고 있다. 이 삶이 다 하고 나면 알게 될까? 아마도 최순실·차은택 등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청와대 구중궁궐서 오늘 밤 ‘나 가거든’ 한번 보시라. 그리고 결단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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